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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축제를 하는데 전어가 없습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뒤돌아 본다는 전어. 가을철 대표 수산물인 전어를 앞세운 지역 축제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어획량이 줄고 어군이 분산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축제의 주인공인 수산물을 제때 확보하는 것부터 어려워지고 있다.
수산물 축제를 열어놓고도 물량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지역이 늘고 있으며, 아예 축제를 개최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고수온 등 해양환경 변화가 어업뿐 아니라 지역의 대표 먹거리와 관광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에서는 이날부터 사흘간 ‘명지시장 전어축제’가 열린다. 낙동강 하구와 남해가 만나는 명지 앞바다는 플랑크톤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곳에서 잡히는 전어는 ‘명지 떡전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전어는 가을철 대표 수산물 가운데 하나다. 산란을 앞두고 살이 오르는 시기가 있고, 산란 이후 다시 지방이 붙으면서 가을철 특유의 고소한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어에는 금어기가 적용된다. 산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매년 4월부터 7월까지 잡을 수 없으며, 금어기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어획되는 전어가 가을철 식탁에 오른다.
명지시장 전어축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매년 8~9월 개최돼 왔다. 제철 전어회와 전어구이 시식, 할인 판매, 무료 시식회 등을 내세우며 지역을 대표하는 가을 먹거리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축제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고민은 예전과 달라졌다. 축제 기간에 맞춰 충분한 전어를 확보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어획량 감소다. 특히 여름철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크게 오르는 고수온 현상이 반복되면서 전어 어군의 분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전어는 수온 22~24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서식한다. 27도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수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서식 환경이 달라지고 어군이 분산될 수 있다.
올여름에는 일부 해역에서 수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고수온이 이어졌다. 바닷물 온도가 전어가 활발하게 서식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는 해역이 생기면서 어군이 흩어지고 어획량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어획량에서도 이런 변화가 확인된다.
수산과학원 집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전어 어획량은 2117t으로 집계됐다. 고수온 피해가 컸던 2024년 같은 기간의 2486t보다도 적은 양이다.
2024년은 기록적인 고수온으로 수산업계가 큰 피해를 입었던 해다. 당시에도 바닷물 온도가 크게 오르면서 양식어류 폐사와 어종별 어획량 변화 등이 나타났다.

그런데 올해 전어 어획량이 당시보다도 적은 수준을 보이면서 어민과 상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어민들의 조황 문의 등을 종합할 때 8월 조황 역시 좋지 않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어를 취급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는 해마다 물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과거에는 가을철이면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었던 전어가 이제는 축제 개최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 셈이다.
지역에서는 전어가 부족한 상황에 대비한 축제 구성 변화도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전어를 많이 먹는 행사를 넘어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함께 마련해 특정 수산물의 어획량에 축제 전체가 좌우되는 상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강서구 관계자는 “해가 다르게 전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먹거리 이외에도 문화·체험 행사 등 보완책을 상인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물 부족 문제는 전어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동해안의 대표 수산물인 오징어 역시 어획량 변화가 반복되면서 오징어를 주제로 한 지역 축제마다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징어는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오랫동안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강원도 등 오징어 산지에서는 오징어철에 맞춰 축제를 개최하고 회와 구이 등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여 왔다.
하지만 수온 상승 등 해양환경이 변하면서 오징어의 분포 해역도 달라지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오징어가 예전만큼 잡히지 않으면서 지역 축제를 준비하는 상인들은 다른 지역에서 물량을 들여오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산물은 농산물과 달리 생산자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생산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같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잡히던 어종이라도 수온과 먹이생물, 해류 등 바다 환경이 바뀌면 어군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축제 일정은 미리 정해져 있지만 자연산 수산물의 어획량은 날씨와 해양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축제를 앞두고 갑자기 조황이 나빠지면 산지에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물량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축제에 필요한 수산물 공급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수요가 집중되면 산지 가격이 오르고, 이는 상인과 소비자의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수산물 축제는 단순히 먹거리를 판매하는 행사가 아니다. 지역 특산물을 알리고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며 시장과 주변 상권의 매출을 높이는 지역경제 행사로 기능한다.
특히 전어나 오징어처럼 특정 수산물의 이름을 축제명에 직접 사용하는 경우 해당 어종의 어획량은 축제의 성패와 직결된다. 수산물이 충분하면 지역 특산물을 홍보할 수 있지만, 물량이 부족하면 축제 자체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문제는 고수온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해양환경이 달라지면서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수온과 어종 분포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특정 지역에서 많이 잡히던 어종이 다른 해역으로 이동하거나,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어종이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도 수산업계에서는 중요한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민 입장에서는 기존에 익숙했던 조업 방식과 어종만으로는 변화한 바다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역 축제를 운영하는 지자체와 시장 상인들도 특정 수산물의 어획량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역시 해양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변화한 어장 환경에 맞춰 어업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어업 구조 개선 등을 통해 어민들이 달라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어업 규제 완화는 단순히 잡을 수 있는 수산물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어종 분포와 조업 환경을 정책에 반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시에 어업 구조를 개선해 수산자원의 변화에 맞춰 생산 기반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역 축제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제철 수산물 하나에 행사의 대부분을 의존하기보다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여러 지역 먹거리를 함께 선보이는 등 수산물 공급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어축제에 전어가 부족하고 오징어축제에서 오징어를 구하기 어려운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품귀로만 볼 수 없다. 바다의 수온과 해양환경이 달라지면서 어종의 분포와 어획량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어처럼 특정 수온에서 활발하게 서식하는 어종은 고수온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1~7월 전어 어획량이 고수온 피해가 컸던 2024년 같은 기간보다도 감소한 것은 최근 수산업계가 겪는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상인들은 예전처럼 단순히 축제 날짜에 맞춰 수산물을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자연환경의 변화가 어민의 조업 현장을 넘어 지역시장과 먹거리 축제의 풍경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올가을 명지시장 전어축제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결국 충분한 전어를 확보하는 일이다. 동시에 전어 물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화와 체험을 결합하는 등 달라진 해양환경에 맞춰 지역 축제의 모습을 바꾸는 작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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