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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초입 마트에 고구마가 쌓이기 시작하면 다시 오븐 예열부터 걱정된다. 굽는 데만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조리법을 매번 반복하기엔 저녁 시간이 빠듯하다. 전자레인지로 속을 먼저 익히고 마지막에만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로 겉을 구우면 같은 결과를 훨씬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다.
오븐은 내부 공기를 뜨겁게 데운 뒤 그 열이 표면에서 속으로 천천히 전달되는 대류 방식이라, 크고 조밀한 고구마 한 덩이를 완전히 익히려면 예열 시간을 포함해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겉은 이미 마르기 시작해도 속은 여전히 단단한 경우가 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굿하우스키핑 키친랩 실험에서는 오븐으로 통째 굽는 데 예열까지 포함해 한 시간 넘게 걸린 반면, 전자레인지로는 10분 안에 속까지 부드럽게 익혔다고 밝혔다. 시간에 쫓기는 평일 저녁이라면 이 차이가 메뉴 선택 자체를 바꿔놓을 만큼 크다.

전자레인지는 전자파가 식재료 속 수분 분자를 진동시켜 식재료 내부에서 직접 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라, 겉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익는다. 반대로 오븐은 뜨겁고 건조한 공기로 표면을 감싸 수분을 증발시키면서 갈변과 캐러멜화(마이야르 반응)를 일으키는데, 이 반응은 겉면이 건조한 열에 닿아야만 일어난다. 고구마의 매력인 촉촉하고 포슬포슬한 속살은 전자레인지가 만들고, 노릇하게 당겨지는 겉껍질의 단맛은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가 만드는 셈이라 두 도구를 순서대로 쓰는 것이 서로의 장점만 취하는 방법이다.

고구마를 씻어 물기를 완전히 닦아낸 뒤 포크로 표면 전체를 여러 번 찔러 둔다. 찔러 둔 구멍은 조리 중 안에서 생기는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돼 고구마가 터지는 것을 막아준다. 전자레인지 전용 그릇에 올려 고출력으로 2~3분씩 나눠 돌리면서 중간에 한 번 뒤집어주면 되는데, 굿하우스키핑 실험 기준으로 중간 크기 고구마는 5~6분 안팎이면 충분했고 크기가 크거나 전자레인지 출력이 낮으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포크를 중심까지 찔러 저항이 없는지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때 포크로 찌른 통짜 고구마를 알루미늄 포일로 완전히 감싸 전자레인지에 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 금속 포일은 전자파를 반사해 스파크나 불꽃이 튈 수 있어 전자레인지 안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본 안전 수칙이다. 다 익은 고구마는 매우 뜨거우니 바로 자르지 말고 2~3분 그대로 두어 속의 김을 가라앉힌 뒤 다루는 것이 안전하다.
전자레인지에서 속까지 부드럽게 익힌 고구마를 그대로 잘라 먹어도 촉촉한 속살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겉면까지 노릇하게 당겨진 식감을 원한다면 표면에 기름을 살짝 발라 미리 예열해 둔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옮겨 몇 분만 더 굽는다. 이미 속까지 익어 있는 상태라 겉만 갈변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만 쓰면 되므로, 처음부터 오븐에 넣을 때보다 훨씬 짧게 끝난다. 시트팬을 미리 오븐에 넣어 달궈 둔 뒤 그 위에 자르거나 기름 바른 면을 바로 올리면 뜨거운 팬 표면에 닿는 즉시 갈변이 시작돼 좀 더 고르게 바삭해진다.

같은 원리는 일반 감자에도 그대로 통한다. 다만 고구마보다 밀도가 높은 감자, 특히 러셋 감자류는 전자레인지로 익히는 데 8분 안팎이 걸려 고구마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만 다르다. 반대로 오븐은 으깬 감자나 감자튀김처럼 겉면의 바삭함이 핵심인 요리에 더 적합하므로, 속촉촉한 통감자를 원할 때만 전자레인지-오븐 순서를 쓰는 편이 맞다. 당근이나 단호박 같은 다른 단단한 채소도 전자레인지로 먼저 무르게 만든 뒤 오븐으로 겉만 굽는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개를 만들어 두고 며칠에 나눠 먹을 계획이라면 보관 순서가 맛을 가른다. 뜨거운 상태로 밀폐용기에 바로 넣으면 용기 안에 김이 차 물기가 고이면서 식감이 무르고 상하기도 쉬워지므로, 한 김 식힌 뒤 얕은 용기에 펼쳐 담아 냉장고에 넣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식중독 예방 수칙도 조리한 음식을 오래 실온에 두지 말고 충분히 식힌 뒤 냉장고에는 5도 이하로 보관하라고 안내하는 만큼, 고구마 역시 이 기준을 벗어나지 않게 서둘러 냉장고로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다시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로 데워 속을 촉촉하게 살리고, 겉바삭한 식감을 되살리고 싶다면 에어프라이어에 잠깐 더 돌려주면 처음 구웠을 때와 비슷한 식감을 되찾을 수 있다. 구운 고구마는 재가열 말고도 다른 요리 재료로 쓰기 좋은데, 으깨서 요거트나 견과류와 섞으면 아침 대용 볼이 되고 얇게 썰어 토스트나 샐러드에 올리면 간단한 한 끼가 된다. 도시락에 넣을 때도 완전히 식힌 뒤 다른 반찬과 분리해 담으면 물기가 옮아 눅눅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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