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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가 되면 옷장 앞에서 한숨이 나온다. 반팔과 얇은 셔츠만 걸려 있던 자리에 두꺼운 니트와 코트를 밀어 넣어야 하는데, 옷장 문이 잘 닫히지 않을 정도로 이미 빽빽하다. 옷걸이를 늘리거나 수납함을 새로 사들이기 전에, 옷을 정리하는 순서 자체를 한 번 바꿔보는 것이 먼저다.
옷장이 좁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법은 수납 상자를 더 사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 가와다 마리코(川田真梨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속 옷을 전부 꺼내 입을지 안 입을지부터 가린다고 말한다. 공간을 더 만드는 것보다 이미 가진 옷의 수를 줄이는 쪽이 먼저라는 것이다.
가와다는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은 과감히 팔거나 주변에 나눠준다고 설명한다. 남길 옷과 팔 옷, 나눠줄 옷과 버릴 옷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면 옷장 관리 자체가 쉬워지고, 이 과정이 곧 계절 준비를 겸하게 된다. 옷걸이 개수를 늘리기 전에 옷의 총량을 줄이는 편이 좁은 옷장에서는 훨씬 효과적이다.
이렇게 옷을 추려 놓으면 옷장에 걸 옷과 접어 넣을 옷의 비율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옷을 살 때부터 세탁 표시를 확인해두면 나중에 관리하기가 쉬워지는데, 물세탁이 가능한 옷일수록 자주 빨아 새 옷처럼 유지할 수 있고 계절이 바뀔 때 정리 부담도 줄어든다.

두꺼운 니트와 코트를 빈틈없이 밀착시켜 걸어두면 옷 사이로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 습기를 머금은 옷 한 벌이 다른 옷과 계속 맞붙어 있으면 곰팡이와 특유의 수납 냄새가 옮아붙기 쉽다. 겨울옷은 소재가 무겁고 두꺼운 만큼 환기가 잘 되도록 여유 공간을 두고 걸어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 가와다의 설명이다.
옷장 폭이 좁아 간격을 넉넉히 두기 어렵다면 옷걸이 사이를 살짝 벌려 최소한의 틈만 만들어도 공기 흐름이 달라진다. 통풍이 안 되는 밀폐형 비닐 커버는 오히려 습기를 가두므로 두꺼운 겨울옷에는 천으로 된 커버나 커버 없이 거는 편이 낫다. 세탁이 어려운 울 코트를 젖은 채로 걸어두면 안 되며, 바깥 활동 뒤에는 창가에서 완전히 말린 다음 옷장에 넣어야 곰팡이를 막을 수 있다.
옷장 안쪽 구석보다 문 쪽에 가까운 자리가 상대적으로 공기 순환이 잘 되므로, 곰팡이에 약한 울 소재나 무스탕류는 문 가까운 쪽에 걸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별도의 제습제를 사기 전에 옷장을 자주 열어 환기해주는 습관 자체가 가장 기본적인 관리법이다.
옷장 정리에서 자리 배분은 옷의 종류보다 사용 빈도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효율적이다. 매일 걸치는 가디건이나 얇은 니트는 손을 뻗으면 바로 닿는 가슴 높이에서 눈높이 사이에 두고, 특별한 자리에서만 입는 정장 코트나 두꺼운 아우터는 위쪽 선반으로 올린다. 자주 쓰는 옷이 손 닿기 어려운 곳에 있으면 꺼낼 때마다 다른 옷을 건드리게 돼 옷장 전체가 금방 흐트러진다.
이 원칙은 서랍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매주 입는 니트는 서랍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앞쪽이나 위쪽 칸에 넣고, 계절 끝물에나 한두 번 꺼내는 두꺼운 스웨터는 서랍 안쪽이나 아래쪽에 넣어두면 필요한 옷을 찾느라 서랍 속을 다 헤집을 일이 줄어든다. 계절이 진행될수록 이 위치를 새로 바꿔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코트나 재킷처럼 옷걸이에 거는 아우터도 자주 입는 순서대로 문에서 가까운 쪽에 걸어두면 아침마다 옷을 고르는 시간이 줄어든다. 반대로 계절 초반이나 끝물에만 잠깐 입는 얇은 겉옷은 옷장 가장 안쪽으로 옮겨두는 식으로 배치를 조정해주면 좋다.
