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소금 위에 올리면 단맛 폭발… 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제철 수산물'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수산시장 좌판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하가 자리를 채운다.

대하 자료사진. / BigTunaOnline-shutterstock.com

9월부터 11월까지가 제철인 대하는 이 시기 유독 단맛과 감칠맛이 짙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굵은 소금 위에 노릇하게 구워낸 대하 한 접시는 짭짤한 감칠맛과 탱글탱글한 식감으로,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별미로 꼽힌다.

산란 앞두고 영양분 비축…아미노산 농도 절정

대하가 가을에 유독 맛있는 이유는 번식 주기와 맞닿아 있다. 대하는 가을철 산란을 준비하며 몸속에 영양분을 최대한 끌어모으는데, 이 과정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함량도 함께 높아진다. 여름철보다 몸집이 커지고 살이 단단해지는 것도 이 시기다. 산지에 따라 맛의 편차도 있는데, 서해와 남해에서 올라오는 자연산 대하는 갯벌과 청정 해역의 영향을 받아 특유의 진한 감칠맛을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 영덕을 비롯한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도 가을철 대하 축제가 열릴 만큼, 대하는 지역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가을철 대표 수산물로 자리 잡고 있다. 해마다 대하 축제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미식 여행객들이 몰려들어 지역 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갓 잡아 올린 대하를 즉석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이런 축제는, 산지에서 대하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맛볼 수 있는 기회로도 꼽힌다.

대하와 흔히 혼동되는 것이 흰다리새우나 보리새우 같은 양식 새우류다. 대하는 몸통이 굵고 다리와 수염이 상대적으로 길며, 자연산의 경우 껍질에 미세한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흰다리새우는 대하보다 몸집이 작고 껍질이 다소 얇은 편이며, 국내 유통량이 훨씬 많아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시장에서 대하를 살 때 산지와 양식 여부를 함께 확인하면, 자신이 원하는 맛과 식감에 맞는 새우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 참고로 대하는 자연산의 경우 어획량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최근에는 양식 대하가 시장에 함께 유통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양식 대하 역시 사육 환경에 따라 자연산 못지않은 맛을 내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자연산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게 수산업계의 설명이다.

머리가 몸통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신선

좋은 대하를 고르려면 몇 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먼저 머리가 몸통에 단단히 붙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머리가 헐렁하게 흔들리거나 검게 변색된 것은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신호다. 껍질 상태도 중요하다.

대하 자료사진. / LSP EM-shutterstock.com

껍질이 투명하면서 윤기가 흐르고 단단한 촉감을 지닌 것이 좋은 대하로 꼽힌다. 반대로 껍질이 흐물거리거나 탁한 빛을 띠면 신선도가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몸통을 만졌을 때 탄력이 느껴지는지, 비린내가 과하게 나지 않는지도 함께 살펴보면 좋다. 냉동 대하를 구입할 경우에는 얼음이 지나치게 두껍게 덮여 있거나 변색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요령이다.

100g당 90~100㎉…고단백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

대하는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100g당 열량이 90~100㎉ 수준으로, 대표적인 고단백 저지방 식품에 속한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운동 후 근육 손실을 막고 체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성인에게도 부담 없이 권할 만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꼽힌다. 대하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지방 대사를 촉진해 체지방 감량에도 이롭다는 평가를 받고, 셀레늄과 아연 같은 항산화 성분은 세포 노화를 늦추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미네랄은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관여해, 환절기 건강 관리에도 보탬이 된다.

이 밖에도 대하는 피로 회복과 혈관 건강, 뼈 건강에 두루 도움을 주는 식재료로 꼽힌다. 새우 껍질에 풍부한 키토산 성분 역시 콜레스테롤 조절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껍질째 조리해 먹는 대하 소금구이가 영양학적으로도 합리적인 조리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하의 붉은 껍질에 함유된 아스타잔틴 성분도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알려져 있어, 조리 과정에서 껍질을 완전히 벗겨내기보다 함께 먹는 편이 영양 섭취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열량이 낮은 편이라 다이어트 식단에도 부담 없이 곁들일 수 있는데, 1회 권장 섭취량은 5~8마리 정도다.

