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의 산비탈 마을… 묘족에게 직접 듣는 '구이저우 여행'

산비탈을 따라 검은 기와를 얹은 목조 가옥이 층층이 이어진다.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화려한 전통 의상에 묵직한 은장식을 두른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춘다. 조금 더 산속으로 향하면 계단식 논이 능선을 따라 펼쳐진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관광지가 아니다. 지금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중국 '구이저우'의 풍경이다.

계단식 논과 목조 가옥이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 시장 첸후 먀오자이 전경. / dongfang-shutterstock.com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첸둥난 출신 먀오족(묘족) 방송인 겸 인플루언서 강리즈에게 이곳은 관광지이기 전에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강리즈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구이저우를 이야기하며 유명 관광지보다 먼저 어린 시절 춘절 풍경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고향의 모습은 매년 춘절을 맞이하던 풍경입니다. 농촌에서는 대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함께 새해를 보냈습니다.”

먀오족(묘족) 출신 방송인 겸 인플루언서 강리즈. / 강리즈 제공

자정이 되면 가족들은 우물가로 향했다. 새해 들어 처음 긷는 물에는 복과 좋은 기운을 맞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춘절 기간에는 먀오족 전통 민요를 서로 주고받는 대가(對歌)를 비롯해 줄다리기와 소싸움, 닭싸움 등이 열렸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펼치는 마을 잔치도 빠지지 않았다.

강리즈는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새해를 축하하던 고향의 풍경이 지금도 가장 깊이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세대를 잇는 먀오족 의상

한국에서 먀오족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화려한 전통 의상과 은장식이다. 하지만 실제 일상은 조금 다르다.

전통 의상을 입고 공연을 펼치는 먀오족 여성들. / kikujungboy CC-shutterstock.com

강리즈는 “먀오족 사람들이 일상생활이나 일을 할 때는 화려하고 복잡한 전통 의상보다는 움직이기 편하고 소박한 옷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자수와 은장식이 돋보이는 성장(盛裝)은 결혼식이나 춘절, 먀오족의 설인 먀오녠(苗年), 지역 기념행사나 민속 공연처럼 특별한 날에 주로 갖춰 입는다. 그는 “전통 의상은 매일 입는 옷이라기보다는 먀오족의 정체성과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날에 지금도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는 문화”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이를 즐기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졌다.

강리즈는 “요즘 젊은이들은 묘족 의상 스냅 촬영을 할 때 정말 다양한 양식의 전통 의상을 입는다”며 “개량된 스타일의 묘족 의상이나 현대적인 감각과 전통 요소가 결합된 융합 패션을 즐겨 입는 청년들도 정말 많아졌다”고 전했다.

먀오족 개량 전통 의상을 입은 모습. / 강리즈 제공

산비탈 따라 이어진 목조 가옥… 밤이면 빛나는 ‘먀오족 마을’

구이저우를 처음 찾는다면 어디부터 가야 할까.

강리즈의 답은 첸둥난 레이산현에 있는 시장 첸후 먀오자이(西江千户苗寨)였다.

“한국인이 구이저우를 처음 여행한다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은 시장 첸후 먀오자이입니다.”

시장 첸후 먀오자이는 산비탈을 따라 전통 목조 가옥이 이어지고 주변으로 계단식 논이 펼쳐진 먀오족 마을이다. 골목과 가옥 사이를 걸으며 먀오족의 의상과 노래, 춤, 음식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강리즈가 특히 강조한 관전 포인트는 야경이다.

“특히 해가 진 뒤 마을 전체에 불이 들어오는 야경이 아름다워서 꼭 보셨으면 합니다.”

중국 구이저우성 레이산현에 자리한 시장 첸후 먀오자이 전경. / 픽사베이

낮 동안 산촌의 골목과 전통 가옥을 둘러봤다면, 밤에는 산비탈을 따라 집집마다 불을 밝히며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먀오족의 생활문화와 독특한 산촌 경관을 한곳에서 접할 수 있어 첫 여행지로 꼽기에 손색없는 곳이다.

