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사기 무섭다… 명절 장볼 때 소비자가 느낀 부담감 1위 품목

연휴는 짧아졌는데 씀씀이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실시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짧아진 연휴 속에 여행 대신 귀성을 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귀성 44.2%로 늘고, 여행은 줄고

사단법인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김연화)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20~69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추석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귀성을 계획한다는 응답은 44.2%로 지난해(36.4%)보다 7.8%포인트 늘었다. 반면 국내여행 계획은 23.2%에서 17.9%로, 해외여행은 5.7%에서 2.8%로 각각 줄었다. 올해 전체 응답 가운데 가장 많이 꼽힌 연휴 계획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44.7%)이었고, 귀성(44.2%)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이어 성묘·납골당 방문(23.2%), 형제자매·친인척 방문(18.9%), 국내여행(17.9%), 친구·지인 만남(16.9%) 순이었다. 연휴가 짧아지면서 먼 곳으로 떠나기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셈이다.

예산 72만 8630원…부모님 용돈 30만원, 4인가구는 90만원 훌쩍

지출 규모도 만만치 않다. 올해 추석 예상 지출액은 평균 72만 863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71만 2300원)에 이어 2년 연속 70만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가구 규모별 격차는 뚜렷했다. 4인 이상 가구의 예상 지출액은 평균 90만 7300원으로 가장 높았고, 1인 가구는 52만 6700원으로 가장 낮아 두 집단 간 차이가 약 38만원에 달했다.

세부 지출 항목을 보면 해당 지출이 있는 응답자 기준으로 부모님 용돈이 평균 30만 4900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명절 음식(상차림) 관련 지출이 22만 3900원, 교통·체류 관련 지출이 19만 2300원으로 뒤를 이었다. 명절 먹거리를 장만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다. 5점 만점 기준으로 과일 구입비 부담이 4.08점으로 가장 높았고, 축산물 3.98점, 수산물 3.79점 순이었다. 실제로 올여름 이어진 폭염으로 축산물과 일부 채소류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명절 성수품을 장만하는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이 예년보다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매우 부담" 60.8%…1년 새 9.6%포인트 급증

체감 부담을 직접 물은 결과는 한층 뚜렷했다. 올해 추석 지출이 '매우 부담된다'고 답한 소비자는 60.8%로, 지난해(51.2%)보다 9.6%포인트나 늘었다. 소비자 10명 중 6명이 명절 지출에 강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예산 자체는 2년 연속 70만원대로 큰 변동이 없었지만, 부모님 용돈과 상차림비, 교통·체류비 등 필수 지출 항목이 겹치면서 체감 부담이 예산 증가 폭 이상으로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도 1순위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부담이 커졌다고 해서 명절의 의미 자체가 흔들린 것은 아니었다. 명절 소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물은 결과, '가족·친지와 보내는 시간 및 관계 유지'가 24.7%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실용성(16.9%), 가격(15.5%), 건강(14.0%) 순이었다. 지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정작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명절 소비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은 것이다.

정부엔 "담합 감시" 53.7%, 유통업체엔 "실질 할인" 56.7% 요구

2026 추석 소비자 인식 조사. /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제공.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묻자 '가격 담합 및 부당가격 감시'가 53.7%로 가장 많이 꼽혔다. 성수품 가격 안정(49.7%),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확대(38.6%), 유통단계별 가격·비용 구조의 투명한 공개(32.7%)가 뒤를 이었다. 단순 할인 지원보다 시장 가격 자체를 감시하고 관리해달라는 목소리가 더 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통업체를 향해서는 '실질적인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응답이 56.7%로 가장 높았고, 할인 전후 가격의 투명한 표시(38.0%), 품질 관리 강화(32.7%)가 뒤를 이었다. 정부에는 시장 감시와 성수품 관리를, 유통업체에는 눈속임 없는 실질적 할인과 투명한 가격 정보를 요구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이런 소비자 요구는 최근 정부 대책과도 맞물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1490억원을 투입해 역대 최대 규모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에 나섰고, 전국 300개 전통시장에서는 국내산 농축산물 구매액의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할인 지원 확대 자체보다 애초에 가격이 부풀려지지 않도록 하는 시장 감시 강화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방향과 소비자 체감 사이에 다소 간극이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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