손질할 땐 뿔부터 제거…다칠 위험 줄여야

대하를 조리하기 전에는 몇 가지 손질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군 뒤 긴 수염과 날카로운 다리를 가위로 잘라 정리한다. 이때 머리 끝에 달린 뾰족한 뿔, 이른바 검상돌기를 제거해두면 먹는 도중 다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등 쪽 껍질을 세로로 살짝 갈라 이쑤시개 등으로 내장을 제거하는 손질법도 있는데, 익은 뒤에는 내장이 단단해져 빼내기가 더 어려워지므로 되도록 조리 전에 손질을 마쳐두는 것이 좋다. 다만 감칠맛을 살리고 싶다면 굽기 전까지 내장을 그대로 두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내장에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어, 구울 때까지 남겨뒀다가 다 익은 뒤 취향에 따라 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큰 차이는 없지만, 어린아이와 함께 먹는 경우라면 미리 내장을 제거해 부드러운 식감으로 즐기는 편이 무난하다는 조언도 있다.

굵은소금 깔고 뚜껑 덮으면 끝…맛술 한 스푼이 비법

대하를 즐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역시 소금구이다. 조리법은 어렵지 않다. 팬이나 냄비 바닥에 굵은 천일염을 1㎝ 안팎 두께로 고르게 깔고 중불에서 충분히 달군다. 소금이 하얗게 변하면서 톡톡 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다. 이때 손질한 대하를 소금 위에 올리고 뚜껑을 덮기 직전 맛술(미림)을 한 스푼 둘러주면 잡내를 잡고 풍미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뚜껑을 덮은 채 익히다가 껍질이 붉게 변하면 다 익었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센 불로 확 달군 뒤 불을 줄여 서서히 굽는 것이 속까지 고르게 익히는 요령이다. 다 구운 뒤 머리 부분만 따로 모아 약한 불에 한 번 더 바짝 구우면 한층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에서 화로대나 그릴팬을 이용해 대하 소금구이를 즐기는 경우도 최근 늘어난 풍경 중 하나다. 야외에서 숯불에 은근히 구워내면 실내 조리와는 또 다른 불맛을 더할 수 있어, 가을철 캠핑 메뉴로도 대하가 자주 오르내린다.

소금구이 외에도 대하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튀기는 대하튀김은 녹말가루와 튀김옷을 가볍게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는 것이 포인트로, 새우 본연의 깊은 맛을 살릴 수 있는 조리법으로 꼽힌다. 싱싱한 대하라면 회로 먹거나 찜으로 조리해도 좋다. 대하찜은 술과 생강, 대파 등을 넣은 물에 대하를 넣어 쪄내는 방식으로, 소금구이보다 한층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하를 매콤하게 볶아 술안주로 즐기거나, 대하살을 발라내 볶음밥이나 파스타 재료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튀기거나 볶는 방식으로 조리할 때는 기름을 최소한으로 써야 대하 특유의 담백한 맛과 영양을 해치지 않는다는 조언이 나온다. 소금구이에 신선한 채소 샐러드나 찐 브로콜리를 곁들이면 영양 균형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손질 후 소분 냉동하면 오래 즐길 수 있어

한 번에 다 먹지 못한 대하는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구입한 대하는 수염과 다리를 정리하는 기본 손질을 마친 뒤 한 번에 먹을 분량씩 나눠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소분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기 편하고, 해동과 재냉동을 반복하며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냉동할 때는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담아 최대한 공기를 빼는 것이 좋은데, 이렇게 하면 냉동실 특유의 냄새가 배는 것을 막고 얼음 결정이 크게 맺히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지퍼백에 소량의 물을 함께 넣어 얼리는 이른바 '글레이징' 방식을 쓰면 대하 표면이 얇은 얼음막으로 코팅돼 건조와 산화를 한층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냉동한 대하는 조리 전날 냉장실에서 서서히 해동해야 육즙 손실이 적고 식감도 잘 살아난다. 급하게 먹어야 할 때는 흐르는 찬물에 밀봉한 채로 담가 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온에 오래 방치하면 세균 번식 우려가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짧은 가을이 지나면 대하 특유의 진한 단맛을 다시 만나기까지 한 해를 기다려야 하는 만큼, 제철을 맞은 지금이 대하를 가장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시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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