옷장 위 칸이나 침대 밑에 계절 지난 옷을 상자에 담아 보관할 때, 크기가 제각각인 상자를 아무렇게나 쌓아두면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매번 상자를 꺼내 열어봐야 한다. 상자는 한 가지 크기로 통일하고, 뚜껑이 아니라 상자 앞면에 라벨을 붙여두면 쌓아둔 채로도 내용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라벨에는 '겨울 니트'처럼 옷 종류만 적기보다 어느 계절에 다시 꺼낼지까지 함께 적어두면 다음 환절기에 옷장을 다시 열 때 훨씬 수월하다. 투명한 소재의 상자를 쓰면 라벨 없이도 내용이 어느 정도 들여다보이지만, 습기와 먼지를 함께 막으려면 뚜껑이 밀착되는 상자에 방충제를 같이 넣어두는 것이 안전하다.
여러 개의 상자를 쌓아 올릴 때는 무거운 옷이 든 상자를 아래, 가벼운 옷이 든 상자를 위로 두어야 무게에 눌려 아래쪽 옷이 상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라벨에 안에 든 옷의 종류와 대략적인 개수를 함께 적어두면 다음 계절에 상자를 다 열어보지 않고도 어떤 상자부터 꺼낼지 가늠할 수 있다.
옷을 접어 서랍에 세워 넣는 정리법이 자리를 잡았어도, 서랍이 꽉 차서 여닫을 때마다 옷을 눌러야 겨우 닫힌다면 그 자체가 문제다. 서랍을 억지로 밀어 닫거나 옷을 꺼낼 때마다 흔들어 빼야 하는 상태가 되면, 니트 표면이 서랍 벽이나 다른 옷과 계속 마찰을 일으켜 보풀이 일고 조직이 눌린다. 서랍은 손을 넣어 옷 한 벌을 여유 있게 뺄 수 있는 정도까지만 채우는 것이 기준이다.
부직포나 종이로 만든 칸막이를 서랍 안에 세워두면 접어 넣은 옷이 옆으로 쓰러지지 않아 여백을 유지하기가 쉬워진다. 옷장 하나에 옷걸이 구역 하나, 접어 넣는 서랍 구역 하나, 계절 지난 옷을 담은 라벨 상자 하나로 구역을 단순하게 나눠두면 일반적인 붙박이장 크기에서도 옷을 눌러 채우지 않고 관리할 수 있다.
서랍 하나에 니트를 몇 장까지 넣을지 미리 정해두고, 그 기준을 넘으면 다른 서랍이나 상자로 옷을 옮기는 편이 낫다. 자주 갈아입는 기본 니트 몇 장만 서랍에 남기고 나머지는 라벨 상자로 보내는 것도 서랍의 여유를 지키는 방법이다.
겨울옷은 매번 세탁하기 어려운 소재가 많아 담배 냄새나 수납 특유의 냄새가 배기 쉽다. 가와다는 옷에는 향이 강하지 않은 무향 탈취 스프레이를 쓰고, 소파나 러그처럼 면적이 넓은 패브릭에는 향이 있는 방향형 스프레이를 구분해서 쓴다고 설명한다. 자주 세탁하기 어려운 모자류에는 무향 제품만 소량 뿌려 형태가 망가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세탁 표시에 물세탁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 옷은 냄새가 심하게 배기 전에 미리 세탁해두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세탁이 안 되는 아우터나 니트는 통풍이 잘 되는 창가에 잠깐 걸어 환기시킨 뒤 탈취 스프레이를 가볍게 뿌리고, 계절이 끝날 때는 전문 세탁소에 맡겨 보관하면 옷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스프레이는 밀폐된 옷장 안이 아니라 환기가 되는 공간에서 뿌린 뒤 완전히 말라 냄새가 가신 다음 옷장에 넣는 것이 안전하다.
장갑이나 목도리처럼 작은 소품도 겨울 내내 손이 많이 닿아 냄새가 배기 쉬운데, 세탁이 가능한 소재라면 스프레이보다 세탁을 우선하는 것이 낫다. 다만 가죽 장갑처럼 물세탁이 어려운 소재는 무향 스프레이로 가볍게 관리하고, 완전히 마른 상태로 넣어둬야 곰팡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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