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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인 지금 반팔과 얇은 이불을 정리해 옷장 한 칸을 비워야 하는 시기가 됐다. 여름옷을 세탁기에 한 번 돌리고 상자에 담으면 정리가 끝났다고 여기기 쉽지만, 그 상자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내년 여름 옷과 이불의 상태가 달라진다. 옷걸이에 그대로 걸어두거나 압축팩으로 꽉 눌러 담는 익숙한 방식이 오히려 옷과 이불을 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세탁을 마쳤다고 곧바로 보관에 들어가도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생활정보 매체 아파트먼트 테라피(Apartment Therapy)는 계절이 끝나는 시점을 옷장 정리의 체크포인트로 삼으라고 안내한다. 한 해 동안 입지 않은 옷, 몸에 맞지 않게 된 옷, 수선이 필요한 옷은 보관 공간에 넣기 전에 먼저 골라내 빼두는 것이 순서다.
땀이나 자외선 차단제, 음식물, 피지 얼룩이 남은 옷을 그대로 넣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런 잔여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우기 어려운 얼룩으로 굳어버리고, 벌레를 끌어들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원단이 허용한다면 세탁 전 잠깐 바람을 쐬어 습기와 냄새를 날리고, 케어라벨에 맞춰 세탁이나 드라이클리닝을 마친 뒤에는 완전히 마를 때까지 그대로 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기가 조금이라도 남은 채 접어 넣으면 상자 안에서 곰팡이 냄새로 되돌아온다.

티셔츠나 린넨 셔츠를 옷걸이에 걸어둔 채 몇 달을 그대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부드러운 옷일수록 옷걸이보다는 접어서 보관하는 편이 낫다. 장시간 걸어두면 옷의 무게가 어깨 부분에 계속 쏠려 어깨선이 늘어나고, 니트류는 특히 올이 늘어지거나 형태가 틀어지기 쉽다.
니트나 저지 소재에 옷걸이 자국이 한번 남으면 다림질로도 잘 펴지지 않는다. 접어서 보관하면 무게가 여러 겹에 나뉘어 실려 한 부위에만 하중이 쌓이는 일이 없다. 수영복이나 얇은 파자마, 얇은 린넨이나 면 소재도 마찬가지로 옷걸이보다는 접어서 상자에 넣는 편이 다음 계절 꺼냈을 때 형태와 결이 그대로 살아 있다.
보관함은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상자를 쓰거나, 안이 보이지 않는 상자라면 겉면에 라벨을 붙여 내용물을 적어두는 것이 좋다. 수영복, 린넨 셔츠, 얇은 파자마, 여름 이불처럼 종류별로 묶어서 담고 뒤섞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전부 한 상자에 뒤섞어 담으면 다음 계절에 필요한 옷 한 가지를 찾으려고 상자 여러 개를 다 열어봐야 하는 수고가 생긴다.
한국의 아파트나 빌라는 붙박이장이나 다용도실 한 칸에 상자를 여러 개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라벨이 없으면 상자를 매번 꺼내 열어보고 다시 쌓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속옷이나 양말처럼 작은 소품은 큰 상자 안에서 다시 파우치나 지퍼백으로 한 번 더 나눠 담으면 뒤섞이지 않는다. 종류별로 나누고 겉면에 적어두면 다음 계절 옷이 필요할 때 원하는 상자만 바로 골라 꺼낼 수 있다.
여름 이불이나 얇은 패딩 이불을 좁은 공간에 넣으려고 압축팩으로 공기를 다 빼서 납작하게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아파트먼트 테라피는 두꺼운 침구일수록 충전재가 영구적으로 눌리지 않을 정도로 헐렁하게 접어서 보관해야 한다고 짚는다. 압축한 상태로 오래 두면 충전재가 눌린 모양 그대로 굳어, 압축팩을 풀어도 원래의 두께와 폭신함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공간이 부족한 좁은 집이라면 압축팩을 아예 쓰지 않기보다는, 계절이 지나는 몇 달만 최소한으로 눌러두고 오래 방치하지 않는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부피가 큰 극세사 이불이나 오리털 이불일수록 압축을 오래 유지할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손상이 남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상자를 바닥에 그대로 내려놓거나 난방기, 보일러 배관 근처에 두는 것도 피해야 할 습관이다.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서늘하고 건조한 장 안에 보관함을 두는 것이 좋다. 국내 아파트에서는 베란다나 다용도실이 여름엔 뜨겁게 달아오르고 겨울엔 급격히 차가워지는 공간이라 옷 보관에는 오히려 불리한 편이다.
바닥에 바로 놓으면 장판이나 바닥의 습기가 상자 밑면으로 스며들 수 있고,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특히 장마와 무더위를 지나온 여름옷과 이불은 습기를 가장 많이 머금은 상태이므로 보관 장소의 습도 관리가 다른 계절보다 더 중요하다. 붙박이장 안쪽이나 방 안 옷장처럼 온도 변화가 적은 공간에 올려두는 것이 습기와 온도 변화를 동시에 피하는 방법이다.
실크나 얇은 니트처럼 섬세한 원단은 처음부터 밀폐된 비닐에 넣기보다 숨을 쉴 수 있는 면 커버를 씌우는 편이 낫다. 아파트먼트 테라피는 완전히 밀봉하면 남아 있던 미세한 습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 오히려 변색이나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짚는다. 통기성이 있는 커버는 먼지를 막아주면서도 옷이 숨을 쉴 틈을 남겨주고, 옷장이나 붙박이장 안에서도 먼지가 옷에 바로 닿는 것을 막아준다.
보관은 한 번 넣어두고 잊어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상자를 한 번씩 열어 상태를 확인하면, 첫 더운 날이 오기 전에 미리 다시 세탁하거나 수선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첫 무더위가 닥친 뒤에야 상자를 열면 얼룩이나 냄새를 발견해도 손 쓸 시간이 부족해지므로, 계절이 바뀌는 시점마다 미리 한 번씩 확인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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