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매출 비중 2배 폭등… 추석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이것’

올해 추석 선물 시장은 뚜렷한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대형마트에서는 가격 부담을 낮춘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를 끄는 반면, 백화점에서는 오히려 초고가 프리미엄 상품 수요가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 같은 명절을 앞두고도 유통 채널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방식이 확연히 갈리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몇 년째 이어져 온 밥상 물가 상승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석맞이 농축산물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진행중인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마트는 5만~10만원대가 대세…이마트 21.9%↑ 최대 신장

대형마트에서는 5만~1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이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 가격대 매출은 지난해보다 21.9% 늘어 전체 가격대 중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5만원 미만 초저가 상품이나 1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상품보다, 그 중간 지점인 5만~10만원대가 가장 무난하면서도 성의를 갖췄다는 인상을 주는 가격대로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오는 24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를 진행하며, 행사카드로 상품을 구매하면 금액에 따라 최대 250만원의 신세계상품권을 증정하는 프로모션도 함께 운영한다.

이 기간에는 3만원대 배 세트와 10만원대 한우, 10만원 미만으로 가격을 맞춘 전복·굴비 세트, 5만원대 와인 선물세트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사전예약 기간 인기를 끌었던 기존 인기 상품에 더해 새로운 구성을 추가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 폭 자체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은 명절 선물에 대한 고객들의 가격 부담을 낮추면서도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통업계 조사에서도 대형마트의 5만원 미만 실속형 선물세트 비중은 7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가격 저항선을 낮추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는 단순히 저렴한 상품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구성 자체를 알차게 짜서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높이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백화점은 정반대…50만원 이상이 40%, '초희귀·초간편·초신선'

반면 백화점은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인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50만원 이상 고가 상품 비중이 40% 안팎에 달할 만큼, 한우와 와인 같은 프리미엄 선물이 여전히 강세다. 이런 고가 상품군의 꾸준한 인기는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명절만큼은 격식을 갖추려는 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를 진행 중인데, 앞서 지난달 14일부터 진행한 사전예약 판매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40% 늘어날 만큼 선물 수요가 견조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올해 세트 품목 수를 지난해보다 약 20% 늘리고 물량도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고물가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선물 수요만큼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백화점이 단순히 가격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 자체를 세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은 받는 사람의 취향과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상품을 '초희귀·초간편·초신선'이라는 세 갈래로 나눴다. 청과류는 청송 사과와 안성 배, 영광 망고 등 우수 산지를 직접 발굴한 셀렉트팜 상품으로 차별화했고, 백자 달항아리와 나전 공예 같은 장인 상품, 한식 디저트도 함께 내놨다. 여기에 유럽 신년음악회와 홍콩 미식 여행, 세렝게티 탐방 같은 이색 경험형 여행 상품까지 추석 선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값비싼 물건을 넘어 특별한 경험 자체를 선물하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구성이다. 단순히 고가 제품을 나열하기보다, 받는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춰 세밀하게 큐레이션한 상품을 내세우는 것이 최근 프리미엄 선물 시장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특산물과 손질 수산물…달라지는 선물 콘텐츠

가격대뿐 아니라 선물의 내용물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특정 산지를 내세운 '로컬·제철' 세트가 백화점가의 핵심 트렌드로 꼽히는데, 지역 특산 배와 사과처럼 원산지를 명확히 밝힌 과일·수산물 세트가 대표적이다. 수산물 선물에서는 손질과 비늘 제거까지 마쳐 바로 구울 수 있는 형태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리에 서툰 사람도 부담 없이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명절 선물을 받고도 손질이 번거로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받는 즉시 조리에 활용할 수 있는 형태가 대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서도 추석 선물세트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품목은 과일류와 소고기로 나타났으며, 평균 예산은 약 16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과일과 소고기라는 전통적인 선물 품목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산지와 손질 방식, 구성 등 세부적인 디테일을 얼마나 세심하게 챙기느냐가 최근 선물 트렌드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는 셈이다.

홈쇼핑도 참전…식품·건강기능식품 비중 10년새 2배로

홈쇼핑 업계 역시 명절 선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GS샵에 따르면 2016년과 올해 추석 연휴 전 3주간 매출 비중을 비교한 결과, 식품 비중은 9.3%에서 17.9%로, 건강기능식품·건강용품 비중은 7.0%에서 15.3%로 각각 크게 늘었다. 10년 새 두 품목의 매출 비중이 나란히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홈쇼핑은 맛집 브랜드 협업 식품과 해외 직수입 식품, 간편식 등으로 상품군을 다양화하며 대형마트·백화점과는 다른 방식으로 명절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는 홈쇼핑 특유의 형식은 명절을 앞두고 짧은 시간 안에 선물을 골라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효율적인 선택지로 통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연계한 실시간 주문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홈쇼핑 명절 선물 시장은 매년 조금씩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결국 올해 추석 선물 시장은 대형마트가 가성비와 실속형 상품으로 명절 물가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하는 사이, 백화점은 초고가·맞춤형 프리미엄 상품으로, 홈쇼핑은 간편식과 이색 식품으로 각기 다른 승부수를 던지는 3색 경쟁 구도로 요약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양극화가 단순히 소비자의 경제적 여력 차이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소비자라도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은 다소 무리해서라도 프리미엄 제품을 고르고, 직장 동료나 지인에게 돌리는 선물은 실속형으로 나누는 이른바 '선물 이원화' 소비 패턴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관측이다. 받는 대상과 관계의 깊이에 따라 예산 자체를 다르게 책정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한 사람이 마트와 백화점을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채널마다 전략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남들과 다른 선물'을 찾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읽힌다. 해마다 비슷한 구성으로 채워지던 선물세트 매대가, 이제는 가격과 산지, 손질 방식, 심지어 경험까지 세분화된 선택지로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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