겉은 포슬포슬, 치즈는 쫘악… 언급량 40% 폭증하며 대세로 떠오른 '이색 간식'

명절 차례상이나 어르신 간식으로 여겨지던 떡이 요즘 젊은 세대의 디저트 리스트에 올라 있다. 피자 토핑을 얹거나 요거트와 생과일을 채운 떡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전국 유명 떡집을 순례하듯 찾아다니는 이른바 '떡지순례'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영도다리 떡방의 피자설기.

'디저트'로 불린 떡 게시물 40%↑…빵집 대신 떡집 찾는 사람들

9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 집계를 보면 올해 1~8월 온라인에서 떡을 '디저트'라는 단어와 함께 언급한 게시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늘었다. 소비 방식을 나타내는 키워드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블로그에서 '떡지순례'가 언급된 글은 올해 1월 87건에서 8월 254건으로 약 2.9배 늘어난 반면, '주문'이나 '답례떡'처럼 기존 소비 방식을 나타내는 단어는 같은 기간 27%가량 줄었다. 떡을 명절 선물이나 답례품이 아니라, 빵집 투어하듯 일부러 찾아가 맛보는 디저트로 대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특정 품목의 화제성도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달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 달간 구글 트렌드에서 '피자설기' 검색어 관심도는 8월 20일 9에 그쳤다가 25일 63, 이달 1일에는 98까지 치솟았다. 열흘 남짓 만에 관심도가 10배 넘게 뛴 셈이다.

백화점 개점 전부터 700명 줄…부평 떡집은 판매량 30배

온라인 화제성은 곧장 오프라인 발걸음으로 옮겨갔다. 광주에 본점을 둔 창억떡이 지난달 14일부터 20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연 팝업스토어에는 일주일간 1만 명 넘는 고객이 몰렸다. 백화점 개점 전인 오전 6시 30분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해 대기 인원이 700명을 넘겼고, 5시간 넘게 기다린 손님도 있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집계로는 창억떡 중흥본점의 올해 1~8월 내비게이션 검색량이 2만 88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0% 급증했고, 매장이 있는 광주 북구 지역의 외지인 카드 소비액도 같은 기간 7.3% 늘었다.

지방 소도시 떡집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 영도다리떡방은 개점 전부터 대기 줄이 늘어서고 주말이면 오전 중 물량이 동나며, 인천 부평종합시장의 한 떡집은 피자설기를 내놓은 지 두 달여 만에 하루 판매량이 200개에서 최대 6000개로 약 30배 뛴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피자설기라도 만드는 곳마다 개성은 갈린다. 서울의 한 성심떡집은 백설기를 얇은 피자 도우처럼 만들어 치즈와 페퍼로니의 짭짤한 맛을 강조하는 반면, 인근 풍년떡집은 설기 반죽을 한층 도톰하게 만들어 백설기 특유의 담백함과 쫀득함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조는 부산 영도…"반갈샷" 영상이 불씨 됐다

피자설기의 원조 격은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 안 '영도다리떡방'이다. 이곳은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페퍼로니, 감자 등을 올린 제품을 1개당 1400원 안팎에 팔면서 이름을 알렸는데, SNS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원조급 떡집으로 통한다. 인기가 지나쳐 1인당 구매 수량을 최대 10개로 제한할 정도이고, 예약도 최소 하루 전 오후 4시까지 받지만 그보다 일찍 마감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여파로 인천 부평종합시장에 피자설기 열풍을 일으킨 성심떡집은 애초 영도다리떡방 제품을 맛보고 싶다는 손님들의 요청을 계기로 지난 6월 20일께 처음 제품을 내놨다.

절편 자료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 200개가량이던 생산량은 두 달여 만에 평일 4500개, 주말 6000개까지 늘었고, 직원 6~7명이 한 번에 450개씩 쪄내도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손님층도 20~30대와 등교 전 고등학생까지 다양하고, 서울·수도권을 넘어 강릉과 광주처럼 먼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퍼지는 방식도 앞서 유행한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의 흥행 공식을 빼닮았다. 반으로 갈랐을 때 치즈가 길게 늘어나는 이른바 '반갈샷' 영상이 SNS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평일 아침부터 오픈런을 부르는 구조다. 인플루언서의 시식 후기가 숏폼 콘텐츠로 퍼지고, 여기에 한정된 물량에 따른 희소성까지 더해지며 대기 줄이 만들어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겉모습은 작은 피자인데 한입 베어 물면 포슬포슬한 백설기가 씹히는 반전 매력이 입소문의 핵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전의 '시루애'처럼 구매 수량 제한 없이 예약·포장 위주로 운영하는 곳도 있어, 가족 단위로 넉넉히 사기 좋다는 이유로 인기를 끄는 지역별 변주도 나타나고 있다. 인기가 감당 안 되는 수준까지 치솟은 곳도 있다. 경기 광명의 한 떡집은 밀려드는 주문에 추석 연휴 전까지 예약 주문 자체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내걸기도 했다.

