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상다리 부러지게 차릴 필요 없다… 성균관이 꼽은 '진짜 필수' 음식 6가지

추석이 다가오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고민이 있다. 지방은 어떻게 쓰고, 차례상은 어떤 순서로 차려야 하는지다.

추석 차례상 자료사진. / Yeongsik Im-shutterstock.com

매년 인터넷 검색창에 '차례상 차리는 법'이 오르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인데, 정작 지방 쓰는 순서나 상차림 배치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차례상을 차리는 법은 지역과 가풍에 따라 조금씩 달라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오랫동안 통용돼 온 기본 원칙을 알아두면 명절 상 차리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폭 6cm, 길이 22cm 한지에…4가지 요소 갖춰야

지방(紙榜)은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이름을 적어 모시는 종이다. 신위(神位), 즉 조상의 자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역할을 하는데, 평소에는 위패나 사진으로 모시다가 차례나 제사 때만 임시로 만들어 쓰는 것이 지방의 본래 성격이다. 요즘은 붓글씨가 익숙지 않은 이들을 위해 컴퓨터로 지방 양식을 출력해 쓰는 경우도 흔해졌는데, 형식만 갖춘다면 손글씨든 인쇄물이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폭 6㎝, 길이 22㎝ 크기의 한지(백지)에 붓으로 적는다. 지방에 들어가는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차례를 모시는 사람과 고인의 관계, 고인의 생전 직위, 고인의 이름, 그리고 마지막에 붙이는 '신위(神位)'라는 글자다. 예를 들어 아버지라면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 쓰고, 어머니라면 '현비유인OO씨신위(顯妣孺人○○氏神位)'처럼 본관이나 성씨를 넣어 적는다. 살아생전 관직이 있었다면 '학생' 대신 해당 직위나 관직명을 넣어 적기도 한다. '현고(顯考)'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현비(顯妣)'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표현이며, '학생(學生)'은 별다른 관직이 없었던 남성 조상에게 통상적으로 붙이는 존칭이다. 부모님 두 분을 함께 모실 경우에는 지방 한 장에 아버지는 왼쪽, 어머니는 오른쪽에 나란히 적고, 한 분만 모실 때는 중앙에 적으면 된다.

조부모까지 함께 모시는 경우라면 아래쪽에 부모, 위쪽에 조부모를 적어 세대 순서를 구분하기도 한다. 차례상에서 지방을 놓는 북쪽 자리가 곧 신위가 있는 자리이며, 차례를 주관하는 제주는 그 맞은편인 남쪽에 서게 된다. 따라서 제주가 상을 바라볼 때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 된다. 이 동서 개념은 실제 지리적 방위가 아니라 신위를 기준으로 정하는 상대적 방향이라는 점을 기억해두면, 뒤에 나오는 홍동백서나 어동육서 같은 배치 원칙을 헷갈리지 않고 적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나침반을 들고 실제 동서를 확인할 필요 없이, 지방이 놓인 자리를 기준으로 오른쪽이 동쪽이라고만 생각하면 충분하다. 성균관 측 설명에 따르면 지방 대신 고인의 사진을 모시고 차례를 지내도 무방하며, 차례와 성묘 중 무엇을 먼저 할지도 정해진 순서 없이 가족이 상의해 정하면 된다.

5열로 차리고…밥은 서쪽, 국은 동쪽

차례상은 통상 5열로 차린다. 신위가 놓이는 쪽을 1열로 보면, 1열에는 시접(수저를 담는 그릇)과 잔반(술잔과 받침대), 송편과 함께 밥과 국이 오른다. 이때 밥은 서쪽(왼쪽), 국은 동쪽(오른쪽)에 놓는 '반서갱동(飯西羹東)' 원칙을 따른다. 2열에는 전과 적처럼 기름에 지지거나 구운 음식이 오르는데, 육전과 육적, 두부·채소로 만든 소적, 어적과 어전 등을 서쪽부터 순서대로 놓는다. 이때 산적과 전은 상 중앙에 놓는다는 '적전중앙(炙奠中央)' 원칙도 함께 적용된다. 3열에는 고기탕과 두부탕, 생선탕 등 탕류가 놓이고, 4열에는 나물과 김치, 포 같은 밑반찬류가 오른다. 5열에는 과일과 과자 등 후식류가 자리한다. 신위와 가까운 쪽부터 밥과 국, 반찬 순으로 놓고 가장 먼 쪽에 과일을 두는 구조인 셈인데, 이는 실제 밥상을 차릴 때 국과 밥을 가까이 두고 후식을 나중에 내는 순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추석 차례상 자료사진. / Yeongsik Im-shutterstock.com

