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면 반값…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 8개월 만에 작년 4배

해외에서 값싸게 사 온 비만치료제가 국내 세관에 무더기로 걸리고 있다. 지난 8월까지 세관당국에 적발된 마운자로·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지난해 한 해 치의 4배를 넘어섰다. 이 중에는 유효성분이 기준에 못 미치거나 불순물이 섞인 이른바 '짝퉁' 치료제도 섞여 있었다.

관세청, 압수한 '짝퉁 마운자로' 공개 / 연합뉴스

2년 전 4건→올해 5030건…국제우편이 최다 경로

지난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4건에 불과했던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 적발 건수는 지난해 1189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는 8월까지만 503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건수의 4.2배에 이르는 규모다. 해외에서 반입되는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세청에 통보한 유해 의약품으로, '수입요건확인 면제추천서' 등 정해진 수입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국내 반입이 불가능하다. 최근 3년간 적발 건수(6223건)를 반입 경로별로 보면 국제우편이 4961건으로 가장 많았고, 여행자 휴대품이 1232건, 특송화물이 30건이었다. 관세청 이진희 통관국장은 일본의 경우 현지에서 직접 구매해 휴대품으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고, 인도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매하는 경로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28만원, 일본 13만원…가격 차가 부른 원정 구매

이렇게 불법 반입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극명한 국내외 가격 차이가 있다. 마운자로 2.5㎎ 4주분은 국내에서 28만원이 넘지만, 일본에서는 1만 5000엔(약 13만원)이면 살 수 있어 절반에도 못 미친다. 5㎎ 4개월치를 일본에서 사면 항공권 비용까지 더해도 국내에서 3개월치를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후기가 이용자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올 정도다. 온라인에서는 일본에서 구해 온 제품을 뜻하는 이른바 '스시자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인도산 제품은 국내 정식 판매 제품보다 40%가량 저렴해, SNS를 통한 불법 거래가 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두 약은 모두 비만치료 목적으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의료기관과 약국이 판매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보니 기관별 가격 편차 자체도 큰 상황이다.

마운자로 처방 150만건…절반이 20·30대

정작 국내 시장 규모 자체는 이미 상당히 커진 상태다. 올해 1분기 마운자로 매출은 3232억원, 위고비는 1040억원에 달했다. 마운자로는 국내 출시 이후 누적 처방 건수가 150만건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 넘게가 20·30대에게 처방됐다. 국내 연령대별 비만율은 30대(37.8%)와 40대(36.1%)가 가장 높고, 20대(28.9%)와 70대 이상(27%)이 가장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층에서 처방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냉장 유통도 없이"…불순물 섞인 인도산도 확인

불법 반입된 치료제 중에는 유효성분이 함량 미달인 경우도 발견됐다. 세관 적발·통관 보류 물품의 성분을 분석하는 중앙관세분석소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연구진과 함께 통관 단계에서 반입이 차단된 인도발 마운자로 제품 9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제품별로 마운자로의 유효성분인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 함량 편차가 컸고, 일부 제품에서는 다수의 미확인 불순물도 검출됐다. 마운자로는 품질 유지를 위해 2~8도에서 냉장 보관해야 하는데, 해당 제품은 냉장 유통체계(콜드체인)도 없이 운송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동희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특히 주사제는 유효성분과 불순물 관리뿐 아니라 무균성 확보 등 엄격한 제조 및 품질관리가 요구된다며, 출처와 품질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을 임의로 구매해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만치료제는 정식 처방을 거쳐도 설사와 구토, 급성 췌장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유통 경로가 불분명한 해외직구 제품은 진위 확인 자체가 어려워 이런 부작용 위험이 한층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세청 이진희 통관국장은 "비만치료제 등 다양한 의약품의 불법 반입 시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반입 경로별 통관검사를 강화하고, 밀수입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 여행객의 휴대품과 국제우편을 모두 전수 검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단속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외 가격 차이 자체를 좁히지 않는 한 원정·직구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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