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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만 지나면 냉장고는가득 차 문이 닫히지 않을 지경이 된다. 친척들이 싸준 정성 어린 음식부터 차례상에 올랐던 푸짐한 전과 갈비찜까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지만 "이 많은 걸 언제 다 먹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게다가 며칠 동안 상온에 노출되었거나 보관을 소홀히 했다가는 아까운 음식들을 전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냉장고에 넣었으니 당연히 안전하겠지" 하고 방심했다가는 며칠 만에 쉰 냄새가 나거나 식중독균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당면이 불어 터지기 쉬운 잡채나 기름진 갈비찜, 각종 전과 삼색나물까지, 음식 종류에 따라 올바른 보관법과 수명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아까운 명절 음식을 무작정 버릴 수도 없고, 매번 전자레인지에 대충 데워 먹기만 하자니 금세 질리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남은 명절 음식을 갓 만든 것처럼 안전하고 맛있게 살려내는 보관 노하우를 알아보자.
명절 음식 중 가장 먼저 상하는 대표적인 품목은 단연 ‘잡채’다. 잡채에는 시금치, 당근, 양파, 버섯 등 수분이 많은 채소가 다양하게 들어가고 여기에 당면과 참기름까지 더해져 세균이 번식하기에 아주 알맞은 조건을 갖추게 된다.
조리된 잡채를 상온에 2시간 이상 방치할 경우 식중독균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조리 직후에는 선풍기 바람 등을 이용해 김을 빠르게 식힌 뒤, 즉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해야 안전하다.
잡채를 오랫동안 맛과 식감을 살려 보관하려면 면과 채소를 따로 분리해 두는 것이 좋다. 당면은 냉장고에 들어가면 전분이 딱딱하게 굳기 때문에, 오래 보관하려면 면을 한 번 살짝 데쳐 참기름에 버무린 뒤 냉동하고 채소와 고기는 따로 밀폐용기에 담는 것이 식감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냉장 보관했던 잡채를 다시 먹을 때는 프라이팬에 물을 소량 두르고 볶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울 때 내부까지 완전히 뜨거워질 정도로 충분히 가열해야 세균을 없앨 수 있다.
명절 밥상의 주인공인 갈비찜은 고기의 단백질과 양념의 당분이 풍부해 이 역시 상하기 쉽다. 갈비찜을 조리한 후 상온에서 식히면 국물 표면에 하얗게 굳은 기름층이 생긴다. 이 지방층은 공기에 노출되면 쉽게 산화되어 음식 맛을 해치므로, 냉장고에 넣기 전 채나 숟가락으로 하얀 기름을 말끔히 걷어내야 국물이 깔끔해지고 보존성이 높아진다.
갈비찜을 보관할 때는 고기가 국물에 완전히 잠기도록 담아두어야 고기가 마르지 않고 촉촉하다. 다만 양념 국물이 너무 많으면 염분에 의해 고기가 퍽퍽해질 수 있으므로 적당량만 남기는 것이 좋다.
일주일 이내에 먹을 양은 냉장실에 보관하고, 그 이상 두고 먹을 때는 1회 먹을 만큼 소분해 밀폐용기나 진공 포장 백에 담아 냉동해야 한다. 냉동된 갈비찜을 해동할 때는 전자레인지로 급하게 녹이기보다, 조리 전날 냉장실로 옮겨 하루 동안 서서히 녹이는 ‘저온 해동’을 거쳐야 육즙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명절 내내 부쳐낸 동그랑땡, 산적, 명태전 등은 식용유를 많이 머금고 있어 공기와 접촉하면 기름이 썩는 ‘산패’ 현상이 빠르게 일어난다. 산패된 기름은 쩐내를 유발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므로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전을 밀폐용기에 담을 때는 층층마다 키친타월을 깔아 잔여 기름기를 흡수하게 해야 눅눅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생선전과 육류전은 수분과 향이 다르므로 한 용기에 섞지 말고 각각 다른 용기에 보관해야 신선도가 오래간다.
냉동실에 얼려둔 전을 다시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수분이 빠져나가 눅눅해진다. 대신 기름을 두르지 않은 마른 프라이팬에 약불로 데우거나 에어프라이어에 180도로 5~7분간 가동하면 갓 부쳐낸 것처럼 바삭한 식감을 되살릴 수 있다.