배치 원칙을 나타내는 한자성어도 여러 가지다.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에 놓는다는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의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한다는 '두동미서(頭東尾西)', 포는 왼쪽 끝에 식혜는 오른쪽 끝에 놓는다는 '좌포우혜(左脯右醯)' 등이다. 여기에 포는 서쪽, 생선젓과 식혜는 동쪽에 둔다는 '서포동혜(西脯東醯)'라는 표현도 함께 쓰인다. 이렇게 좌포우혜와 서포동혜가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집안이나 문헌에 따라 포를 기준으로 삼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으로, 결국 절대적인 정답보다는 여러 갈래의 관습이 병존해 왔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과일을 놓는 순서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조율이시(棗栗梨枾)'로, 대추와 밤, 배, 감(곶감) 순서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놓는다는 뜻이다. 이 밖에 대추는 동쪽에 밤은 서쪽에 놓는다는 '동조서율(東棗西栗)', 닭구이나 생선포는 등 부분이 위로 오도록 놓는다는 '배복방향(背腹方向)' 원칙도 전해진다. 이렇게 나열하면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신위를 기준으로 밥과 국, 주요리, 탕, 밑반찬, 후식 순으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배열하고, 붉은 것과 흰 것, 육류와 어류를 각각 동서로 나눈다는 큰 틀만 기억해도 대부분의 원칙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다.

"홍동백서·조율이시, 사실은 옛 문헌에 없다"

다만 이런 원칙들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는 게 정통 예법 연구기관의 설명이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차례상 표준안'에 따르면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는 정작 예법을 다룬 옛 문헌에는 등장하지 않는 표현으로, 시간이 흐르며 관행처럼 굳어진 것일 뿐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아도 무방하다고 한다.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상차림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정작 근거가 불분명한 관습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인 셈이다.

오히려 이 표준안이 강조하는 것은 화려함보다 간소함이다. 표준안은 추석 차례상에 반드시 올려야 할 기본 음식으로 송편과 나물, 적(구이), 김치, 과일, 술 등 여섯 가지만 제시한다. 여기에 형편에 따라 육류나 생선, 떡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정도다. 명절 음식 중 손이 많이 가는 전이나 기름에 지진 음식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통념과 달리, 성균관 측은 이런 음식을 굳이 준비해 상에 올리는 것이 오히려 전통 예법에 맞지 않는다는 기록도 있다고 설명한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야 정성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지만, 정작 전통 예법의 본뜻은 형편에 맞게 간소히 차리는 데 가까웠다는 것이다.

복숭아·마늘·'치'자 생선은 상에 올리지 않는다

차례상에서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도 있다.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여겨지는 복숭아는 조상을 모시는 차례상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리지 않는다. 예로부터 복숭아나무는 귀신을 쫓는 나무로 여겨져 왔는데, 이 때문에 정작 조상신을 모셔야 할 차례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고춧가루와 마늘처럼 향이 강한 양념도 같은 이유로 제사 음식에는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한 향과 매운맛이 음식 본연의 맛과 정갈함을 해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붉은 살 생선이나 이름에 '치'자가 들어가는 갈치, 삼치, 꽁치 같은 생선도 예로부터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생선으로 꼽혀왔다. 다만 이런 금기 역시 지역과 집안에 따라 편차가 커서, 실제로는 이런 생선을 올리는 집도 적지 않다. 결국 절대적인 규칙이라기보다 오래도록 이어져 온 관습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차례 마치면 지방부터 태운다

상차림이 끝나면 시접에 수저를 놓고 국그릇 자리에 젓가락을 걸쳐둔 채 잠시 묵념하듯 예를 갖춘다. 이후 절을 두 번 올린 뒤, 지방과 축문을 불에 태우고 나서 상을 정리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지방은 애초에 한 번 쓰고 태우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라, 차례가 끝나면 미련 없이 소각하는 게 예법이다. 이렇게 지방을 태우는 행위에는 조상의 혼이 다시 편안히 돌아가시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차례 이후 나눠 먹는 음식을 흔히 '음복(飮福)'이라 부르는데, 조상이 흠향한 복을 후손이 함께 나눠 받는다는 뜻을 지닌 절차로, 명절 차례에서 상차림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결국 정해진 하나의 정답이 있다기보다, 가족이 함께 상의해 형편에 맞게 정성껏 준비하는 것이 명절 차례의 본래 취지에 가깝다는 조언이 나온다. 매년 반복되는 차례상 차림에 대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서라도, 홍동백서나 조율이시 같은 관습적 원칙에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 가족 구성원이 함께 상의해 규모와 형식을 정하는 것이 오히려 전통의 본뜻에 가까운 명절 준비 방식일 수 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