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병영 추억 역사 속으로… ‘군대리아’ 식판서 완전 자취 감췄다

군대 급식의 상징이자 예비역들의 추억거리였던 ‘군대리아’가 병영 식판에서 마침내 자취를 감췄다. 눅눅하게 쪄낸 빵에 딸기잼을 바르고 양배추 샐러드와 정체불명의 혼합 패티를 얹어 먹던 군대식 햄버거 대신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 햄버거가 부대 식당 안에서 갓 조리돼 장병 식탁에 오른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AI로 제작된 이미지.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가 전북 임실군 육군 제3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식당에서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민간 푸드서비스 기업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위탁 운영하는 영내 급식 사업장에 프랜차이즈 조리 시설과 패티 그릴, 전기 튀김기 등 전문 조리 설비를 직접 이식한 첫 사례다. 장병들은 부대 인트라넷이나 훈련소 내 전용 키오스크를 통해 사전에 원하는 버거와 사이드 메뉴를 신청한다. 이후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매장에서 방금 튀겨낸 감자튀김과 따뜻한 버거 세트를 제공받는다. 하루 최대 250식 규모로 조리·공급되는 이 방식은 기존의 일괄 대량 급식 틀을 깨는 대전환이다.

군 급식 햄버거의 역사는 1980년대 중후반으로 올라간다. 국방부가 쌀 중심의 단조로운 식단을 벗어나 장병들에게 서구식 별미를 선사하겠다는 취지로 주 1~2회 정규 빵식 제도를 도입한 것이 모태다. 초기 군대리아는 장병이 식판 위에서 직접 내용물을 조립해 완성하는 전형적인 자급식 형태였다. 대형 찜통에서 유증기로 쪄내 축축해진 버거번 두 개 사이에 닭고기와 돼지고기, 대두 단백을 섞은 저가형 혼합 패티를 넣었다. 여기에 케첩과 마요네즈로 버무린 양배추 샐러드, 군용 파우치로 보급되던 딸기잼이나 포도잼을 빵 안쪽에 두껍게 바른 뒤 크림스프나 흰 우유를 곁들여 먹었다. 단맛과 짠맛이 결합한 이 독특한 조합은 사회의 정통 햄버거와는 전혀 다른 군대만의 독자적인 식문화를 형성했다. 빵을 뜨거운 크림스프에 적셔 부드럽게 넘기거나 우유에 으깨 먹는 식의 변형 조리법이 선후임 간에 전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내 대량 조리의 한계와 퍽퍽한 혼합 패티의 낮은 질, 조리병의 위생 관리 미흡 등은 지속적인 불만의 대상이었다. 식재료 품질 논란과 함께 소화 불량을 호소하는 장병도 적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 국방부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쌀가루 함유 번을 보급하고 패티의 육류 함량을 높였다. 쇠고기·새우·치킨 패티로 메뉴를 다변화하고 핫도그와 시리얼을 교차 지급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대형 솥과 찜기에 의존하는 대량 조리 방식 자체를 바꾸지 못해 장병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다.

급식 체계의 결정적 전환점은 부실 급식 파동이 불거진 2021년이었다. 국방부는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농·축협 수의계약 중심의 식자재 공급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경쟁 입찰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월 6회 제공되던 빵식 중 1회를 시중 프랜차이즈 완제품 세트로 대체하는 방침도 함께 마련됐다. 2021년 1인당 하루 8790원에 불과했던 장병 기본 급식비 단가는 지속적으로 인상되어 1만 4000원 선까지 상향 조정됐다. 예산 증액과 함께 조리병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고 신세대 장병의 급식 만족도를 즉각 올리기 위해 민간 위탁 급식이 급격히 확산했다.

과거 완제품 배달 시 발생하던 식은 버거와 눅눅한 감자튀김 문제를 영내 직접 조리로 해결하면서 군 급식 체계는 '대량 조리'에서 '외식형 맞춤 급식'으로 빠르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현재 2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군 급식 시장에는 풀무원푸드앤컬처,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 대형 식음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이 운영을 맡은 영내 식당은 육·해·공군 전역에서 50여 곳에 달한다.

군대리아의 퇴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아쉬움과 반가움이 교차한다. 예비역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지나간 청춘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묘한 입맛을 다시는 목소리가 나온다. 30대와 40대 이상 예비역들은 "식판 한구석에 잼을 바르고 스프에 빵을 적셔 먹던 열악했지만 정겨운 추억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아쉽다", "맛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가끔 그 특유의 달달하고 퍽퍽했던 군대리아 조합이 생각나곤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현역 장병과 입대를 앞둔 20대 청년층,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들 사이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크다. "군대 급식이 시중 외식 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반가운 일", "조리병들의 고충을 덜고 영양과 위생이 검증된 브랜드 버거를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병영 내 식문화가 열악했던 시절의 견딤과 참음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과 품질을 보장받는 현대적 복지 형태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식판에 잼을 짜 넣고 손수 비벼 먹던 빵식 세대는 이제 완전히 막을 내렸다. 군 당국과 급식업계는 이번 35사단 신병교육대대의 운영 성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영내 프랜차이즈 상시 조리 코너 설치를 전 부대 신병교육대대와 야전 부대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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