폭포·산·동굴까지… “구이저우의 서로 다른 매력 경험할 수 있어”

먀오족 문화뿐 아니라 구이저우의 자연을 보고 싶다면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강리즈는 황궈수 폭포(黄果树瀑布)와 판징산(梵净山), 즈진둥(织金洞)을 차례로 추천했다.

구이저우성 안순에 위치한 황궈수 폭포는 높이 77.8m, 폭 101m 규모다. 폭포 뒤에는 길이 134m의 자연 동굴인 수렴동이 자리한다.

강리즈는 “거대한 폭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폭포 뒤편의 수렴동을 지나며 물줄기를 색다른 각도에서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이저우성 안순시에 위치한 황궈수 폭포 전경. / ABCDstock-shutterstock.com

판징산은 구이저우성 우링산맥에 자리한 산악 지역으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해발 500m에서 2570m에 이르는 산지에는 다양한 식생과 동식물이 서식한다.

강리즈는 판징산에 대해 “구름 위로 솟은 산봉우리와 독특한 바위,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인상적인 곳”이라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운해가 펼쳐져 마치 선경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표현했다.

구이저우성 판징산 정상 부근의 기암괴석. / 픽사베이

즈진둥은 구이저우 고원 서부 비제시에 있는 카르스트 동굴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형태와 크기가 다른 종유석과 석순이 이어진다.

강리즈는 이곳을 “지하 궁전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한 즈진둥 동굴 내부. / zhongyugan-shutterstock.com

그는 “이 네 곳을 함께 여행한다면 구이저우의 먀오족 문화와 웅장한 폭포, 산과 동굴까지 서로 다른 매력을 모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이틀 더 머물러 보세요”… 중국 소수민족 문화 속으로

강리즈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명소의 숫자가 아니었다. 여러 관광지를 빠르게 이동하기보다는 한 마을에서 조금 더 머물러 보라는 것이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는 것보다 마을에서 하루 이틀 더 머물며 천천히 걷고, 현지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이 구이저우를 제대로 경험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첸후 먀오자이에서도 당일 일정으로 관광지만 보고 떠나기보다 천천히 머물며 산촌의 분위기와 현지 주민들의 생활 방식을 가까이에서 접해볼 것을 권했다.

그가 함께 추천한 곳은 자오싱 둥자이(肇兴侗寨)다. 강리즈의 고향과 가까운 이곳은 둥족의 전통문화가 이어지는 마을이다.

구이저우성 첸둥난 자오싱 둥자이. / Lao Ma-shutterstock.com

리핑현에 위치한 자오싱 둥자이에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맞물려 세운 고루와 풍우교, 공연 무대가 각각 다섯 개씩 자리한다. 고루는 주민들의 행사와 의식이 열리는 마을의 중심 공간이다.

강리즈는 시장 첸후 먀오자이와 비교해 자오싱 둥자이를 “좀 더 소박하고 토착적인 분위기 속에서 현지 주민들의 생활과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도시로 돌아온 뒤에는 소수민족 문화를 무대 위에서 만날 수도 있다.

그가 추천한 ‘다채구이저우풍(多彩贵州风)’은 구이양에서 관람할 수 있는 민족 가무 공연이다. 먀오족과 둥족을 비롯한 여러 소수민족의 음악과 춤, 의상이 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강리즈는 한국인 친구들도 이 공연을 본 적이 있다며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새콤하고 매콤한 현지의 맛… 쓰와와·쏸탕위·라오궈

여행에서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강리즈는 “구이저우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몇 가지만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라면서도 한국인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음식으로 쓰와와(丝娃娃)를 꼽았다.

쓰와와는 얇은 밀전병에 가늘게 썬 채소와 여러 재료를 올려 말아 먹는 음식이다. 여기에 새콤하고 매콤한 양념을 곁들인다.

강리즈는 “한국의 쌈 문화와도 비슷한 점이 있고 채소가 신선하며 양념도 입맛을 돋운다”고 설명했다.

카이리 쏸탕위(凯里酸汤鱼)는 발효시킨 새콤한 국물에 생선과 채소를 넣고 끓이는 첸둥난 지역 음식이다.

“처음에는 국물의 신맛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먹을수록 새콤하고 매콤한 맛에 빠지게 됩니다.”

