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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가격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형태의 인상이 밥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식재료 값이 오를 때 가격표 숫자를 올리는 대신, 재료나 서비스를 슬쩍 줄여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이른바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이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처럼 소비자물가지수에는 드러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런 '조용한 인상'이 번지는 배경에는 눈에 보이는 외식 물가 자체의 고공행진이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9080원으로, 지난해 9월(8741원)보다 339원(3.9%) 올랐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평균 1만 6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전남·광주가 8278원으로 가장 저렴해 지역 간 체감 물가 차이도 뚜렷했다. 서울 지역 김치찌개 백반은 8769원까지 올라, 2021년 10월 7000원대에서 2023년 12월 8000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계속 상승세다. 냉면과 비빔밥은 이미 1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8월 기준 냉면은 1만 845원으로 1년 전보다 353원(3.4%), 비빔밥은 1만 314원으로 228원(2.3%) 각각 올랐다. 짜장면도 7000원대에 접어들었다.
서민 대표 음식인 김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서울 지역 김밥 평균 판매가는 지난 7월 3869원으로, 지난 4월(3800원) 이후 석 달 만에 40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유명 프랜차이즈에서는 이미 4000~5000원대 김밥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김가네의 기본 김밥은 한 줄에 5000원, 고봉민김밥은 4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외식비만 오르는 게 아니라 집에서 직접 해 먹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삼겹살 1인분에 필요한 재료의 올해 상반기 평균 가격은 총 1만 191원으로, 지난해(9519원)보다 7.1% 올랐다. 4인 가족이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고 가정하면 비용은 3만 8076원에서 4만 764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김밥도 사정이 비슷하다. 단무지와 계란, 마른김 등 김밥 재료를 단위별로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올해 1분기 기준 1만 182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만 2838원)보다는 7.9% 낮아졌지만, 이는 여전히 김밥 한 줄 외식 가격의 3배에 이른다. 만들어 파는 사람도, 사 먹는 사람도 이중으로 부담을 지는 구조다.
이런 압박 속에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4만 7863명으로, 2023년 11월(5만 4088명) 이후 31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이미 5만명 선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난해(1만 30원) 처음 1만원을 넘어선 뒤 올해(1만 320원)도 2.9% 올랐고, 내년(1만 700원)에는 인상률이 3.7%로 더 커질 예정이어서 인건비 부담은 계속 무거워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택하는 방식이 스텔스플레이션이다. 실제로 한 김밥집은 재료비가 오르자 3500원이던 김밥 가격은 유지한 채 대표 재료인 햄을 아예 빼고 팔기 시작했다. 기본 반찬에서 김을 빼거나, 무료로 제공하던 공깃밥을 유료로 바꾼 식당들도 있다. 가격표만 봐서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받는 음식의 구성 자체가 조금씩 얇아지고 있는 셈이다. 값을 직접 올리면 손님의 발길이 바로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이렇게 눈에 덜 띄는 방식으로 원가 상승분을 메우는 쪽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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