시래기나물, 도라지나물, 고사리나물 등 삼색나물은 수분이 많고 손으로 무치는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될 확률이 높다. 나물류는 냉장 보관하더라도 3~5일 이내에 소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래 보관해야 한다면 무치기 전의 삶은 나물 상태로 물기를 꼭 짜서 한 끼 먹을 만큼 소분해 냉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뭇국이나 닭볶음탕 등 국물 요리는 조리 후 상온에 두면 세균이 가장 빠르게 증식한다. 완전히 식힌 후에는 반드시 뚜껑을 덮어 냉장고에 넣어야 하며, 보관 기간을 늘리려면 먹을 만큼 덜어내기 전 전체를 한 번 더 팔팔 끓인 후 밀폐해 보관하는 것이 요령이다. 냉장고에서 꺼낼 때도 매번 먹을 만큼만 덜어내어 끓인 뒤 보관해야 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명절에 빠지지 않는 송편이나 찰떡 등 떡류는 상온에 두면 금세 딱딱해지고 곰팡이가 피기 쉽다. 떡을 장기간 보관할 때는 남은 즉시 먹을 만큼씩 소분하여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랩이나 밀폐용기에 밀봉한 뒤 곧바로 냉동실에 넣어야 식감이 유지된다.
냉동된 떡을 다시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보다 찜기(채반)에 물을 붓고 살짝 쪄내는 방식을 추천한다. 찜기를 이용하면 갓 지어낸 듯한 쫄깃한 식감과 촉촉함을 온전히 되살릴 수 있다. 단, 팥앙금이 든 떡은 상온 방치 시 쉽게 쉴 수 있으므로 실온 해동보다는 가열 조리를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

명절 차례상이나 선물로 들어온 사과, 배, 감 등 과일 역시 보관 방식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사과는 숙성 과정에서 식물 호르몬인 에틸렌 가스를 다량 방출한다. 이 에틸렌 가스는 주변에 있는 다른 과일이나 채소의 숙성을 급격히 촉진시켜 쉽게 무르게 만들고 상하게 한다.
따라서 사과는 다른 과일이나 채소와 함께 두지 말고, 반드시 개별적으로 비닐팩이나 랩으로 밀봉한 뒤 냉장고 과일 전용 칸에 따로 보관해야 한다. 배는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감싸서 김치냉장고나 서늘한 곳에 두면 수분 손실을 막아 아삭한 식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명절에 재워둔 불고기나 LA갈비 등 양념된 육류는 당분과 간장 양념 때문에 일반 생고기보다 쉽게 탈 수 있고 세균 번식도 빠르다. 양념육은 냉장 보관 시 1~2일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남은 양념육은 반드시 1회 먹을 분량씩 납작하게 밀봉하여 냉동 보관해야 한다.
냉동된 양념육을 해동할 때는 상온에 방치하면 세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조리 전날 냉장실로 옮겨 해동해야 한다. 또한, 해동한 고기를 다시 재냉동하는 것은 세균 번식과 맛 저하의 주원인이 되므로 절대 금물이다.

음식을 담는 용기와 냉장고 온도 관리도 식중독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기름기가 많은 갈비찜이나 전 종류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으면 기름때가 잘 지워지지 않고 냄새가 배기 쉬우므로, 열탕 소독이 가능한 내열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위생적이다.
냉장고 내부 온도는 4도 이하, 냉동고는 영하 18도 이하를 유지해야 세균 증식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명절 직후에는 냉장고가 가득 차 냉기가 잘 돌지 않으므로 용기 사이사이에 간격을 두고 보관해야 한다.
또한 조리된 음식은 냉장고 상단이나 중간 칸에 두고, 익히지 않은 생고기나 해산물은 세균의 교차 오염을 막기 위해 가장 아래칸에 두어야 한다. 핏물이나 육즙이 흘러내려 다른 음식을 오염시키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 수납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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