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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고령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감소하거나 정체된 반면 70세 이상 고령층의 파산 신청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개인회생과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을 찾는 60대 이상도 함께 늘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신용정보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0세 이상 개인파산 신청자는 5477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3575명과 비교하면 5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개인파산 신청자는 4만1463건에서 4만909건으로 1.3% 감소했다. 전체 파산 신청자가 줄어드는 동안 고령층 파산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70세 이상 개인파산 신청자는 3075명으로 집계돼 증가세가 이어졌다.
파산 신청자 가운데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연령이 확인된 개인파산 신청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2022년 38.4%에서 지난해 46.0%로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46.3%(1만90명)까지 높아졌다. 파산 신청자 2명 중 1명에 가까운 수준이다.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기 전 단계에서 채무조정을 찾는 고령층도 증가했다. 지난해 60세 이상 개인회생 신청자는 1만6628명으로 2022년 5061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70세 이상 개인회생 신청자는 같은 기간 416명에서 1853명으로 4.5배 증가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신청자 가운데 60대 이상도 지난해 3만4969명으로 2022년보다 78.8% 늘었다.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고령층이 법원의 파산·회생 제도나 신용회복 절차로 이동하는 규모가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채무를 연체하는 고령층도 늘었다. 올해 7월 기준 60대 이상 금융채무불이행자는 22만9432명으로 2022년 말 15만7226명보다 45.9% 증가했다. 대출 차주 대비 채무불이행자 비율도 같은 기간 3.77%에서 4.89%로 상승했다.
고령층의 소득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도 3.2% 올랐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4% 상승했다. 식품을 제외한 생활물가는 4.8% 올랐다.
고령층은 은퇴 이후 근로소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물가 상승이 가계 지출 증가로 이어질 경우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실제 올해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 가운데 연금을 받는 사람은 52.7%였고,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88만원이었다. 장래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고령층은 69.2%였으며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6세로 조사됐다.
은퇴 뒤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은 2025년 보고서에서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법정 은퇴연령에 진입하면서 생계 유지를 위해 자영업을 선택하는 고령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령 자영업자는 운수·창고, 숙박·음식, 도소매 등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업종에 몰리는 경향이 있고, 사업을 접은 뒤 임시·일용직으로 이동하면서 재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영업 시장에서도 폐업 규모가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폐업 사업자는 97만6000개로 집계됐다. 2024년 100만8000개보다는 줄었지만,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은 75만1000개에 달했다. 이들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폐업률 8.64%보다 높았다.
업종별로는 소매업 폐업률이 15.40%로 가장 높았고 음식업이 15.14%로 뒤를 이었다. 폐업 사유 가운데 사업부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50.4%로 조사됐다. 중기부 조사에서 폐업 당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대출금 상환, 폐업 후 생계비 마련 등이 꼽혔다. 지난해 60세 이상 폐업자 비중은 24.4%로 2023년 22.3%보다 높아졌다.
고령층이 자영업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부족한 노후소득도 있다. 한국은행은 고령 재취업 자영업자 가운데 연금 수준이 낮고 근로시간이 긴 생계형 자영업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폐업할 경우 사업소득뿐 아니라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까지 남을 수 있어 채무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자영업 실패까지 겹칠 경우 고령층의 채무 상환 여력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령층은 청년층에 비해 채무를 정리한 뒤 다시 소득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간이 짧아 파산이나 회생 이후의 생활 기반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영교 의원은 고령층 파산 증가와 관련해 노년층 채무가 어떤 경로로 발생하고 파산까지 이어지는지 살펴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파산과 회생, 채무조정 신청 증가세는 단순히 법원에 접수된 사건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은퇴 이후 소득 감소, 생활비 부담, 자영업 실패와 기존 채무가 겹치면서 상환 능력이 떨어진 고령층이 늘고 있다는 통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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