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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업계에서 피클 맛 제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오이 피클 자체를 넘어 과자와 견과류, 솜사탕, 케이크, 핫소스 등으로 피클 맛이 확장되더니 최근에는 치약까지 등장했다. 단순한 피클 제품이 아니라 기존 식품에 새콤하고 짭짤한 피클 풍미를 더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 자료를 인용한 최근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에서 피클 맛 스낵의 매출은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스낵 시장 성장률은 3.8%에 그쳤다. 피클 맛 트레일 믹스 매출도 10% 증가해 전체 트레일 믹스 시장 성장률 4%를 웃돌았다.
피클 맛 제품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이미 판매가 확인된 제품군이 있다. 홀푸드는 2024년 데일리 크런치의 ‘딜 피클 스프라우티드 아몬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판매가 시작된 이후 약 1년 반 동안 해당 제품의 매출이 812% 증가했다. 피클 맛이 새로운 제품을 넘어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지면서 식품업체들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식품업체도 피클 맛을 정규 제품으로 편입하고 있다. 펩시코는 지난해 한정판으로 선보였던 ‘플레이밍 핫 딜 피클 치토스’를 올해 정식 제품으로 전환했다. 회사는 해당 제품이 치토스 브랜드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판매된 한정판 맛이었다고 밝혔다. 올해는 같은 맛의 ‘플레이밍 핫 딜 피클 퍼프’도 출시했다.
현재 판매되는 플레이밍 핫 딜 피클 치토스는 치토스 특유의 매운맛에 딜 피클의 새콤한 풍미를 결합한 제품이다. 단순히 피클을 곁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인기 스낵의 맛 자체를 피클 계열로 바꾸는 방식이다.
피클 맛은 과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피클 솜사탕과 피클 맛 핫소스, 피클 맛 립밤 등 이색 제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202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피클 축제에는 피클 레모네이드와 피클 슬러시, 피클 솜사탕, 피클 나초, 피클 버거 등 100종이 넘는 피클 관련 제품이 등장했다.
식품과 거리가 있는 제품에도 피클 맛이 적용되고 있다. 위생용품 브랜드 프레시 피그는 피클 맛 치약을 내놓았다. 피클 특유의 향과 맛을 구강용품에 적용한 제품으로, 피클 열풍이 식품을 넘어 이색 소비재로 확산되는 사례로 꼽힌다.
외식업계에서도 피클을 전면에 내세운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뉴욕의 피클 전문점 제이컵스 피클스는 여러 종류의 피클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를 판매한다. 현재 메뉴에는 브레드 앤 버터 오이, 핫 사워 오이, 딜 피클, 딜리 그린빈, 스위트 앤 스파이시 당근, 할라피뇨, 피클드 에그 등 다양한 절임 음식이 포함돼 있다. 4종 피클은 12달러, 8종은 18달러에 판매한다.
뉴욕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있는 메종 피클은 피클을 활용한 케이크까지 판매한다. 24겹으로 만든 피클 케이크 가격은 165달러다. 초콜릿이나 크림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케이크와 달리 피클을 제품명과 메뉴의 핵심 요소로 내세웠다. 메종 피클은 현재 24겹 피클 케이크를 주문 제작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젊은 소비층의 강한 맛 선호와도 연결된다. 호멜푸즈는 지난해 피클 맛 옥수수 스낵, 딜 피클 캐슈넛, 피클 맛 페퍼로니 등을 선보였다. 회사는 당시 Z세대를 주요 소비층으로 지목하면서 이들이 매운맛과 신맛, 감칠맛이 강한 식품과 독특한 조합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피클은 특히 새콤하고 짠맛이 강해 기존 제품에 추가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감자칩이나 치토스처럼 이미 강한 맛을 가진 스낵에도 적용할 수 있고, 견과류나 팝콘, 소스처럼 비교적 중립적인 맛의 제품에도 피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제품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맛을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소셜미디어도 피클 맛 제품의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틱톡과 유튜브 등에서는 피클 맛 스낵을 여러 종류 먹어보고 맛을 비교하는 콘텐츠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피클 솜사탕이나 피클 음료 같은 제품은 영상 자체가 콘텐츠가 되면서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언론도 피클 열풍의 확산 과정에서 틱톡 등 소셜미디어의 역할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피클 맛 제품의 확산은 미국 식품업계의 ‘강한 맛’ 경쟁과도 맞물려 있다. 펩시코는 피클과 매운맛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였고, 다른 업체들은 피클과 견과류·육가공품·팝콘·아이스크림 등을 조합하고 있다. 호멜푸즈 역시 피클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식품 카테고리 간 경계를 넓혔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한정판으로 시작한 제품이 정규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호기심을 겨냥한 이색 맛이 일회성 상품에 그치지 않고 실제 판매 성과를 확인한 뒤 상시 제품으로 자리 잡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플레이밍 핫 딜 피클 치토스가 대표적이다.
피클은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햄버거와 샌드위치 등에 곁들이는 음식으로 소비돼 왔다. 최근에는 이 익숙한 맛을 다른 제품에 입히는 방식으로 소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과자와 견과류에서 시작해 외식 메뉴와 디저트, 음료, 생활용품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피클 맛’ 자체가 하나의 상품군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에서 확인된 판매 증가와 대형 식품업체의 정규 제품 확대, 외식업계의 메뉴 출시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미국의 피클 열풍은 단순히 한두 개 제품의 유행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Z세대가 강한 맛과 새로운 조합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다시 찾는 소비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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