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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를 회로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상한 믿음 같은 게 있다. 민물고기라도 1급수에 살거나 비늘이 적고 점액질이 많은 물고기는 기생충 걱정 없이 날로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이 속설이 정말 맞는지 확인하겠다며 한 생물 유튜버가 실험실 문을 두드렸다.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을 운영하는 김준영이 '1급수에 사는 민물고기는 회로 먹어도 될까? 쏘가리회, 은어회 정말 안전할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김준영은 민물고기 기생충인 흡충류를 둘러싼 정보가 뒤섞여 있어 무엇이 사실인지 헷갈려 하는 시청자가 많았다며 영상을 만든 취지를 밝혔다.
실험은 서울에 있는 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연구소에서 이뤄졌다. 신혜주 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연구소 연구원과 홍수지 메디체크연구소 연구원, 오율 기생충박물관 학예사가 실험에 참여했다.
이날 실험대에는 여섯 종의 민물고기인 은어, 쏘가리, 대농갱이, 메기, 밀자개, 동자개가 올랐다. 은어는 자연산과 양식을 모두 준비했다.
은어와 쏘가리는 비늘이 있는 어종이다. 은어는 특유의 수박 향 덕분에 회와 구이로 즐겨 먹는다. 자연산 은어는 크게 자란다. 쏘가리는 육식성 민물고기다. 자연산 회로 특히 인기가 높다. 쏘가리는 맑은 물에 사는 대표적인 어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1급수에 사는 쏘가리를 회로 먹으면 안전하다'는 말이 퍼져 있다.

나머지 네 종은 비늘이 없다. 메기와 함께 대농갱이, 밀자개, 동자개는 모두 메기목 동자개과에 속한다. 동자개는 흔히 '빠가사리'로 불리며 매운탕 재료로 널리 쓰인다. 대농갱이는 최대 50cm까지 자란다. 생김새가 동자개와 비슷하지만 몸이 더 가늘고 길다. 밀자개는 기수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세 어종은 생김새가 닮아 낚시인들도 구분을 어려워한다.
민물고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생충은 흔히 '디스토마'로 불리는 흡충류다. 간에 기생하는 간흡충과 장에 기생하는 장흡충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이 이날 찾으려 한 것은 흡충의 애벌레 단계인 피낭유충이었다. 피낭유충은 흡충이 물고기 몸속에서 얇은 막에 싸여 웅크리고 있는 단계다. 사람이 이 유충이 든 물고기를 익히지 않고 먹으면 유충이 몸속에서 성충으로 자라 병을 일으킨다.
검사는 여러 단계를 거쳤다. 먼저 물고기를 토막 낸 뒤 인공적으로 만든 소화액을 부었다. 이를 섭씨 37도 배양기에 한 시간가량 뒀다. 단단한 근육을 연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어 물고기를 곱게 갈아 다시 두 시간 동안 배양기에 보관했다. 거름망으로 가시와 찌꺼기를 걸러낸 뒤 침전 과정을 거쳐 상층액을 버렸다. 마지막으로 생리식염수로 세척한 침전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결과는 어땠을까. 자연산 은어에게서만 피낭유충이 나왔다. 나머지 다섯 종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양식 은어에서도 유충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연산 은어에서 나온 피낭유충은 요코가와흡충의 것으로 추정됐다. 요코가와흡충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감염이 많은 장흡충이다. 물속 알은 다슬기 몸속으로 들어간다. 그 다슬기를 먹은 은어에게 다시 옮겨간다. 사람은 이 은어를 날로 먹어 감염된다. 과거 전국 하천 조사에서는 은어의 절반가량에서 요코가와흡충 피낭유충이 확인된 바 있다. 감염되면 설사와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유충의 크기는 100~20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해 육안으로는 아주 작은 점으로만 보였다.
신 연구원은 결과만 보고 안전을 장담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역마다 다르고 개체마다도 다르다. 같은 지역이라도 어떤 개체는 나오고 어떤 개체는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성이 나온 어종에서도 기생충 감염 사례는 보고돼 있다. 신 연구원에 따르면 쏘가리에서는 악구충이라는 선충류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다. 악구충은 유극악구충으로도 불리며 담수어를 매개로 사람에게 감염된다. 메기의 경우 국내는 아니지만 중국 일부 연구진 조사에서 메기장흡충이라는 흡충류가 나온 사례가 있다. 동자개에서는 2017년 연구소 내부 조사 때 13마리 중 1마리꼴로 간흡충 피낭유충이 발견되기도 했다.
비늘이 없어 안전하다는 속설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멀다. 신 연구원은 "피낭유충은 비늘 밑에 있을 수도 있다. 물고기 근육 속에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디스토마로 불리는 간흡충도 근육에서 발견될 수 있다. 비늘이 없는 동자개에서 간흡충 피낭유충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흡충 감염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간흡충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기생충이다. 크기는 1~2cm가량이다. 간 조직이 아니라 담관 안에 기생한다. 주로 잉어과 민물고기가 감염원으로 꼽힌다. 민물고기를 날로 먹는 문화가 남아 있는 한국은 담관암 고위험 국가로 분류된다.
간흡충 감염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내다 합병증이 생긴 뒤에야 발견되기도 한다. 간흡충은 담관에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감염이 반복되고 기생충 수가 늘면 담관을 막아 담즙 흐름을 방해한다. 심하면 담관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 학예사는 "적게 걸리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갈 수도 있다. 다만 많이 걸리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날로 먹은 뒤 기생충약을 먹으면 된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오 학예사는 "약국에서 파는 일반 구충제로는 흡충을 없앨 수 없다. 흡충 치료제는 세고 예민한 약이라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 간흡충 치료에는 프라지콴텔이라는 전문의약품이 쓰인다. 처방 없이는 구할 수 없다.
가장 확실한 예방책으로는 익혀 먹기가 꼽혔다. 오 학예사는 "최고의 예방법은 익혀 먹는 것이다. 자연산 민물고기는 익혀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준영도 "자연산 민물고기를 날로 먹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양식 민물고기를 권했다.
기생충의 역사는 길다. 이집트 의료 고문서와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기생충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조선시대 미라에서 디스토마 감염 흔적이 확인된 사례가 있다. 한 임산부 미라에서는 폐흡충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실험을 진행한 연구소 인근 기생충박물관에는 실제 사람 몸에서 나온 회충 표본도 전시돼 있다. 암컷 회충 한 마리는 하루에 알을 20만 개씩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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