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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산과 들에서 나는 온갖 버섯이 밥상 위 주인공으로 올라선다. 전어나 대하 같은 가을 해산물도 별미로 꼽히지만, 땅의 기운을 머금은 버섯 향 역시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매력이다.

이맘때 산에서 채취하는 자연산 버섯부터 사시사철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배 버섯까지, 소금기름장만 살짝 찍어 생으로 먹어도 구워 먹어도 그 자체로 훌륭한 별미가 된다. 예로부터 "일 능이, 이 표고, 삼 송이"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가을철 버섯 가운데서도 능이와 표고, 송이는 특히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버섯은 흙 속의 탄소를 안정화하고 땅 밑에 뻗은 균사망으로 숲 전체의 나무에 영양분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생태학적으로도 신비로운 생명체로 꼽힌다.
송이버섯은 소나무·잣나무와 공생하는 균근성 버섯이다. 소나무 뿌리와 균사가 얽혀 균근을 형성한 뒤, 가을철 일교차가 커지고 지중 온도가 19도 아래로 떨어지면 땅속에서 자실체가 만들어져 지표면 위로 올라온다. 봄부터 장마 기간에는 균사와 균근이 성장하는 데 적당한 비가 필요하고, 가을에 접어들어 기온과 강수량이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우리가 아는 버섯의 모습으로 자라난다. 이런 까다로운 생장 조건 탓에 아직까지 인공재배에 성공하지 못해, 시중에 유통되는 송이는 대부분 산에서 직접 채취한 자연산이다.

같은 산지라도 그해 기온과 강수량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가격 변동 폭도 다른 버섯보다 큰 편이다. 국내에서는 경북 봉화와 영덕, 울진, 강원 양양 등이 대표적인 송이 산지로 꼽힌다. 산림청도 송이가 자라는 숲의 환경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송이산 관리 지침을 두고 있을 정도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왕에게 진상되던 귀한 식재료였던 만큼, 지금도 소금만 살짝 곁들여 구워 향을 그대로 즐기거나 밥과 국, 전골에 넣어 은은한 풍미를 더하는 방식으로 소비된다. 다른 버섯보다 저장성이 좋은 편이라, 가을철에는 냉장 보관하면 2주가량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송이버섯에 풍부한 베타글루칸 계열의 다당류는 체내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 침입과 알레르기 반응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변비 개선과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능이버섯 역시 인공재배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자연산 버섯이다. 참나무 뿌리에 기생해 자라며, 향이 독특해 '향버섯'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가을장마가 끝난 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토질과 습도, 온도까지 맞아떨어져야 해 야생에서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생능이를 일반 소매점에서 접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대부분 개인 간 거래나 일부 산림조합 공판장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산지에 따라 가격 차이도 커,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특성상 티베트를 비롯한 중국산이 섞여 유통되는 경우도 있어 구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 향이 진하고 식감이 다소 강한 편이라 날것으로 그대로 먹으면 가벼운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소금물에 한 번 데친 뒤 찢어서 다시 살짝 데쳐 먹는 것이 안전한 방법으로 꼽힌다. 이렇게 데친 능이는 초고추장이나 참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삼계탕이나 두부전골에 넣어 함께 끓여 먹기도 한다. 국물을 우려내면 특유의 검은빛이 도는 진한 육수가 만들어지는 것도 능이버섯만의 특징이다. 능이버섯을 삶은 물에 꿀을 섞어 마시면 환절기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민간요법도 전해지며, 예로부터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소화제 대용으로 달여 마시기도 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해소와 장내 노폐물 배출,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에도 이롭다는 평가다.
표고버섯의 제철은 9월부터 10월까지다. 특유의 향과 쫄깃한 식감, 진한 감칠맛이 강점으로 꼽히며, 갓이 갈색을 띠고 두툼하게 안으로 말려 있으면서 습기 없이 보송보송한 것이 품질 좋은 표고버섯이다. 예로부터 백혈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해 '불로장생의 명약'이라 불릴 정도로 귀하게 여겨져 온 식재료이기도 하다. 영양 면에서는 100g당 칼륨이 180㎎ 들어 있어 나트륨 배출을 돕는데, 평소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나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여기에 베타글루칸 성분이 풍부해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지질대사를 개선해 체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고버섯은 생으로 찌개나 탕에 넣어도 좋지만 말려서 쓰면 활용도가 한층 커진다.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D 함량이 높아지고, 물에 불리면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난다. 바싹 말린 표고버섯을 가루로 내어 냉동 보관해두면, 각종 요리에 넣는 천연 조미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표고버섯가루가 감칠맛을 내는 천연 조미료로 각광받으면서, 화학조미료 대신 사용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느타리버섯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으로, 국거리부터 나물, 전골까지 한국인의 밥상에 두루 쓰이는 버섯이다. 비타민D와 나이아신, 단백질, 무기질이 골고루 들어 있고,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에서 콜레스테롤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갓의 지름이 2~3㎝ 정도로 적당한 크기인 것이 품질 좋은 느타리버섯으로 꼽히며, 너무 크게 자란 것은 오히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살이 연해 다른 버섯보다 쉽게 무르고 상할 수 있어, 구입한 뒤에는 되도록 빨리 조리해 먹는 것이 좋다.

소고기 양지와 함께 끓이다 결대로 찢은 느타리버섯과 대파, 숙주를 넣고 고춧가루·양조간장·다진마늘·참기름으로 양념하면 얼큰한 버섯국을 만들 수 있다. 이 밖에도 부침개나 전골 재료로 활용하면 담백한 맛을 살릴 수 있고, 삶아서 나물로 무쳐 먹어도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버섯을 손질할 때는 물에 직접 씻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버섯은 수분을 쉽게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물에 닿으면 특유의 풍미가 옅어지기 때문이다. 지저분한 부분만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구거나, 젖은 면포로 살살 닦아낸 뒤 조리하는 것이 향을 살리는 방법이다. 팽이버섯처럼 밑동이 뭉쳐 있는 경우에는 노르스름한 부분을 잘라낸 뒤 결결이 뜯어가며 손질하면 된다. 말린 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충분히 불려 요리에 사용하면 되는데, 불린 물 역시 버섯의 풍미가 배어 있어 육수로 함께 활용하면 좋다. 보관할 때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밀봉해 냉장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며, 말린 버섯은 상온이나 냉동 보관하면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 저칼로리에 다양한 미네랄과 필수아미노산, 식이섬유를 갖춘 버섯은 값비싼 보양식이 아니어도 가을 한 끼를 풍성하게 채워주는 식재료다.
대부분의 버섯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베타글루칸은 종양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고 세포 재생을 도와 동맥경화 같은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 양송이버섯, 팽이버섯처럼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버섯에도 이런 베타글루칸이 고루 들어 있어, 굳이 귀한 자연산 버섯이 아니어도 충분히 건강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향긋한 버섯 한 접시로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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