이처럼 부산 영도에서 시작된 작은 퓨전 떡 하나가 두 달 만에 전국 단위 유행으로 번진 배경에는, 개성주악과 버터떡, 두쫀쿠를 거쳐 15일 안팎으로 짧아진 최근 디저트 유행 주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백화점도 편의점도 팝업 유치 경쟁

이런 흐름에 백화점 업계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연 '떡지순례' 팝업에는 부산 영도다리떡방과 전북 익산 농협찹쌀떡, 전남 여수 봄날엔 등 지역 떡집 5곳이 참여했고, 행사 기간 구매자만 2만 명을 넘어섰다. 예전 같으면 해당 지역까지 직접 찾아가야 맛볼 수 있었던 떡을 한자리에 모아놓으면서, '떡지순례' 자체가 백화점 식품관을 채우는 모객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기존 대형 유통채널의 매대에서도 떡은 조용히 매출을 늘려왔다. 이마트의 지난해 냉동 떡볶이를 제외한 떡 간식류 매출은 전년보다 16.3% 늘었는데, 이 가운데 냉동떡 매출만 놓고 보면 84.9% 뛰었다. 노브랜드가 내놓은 가래떡 형태 상품 '떡마리' 3종은 지난해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넘겼고, 롯데마트의 올해 1월 냉동 떡 카테고리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8.4% 늘었다.

창억떡 유행의 시작은 유튜브 한 클립이었다

지금 유행하는 창억떡은 사실 신제품이 아니다. 1965년 광주에서 문을 연 이 떡집은 1995년 2대 임철한 대표가 물려받은 뒤 사업을 키웠고, 대표 메뉴인 호박인절미는 임철한 대표의 모친이 1990년대 후반 개발한 스테디셀러였다. 2010년대에는 홈쇼핑에서 여러 차례 완판을 기록했고, 2020년대 들어서는 마켓컬리와 쿠팡 등 온라인몰에 입점하며 꾸준히 팔려왔다. 그러던 이 오래된 떡집이 올해 다시 화제에 오른 계기는 지난 3월 5일 한 유튜브 채널이 창억떡을 언급한 영상이었다. 열흘 뒤인 3월 14~15일에는 한 인기 밴드 멤버가 콘서트에서 창억떡의 호박인절미를 언급하면서 SNS 확산에 불을 붙였고, 결국 오픈런 행렬로까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유행한 두바이쫀득쿠키와 봄동비빔밥, 버터떡에 이어 창억떡과 피자설기가 그 뒤를 잇는 유행 계보를 형성했다고 본다.

캐리어 끌고 줄 서는 외국인들

이런 변화에 외국인 관광객들도 가세했다. 서울역에 있는 찹쌀떡 전문 브랜드 한정선 매장 앞 대기 줄에는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의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한정선은 찹쌀떡 안에 요거트와 생과일을 채운 제품으로 SNS에서 입소문을 탄 곳이다. 이런 관심은 수출 지표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쌀가공식품 수출액은 708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늘었다. 쌀가공식품에는 떡 외에 즉석밥과 떡볶이류도 포함돼 있어 이 증가분을 곧바로 떡 수출 증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쌀을 기반으로 한 K푸드의 해외 판로가 넓어지고 있다는 정황으로는 볼 수 있다.

떡의 인기 비결은 결국 변신의 폭에 있다는 분석이다. 백설기에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얹은 피자설기, 팥앙금과 버터를 절편에 얹은 앙버터절편처럼 기존 떡과 이질적인 재료를 결합한 상품이 잇따라 등장했고,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를 채운 두바이쫀득쿠키가 유행하자 이를 찹쌀떡에 접목한 제품까지 나왔다. 심지어 떡 시장 밖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베즐리의 '단호박 인절미 생식빵'은 떡과 비슷한 쫀득한 식감으로 인기를 끌며 지난달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통 간식이라는 꼬리표를 뗀 떡이, 형태와 재료를 바꿔가며 디저트 시장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GS25와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도 잇따라 관련 상품과 팝업 행사를 준비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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