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보다 2030이 더 위험하다?… 성인 59%가 입을 꽉 다무는 진짜 속사정

성인 두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외로움을 느끼며, 특히 1인 가구에서는 그 비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매주 외로움 느끼는 성인 46.6%…1인 가구는 63%

리서치 기업 피앰아이(PMI, 대표 조민희)가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맞아 실시한 '현대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연결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6.6%가 최근 6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조사는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전국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빈도별로 보면 '거의 매일' 외롭다는 응답이 11.3%, '주 2~3회 정도'가 18.9%, '주 1회 정도'가 16.4%였다. 반대로 '거의 느끼지 않았다'는 응답도 35.3%에 달해, 외로움을 대하는 체감 온도는 사람마다 크게 엇갈렸다.

가구 형태에 따른 차이가 가장 두드러졌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63.0%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해, 비(非)1인 가구(40.5%)보다 22.5%포인트나 높았다. 1인 가구 응답자 가운데 17.0%는 '거의 매일'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55.6%)와 30대(50.8%)에서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는 응답이 40대(42.8%)와 50대(37.2%)보다 높게 나타나, 오히려 젊은 세대의 고독감이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성별로는 남성(50.2%)이 여성(43.0%)보다 7.2%포인트 높았다.

가장 외로운 순간은 "고민 나눌 사람 없을 때"

최근 6개월 새 한 달에 1~2회 이상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한 647명에게 그 상황을 물은 결과(복수 응답), '고민이나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을 때'가 47.9%로 가장 많이 꼽혔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때'(46.1%)와 '연락하거나 만날 사람이 없을 때'(45.1%)가 뒤를 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도 36.5%로 나타나, 물리적으로 혼자가 아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연령대별로 외로움을 느끼는 맥락도 갈렸다. 20대는 '연락하거나 만날 사람이 없을 때'와 함께 'SNS에서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볼 때' 외롭다는 응답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50대는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을 때'와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때'를 주로 꼽아, 세대에 따라 외로움을 촉발하는 계기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

응답자 절반 이상 "곁에 있어도 외로울 때 있다"

사회적 연결망 자체는 비교적 두터운 편이었다. 응답자의 77.5%가 '편하게 일상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계의 깊이로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34.1%는 '고민이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했고, 30.5%는 '어려울 때 실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53.8%는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밝혔으며, 69.0%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때로는 피곤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동시에 77.5%는 '많은 사람보다 마음이 통하는 몇 사람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76.2%는 '혼자 보내는 시간은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답해, 관계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경향도 함께 나타났다.

현대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연결 인식 조사 / 피앰아이

이런 사회적 연결의 결핍은 1인 가구에서 한층 뚜렷했다. 1인 가구의 47.0%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답해 비1인 가구(29.3%)보다 17.7%포인트 높았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1인 가구(44.8%)가 비1인 가구(25.2%)의 두 배에 육박했다.

힘들어도 말 못 하는 59%…도움 요청 가능은 절반뿐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데도 장벽이 존재했다. 전체 응답자의 59.0%가 '힘든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외로움을 느끼는 응답자로 좁히면 이 비율이 65.0%까지 올라갔다. 정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주변이나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50.8%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보통이다'는 37.7%, '요청하기 어렵다'는 11.5%였다.

조민희 피앰아이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외로움이 단순히 혼자 사는지,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와 같은 물리적 조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로움을 이해하려면 관계의 수나 형태뿐 아니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정서적 연결과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실질적 연결이 충분히 형성돼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로움을 개인이 혼자 있는 상태로 바라보기보다, 개인이 체감하는 '연결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자살률 OECD 1위…"관계의 질도 함께 살펴야"

이번 조사가 나온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자살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요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한국은 2003년 이후 2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지키고 있다. 2024년 기준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2명으로, OECD 평균(10.8명)의 2.4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외로움 없는 도시'를 목표로 지역 밀착형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마음편의점'은 현재 19곳으로, 올해 7월 말까지 누적 이용자가 14만 4000여 명에 달한다. 이번 조사 결과처럼 외로움이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를 넘어 관계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 이런 정책 역시 단순한 교류 기회 제공을 넘어 정서적·실질적 연결망을 함께 촘촘히 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 이 기사를 보신 분 중 삶이 힘들다고 느끼신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 청소년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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