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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기차표를 구하는 과정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정식 예매에서 원하는 시간대를 놓쳤다고 끝이 아니다. 잔여석을 확인하고, 예약 대기를 걸고, 결제 기한이 지난 뒤 다시 풀리는 좌석을 기다린다. 휴대전화 화면을 수시로 새로고침하다 자리가 나타나면 재빨리 눌러야 한다. 콘서트 취소표를 노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른바 ‘취켓팅’이다. 그런데 목적지는 공연장이 아니라 고향이다. 올해 이 현상이 더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단순히 기차표가 구하기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식 예매에서 실패한 뒤 취소된 자리까지 다시 경쟁하는 과정 자체가 점점 평범한 명절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숫자를 보면 올해 경쟁이 치열했다는 체감에는 근거가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2026년 추석 승차권 예매에서는 공급 좌석 214만 석 가운데 180만 매가 판매돼 예매율 84%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명절 예매율이 6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KTX만 놓고 보면 예매율은 92.7%였고, 코레일은 지난해 추석보다 전체 예매율이 21.3%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는 올해 짧아진 명절 연휴에 이동 수요가 집중된 점을 꼽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올해가 KTX와 SRT 통합 이후 처음 맞는 추석이라는 사실이다. 9월 1일부터 KTX·SRT가 통합 운행되면서 정부는 주중 하루 약 1만5000석, 주말에는 최대 1만7000석의 좌석을 추가 공급했고, 수서축 좌석은 약 30% 확대했다. 통합 앱 ‘코레일+’에서는 기존 서울역·수서역 출발 열차를 한 번에 검색하고 예매할 수 있게 됐다. 정책만 보면 선택지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첫 명절의 풍경은 “좌석이 늘었으니 이제 표 잡기가 쉬워졌다”와는 거리가 있었다. 공급이 늘어도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는 날짜가 몇 날에 몰리면 인기 시간대의 병목은 그대로 남는다. 올해 추석 승차권 판매 대상 역시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의 열차였다.
이 현상을 나의 시선으로 보면 조금 다른 맥락도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수도권 청년의 삶’에 따르면 2022년 수도권 청년가구 가운데 1인가구는 151만 가구로 55.2%를 차지했다. 서울 청년가구만 보면 1인가구 비율은 64.5%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청년가구는 만 15~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를 뜻하므로 모든 20대를 의미하는 수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청년층에서 본가와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형태가 이미 상당히 보편화됐다는 점은 보여준다. 대학과 취업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사는 청년에게 명절은 관광을 떠나는 휴일과는 조금 다르다. 평소 생활하던 원룸이나 자취방을 떠나, 잠시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몇 안 되는 시기일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올해 ‘취켓팅’에서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우리 세대가 이런 과정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강신청에서 초 단위로 버튼을 눌러봤고, 공연 티켓에서는 대기번호를 기다려봤으며, 인기 팝업이나 한정 상품도 예약 시간이 되면 일단 접속부터 한다. 원하는 것이 한정돼 있으면 ‘한 번에 실패해도 다음 기회를 노린다’는 방식에 익숙하다. 명절 기차표도 마찬가지다. 정식 예매에서 실패하면 “취소표 보면 되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실제로 올해 일반예매 승차권 역시 정해진 기한까지 결제하지 않으면 자동 취소되고, 해당 좌석은 예약 대기 신청자에게 순차적으로 배정된다. 잔여석은 정식 예매 종료 직후부터 별도로 판매됐다.
원래 취소표는 누군가 예약을 포기했을 때 우연히 생기는 보완적인 선택지에 가까웠다. 그런데 정식 예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처음부터 ‘1차에서 못 잡으면 취소표를 노리면 된다’는 두 번째 과정까지 예상한다. 다시 말해 취켓팅은 예외적인 구제책이 아니라 사실상 예매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표를 놓고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탈락하면 이번에는 누군가 포기한 표를 놓고 다시 경쟁한다. 취소된 자리조차 ‘티켓팅’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청년세대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경쟁 자체가 새로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못 얻으면 다시 확인하고, 빈자리가 생기면 빠르게 누르고, 그래도 실패하면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이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아니다. 좌석이 한정돼 있고 모두가 비슷한 날 이동하려 한다면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다만 본가를 떠나 사는 사람이 많아진 세대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1차전과 2차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사실은 한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취켓팅은 단순히 “열차가 부족하다”는 단순한 수급의 문제 이상의 현상을 보여준다. 인프라가 확충되고 시스템이 개선되더라도, 짧은 연휴와 한정된 시간 속에서 1차 경쟁에 밀려난 사람들은 지극히 유연하게 취소표라는 2차 경쟁판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쟁의 단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이, 집에 돌아가는 고단함은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올해 추석 기차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결국 예매율 84%라는 숫자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가 포기한 자리마저 다시 티켓팅해야 하는 일을 우리가 점점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세대에게 취켓팅은 벌써 낯선 신조어라기보다 알아두면 유용한 생활 기술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취소표는 언제 잘 풀리는가”라는 질문보다 먼저 던져야 할 물음은, 집에 돌아가는 길마저 두 번씩 경쟁해야 하는 일이 언제부터 이렇게 당연해졌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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