강리즈는 한국인이 매운탕이나 김치찌개처럼 칼칼한 국물 요리에 익숙한 만큼 비교적 잘 맞을 것으로 봤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이저우 라오궈(贵州烙锅)는 달군 철판 위에서 고기와 채소, 두부 등을 구운 뒤 구이저우식 고춧가루 양념에 찍어 먹는다. 여러 사람이 철판을 둘러싸고 음식을 바로 구워 먹는 방식이다.

이 밖에 푹 삶은 콩을 이용해 걸쭉하게 끓이는 더우미 훠궈(豆米火锅), 소고기 국물에 쌀국수와 소고기를 넣는 화시 뉴러우펀(花溪牛肉粉), 쌀을 갈아 굳힌 뒤 양념을 곁들이는 미더우푸(米豆腐)도 추천했다.

특히 미더우푸는 이름에 ‘두부’가 들어가지만 콩이 아닌 쌀로 만든다. 강리즈는 한국의 묵과 비슷한 느낌도 있어 비교적 친숙하게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맛보고 싶다면 구이양의 칭윈시장(青云市集)을 추천했다.

“여러 종류의 구이저우식 야시장 음식과 간식이 모여 있어 조금씩 맛보며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저녁에는 시장을 찾은 현지 주민들로 활기를 띤다. 강리즈는 이곳을 구이저우의 음식뿐 아니라 현지의 “사람 사는 냄새”까지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날씨부터 음식 주문까지… 강리즈가 전한 여행 팁

여행 시기로는 여름을 가장 먼저 꼽았다.

강리즈는 “구이저우는 봄, 여름, 가을 모두 여행하기 좋은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여름을 가장 추천한다”고 말했다.

구이양은 ‘상쾌한 구이양(爽爽的贵阳)’이라는 표현으로 불릴 만큼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해 중국에서 피서지로 찾는 곳이다. 다만 산악 지역이라 날씨가 자주 변하고 아침저녁에는 서늘할 수 있어 얇은 겉옷과 우산을 준비할 것을 권했다.

겨울에는 기온이 아주 낮지 않더라도 한국처럼 온돌이나 중앙난방이 보편적이지 않아 실내가 춥고 습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간 이동에는 고속철을 활용할 수 있다. 구이양에서 카이리까지는 약 30~40분이 걸린다. 시장 첸후 먀오자이나 자오싱 둥자이처럼 산속에 있는 마을로 들어가려면 고속철도역에서 다시 버스나 택시, 차량 대절 등을 이용해야 한다. 열차표를 예약하거나 탑승할 때는 여권이 필요하다.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의 랜드마크 갑수루. / 픽사베이

언어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구이양이나 유명 관광지에서는 표준 중국어로 대부분 소통할 수 있지만, 작은 마을에서는 지역 방언이나 소수민족 언어를 사용하는 주민도 있다.

강리즈는 한국어나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하고 숙소와 관광지의 이름과 주소를 중국어로 저장해 둘 것을 권했다.

결제에는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를 추천했다. 외국인 여행자도 지원되는 해외 발급 카드를 앱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 출국 전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여권 인증과 카드 등록을 미리 마쳐 두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소액의 위안화 현금도 함께 준비하면 된다.

음식 주문 때 알아두면 좋은 표현도 있다.

구이저우에서는 어성초 뿌리인 저얼건(折耳根)을 향신 채소처럼 자주 사용한다. 특유의 향이 낯설다면 ‘부야오 저얼건(不要折耳根·저얼건은 빼주세요)’, 매운맛을 줄이고 싶다면 ‘부야오 타이라(不要太辣·너무 맵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강리즈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여행법은 결국 하나로 이어졌다. 많은 곳을 얼마나 빨리 보느냐보다 한 지역에 머물며 자연과 음식, 사람들의 생활을 천천히 경험하는 것이다.

“구이저우는 산이 많고 관광지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기 때문에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에 여러 곳을 빠르게 둘러보기보다는 한 지역에서 여유롭게 머물며 자연과 음식, 현지 사람들의 생활을 천천히 경험하는 여행을 추천합니다.”

강리즈가 소개하는 먀오족 마을. / 유튜브 '리즈시대TV丽子时代'
중국 구이저우. /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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