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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서 며느리의 마음을 가장 상하게 하는 것은 꼭 큰소리나 심한 말이 아니다. 가족이라고 하면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거나, 며느리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가 반복될 때 서운함이 쌓인다.
특히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한두 번의 말보다 수 년 간 이어진 작은 차별이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다. 시어머니와의 갈등만 생각하기 쉽지만 시아버지의 태도 역시 며느리에게는 시댁 전체의 분위기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며느리에게 특별히 잘해달라는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아들과 며느리를 모두 성인 가족으로 대하고, 한쪽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부부 사이에서 다툼이 생겼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가운데 하나가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식의 이야기다. 아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거나 집안일을 소홀히 했거나 부부 사이에서 잘못을 했는데도 시아버지가 아들을 감싸면서 며느리에게 "네가 조금 이해해라"라고 말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며느리가 원하는 것은 시아버지가 무조건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누가 잘못했는지를 살펴보고 아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아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들의 행동에는 너그럽게 넘어가면서 며느리에게만 참으라고 하면 부부 사이의 문제를 넘어 시댁과의 관계까지 불편해질 수 있다.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비롯한 여성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성별에 따른 기대와 차별을 다룬 작품이다. 이 책은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며 여성에게 특정 역할을 요구하는 사회적 시선을 보여준다. 해당 책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묘사한다.
가족이라면 아들이 귀하다는 이유로 모든 행동을 감싸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부모가 한쪽에게만 인내를 요구하지 않는 태도는 별개의 문제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가장 크게 서운해지는 순간은 자신을 혼낼 때보다 아들의 잘못까지 자신의 몫처럼 떠넘길 때일 수 있다.
아들이 명절에 늦게 도착하면 "회사 다니느라 고생했지"라는 말을 건네면서 며느리가 늦게 오면 "그래도 명절인데 일찍 와야지"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상황을 두고 아들에게는 사정이 있고 며느리에게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차이를 느끼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올 수 있다. 손주가 아프거나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아들의 책임은 크게 묻지 않으면서 며느리의 양육 방식부터 살핀다면 부담은 한쪽으로 몰린다. 반대로 아들이 집안일을 한 번 도와주면 "우리 아들이 참 잘한다"고 칭찬하면서 며느리가 같은 일을 해온 시간은 별것 아닌 것처럼 넘길 수도 있다.
김혜경의 책 '며느리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가족 관계와 며느리의 위치를 다루는 책들은 결혼 뒤 여성이 새로운 가족 안에서 어떤 기대를 받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런 이야기에서 중요한 지점은 며느리를 아들의 배우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독립된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태도다.
아들과 며느리를 똑같이 대한다는 말이 모든 상황에서 똑같은 행동을 요구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같은 행동을 놓고 아들에게는 이해를, 며느리에게는 비난을 적용한다면 관계는 쉽게 서먹해진다. 며느리 역시 자신의 부모에게는 귀한 자식으로 자랐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말과 행동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며느리가 주방을 오가며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시아버지가 거실에서 편하게 쉬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다. 시아버지가 직접 일을 시키지 않았더라도 문제는 생길 수 있다. 며느리가 계속 움직이는 상황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거나 '원래 며느리가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서운함이 커진다.

특히 아들 역시 같은 자리에 있는데 집안일에서 자연스럽게 빠져 있다면 상황은 더 불편해진다. 아들이 손님이고 며느리가 일손이라는 구도가 굳어지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몇 시간 동안 음식을 준비하고 뒷정리까지 했는데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다음 일을 부탁 받는다면 가족이라는 표현과 실제 대우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가족 안에서 오랫동안 보이지 않게 이어진 어머니의 역할과 가족 구성원들이 뒤늦게 발견하는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가족을 위해 살아온 여성의 삶을 자녀들의 시선으로 되짚는다. 며느리에게 집안일을 당연하게 맡기는 관습 역시 가족 안에서 특정 사람의 수고가 눈에 잘 띄지 않게 되는 사례와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
지금은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움직이는 집도 많다. 시아버지가 먼저 아들에게 "같이 좀 도와라"고 말하거나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맡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며느리가 주방에 들어가는 순간 아들도 따라가도록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며느리를 손님처럼 대하지 않는 것과 일을 시키는 사람처럼 대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함께 온 가족이라면 집안일도 함께 나누는 쪽이 부담을 줄인다.
평소에는 우리 가족이라고 부르면서 정작 가족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며느리의 의견은 묻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명절에 언제 모일지, 어디서 식사할지, 가족 행사를 어떻게 할지 등을 아들과 시부모가 먼저 정한 뒤 며느리에게 통보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며느리는 자신이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아들의 배우자로만 취급된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라면 휴일과 출퇴근 일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날짜 하나를 정하는 일도 부부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아들의 일정만 확인하고 며느리에게는 이미 결정된 내용을 전달한다면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족상담 분야에서 많이 다뤄지는 관계의 경계와 의사소통 문제는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과 연결된다. 오은영의 '화해' 역시 부모와 자녀를 비롯한 가까운 관계에서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다룬 책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상대의 의사를 건너뛰는 것이 친밀함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며느리에게 모든 결정권을 달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가족 모임의 당사자라면 일정과 방식에 대해 의견을 물어볼 수 있다. "이번에는 이렇게 하자"라고 통보하는 것과 "이번에는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니"라고 묻는 것은 말 몇 마디 차이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시아버지 입장에서 며느리와 가까워지는 방법은 아들과 며느리를 모두 자기 삶을 가진 성인으로 인정하고, 집안일이나 가족 문제에서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넘기지 않는 태도다.
좋은 시아버지가 되는 기준은 며느리를 딸처럼 대한다고 말하는 데 있지 않다. 가족이라서 더 참으라고 요구하는 관계와 가족이기에 서로 존중하는 관계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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