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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시장이나 마트 한켠에 알이 굵은 생밤이 쌓인다. 삶아서 벗기려 해도 겉껍질과 속껍질이 살에 딱 붙어 손톱이 다 닳도록 씨름한 경험이 한 번쯍은 있을 것이다. 사실 밤은 삶기 전에 냉동실을 한 번 거치기만 해도 껍질이 훨씬 수월하게 벗겨진다.
밤 껍질이 안 벗겨지면 흔히 물에 오래 삶거나 칼로 겉껍질을 벗겨낸 뒤 속껍질을 또 벗기는 이중 작업을 한다. 그런데 삶는 방식은 열이 속살까지 고르게 스며들면서 겉껍질과 속껍질이 오히려 살에 더 단단히 눌어붙는 경우가 많다. 손을 몇 번이나 씻어도 밤물이 배어 나오고, 정작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벗겨진 밤은 얼마 되지 않는 허탈한 결말로 이어지기 쉽다.

생밤을 얼리면 속에 있는 수분이 얼음 결정으로 바뀌면서 부피가 살짝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겉껍질과 그 안의 얇은 속껍질을 붙잡고 있던 조직이 함께 밀려나 틈이 생기고, 뜨거운 물에 담가 녹인 뒤 손으로 눌러주기만 해도 겉껍질과 속껍질이 한 번에 떨어져 나온다. 삶는 것과 달리 열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밤 특유의 단맛이 물에 녹아 빠지지 않는다는 점도 차이다.

당장 요리에 쓸 계획이 없다면 생밤을 껍질째 냉동해두는 것이 가장 오래, 가장 쉽게 보관하는 방법이다. 밤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마른 수건이나 키친타월로 완전히 닦아낸 뒤, 밀폐되는 냉동용 지퍼백에 한 번 쓸 분량씩 나눠 담고 공기를 최대한 빼서 냉동실에 넣는다. 이렇게 두면 6개월 정도는 맛과 질감이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
조리할 때는 얼린 상태 그대로 끓는 물에 넣어 삶아 먹으면 되고, 요리에 쓸 벗긴 밤이 필요하면 뜨거운 물에 5분 정도 담가두면 겉껍질과 속껍질이 한꺼번에 부드러워져 벗기기 쉬워진다. 냉동 밤은 얼린 채로 바로 조리해야 하며, 실온에서 미리 녹여두면 물러지고 수분이 빠져나가 맛이 떨어진다.
밤을 미리 다 벗겨서 얼려두면 편리하지만, 껍질이 없는 속살을 그대로 얼리면 냉동실의 건조한 공기에 수분을 뺏겨 질감이 푸석해지고 맛도 떨어진다. 벗긴 밤의 물기를 닦은 뒤 냉동용 지퍼백에 담고, 밤 무게의 20% 정도 되는 설탕을 넣어 전체에 고르게 묻힌 다음 공기를 빼고 얼리면 이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설탕이 밤 표면의 수분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해 2개월 정도는 마르지 않고 촉촉하게 유지된다. 밤조림이나 밤 앙금처럼 단맛을 더하는 요리에 바로 쓸 수 있어 활용도도 높다.

생밤을 구워 먹고 싶다면 볼록한 면에 십자(X)로 칼집을 깊게 넣는 과정을 절대 빼먹지 않아야 한다. 칼집을 내지 않으면 밤 속 수분이 데워지면서 압력이 갇혀 오븐 안에서 밤이 터질 수 있다. 칼집을 낸 밤은 오븐에서 약 220도로 30분 정도, 또는 온도를 낮춰 약 175도로 맞추고 종이호일에 물 60밀리리터 정도와 함께 헐렁하게 싸서 틈을 살짝 열어둔 채 25~30분 굽는다. 두 방법 모두 겉껍질이 거뭇하게 갈라지고 속살이 부드러워지면 완성이며, 오븐 화력이나 원하는 질감에 따라 골라 쓰면 된다.
구운 밤은 오븐에서 꺼낸 즉시 깨끗한 수건으로 덮어 몇 분간 그대로 두면 남은 열기가 속살까지 퍼지면서 껍질이 한층 더 잘 떨어진다. 밤이 식으면 속껍질이 다시 단단해져 벗기기 어려워지므로 따뜻할 때 바로 벗기는 것이 요령이다. 한 번에 다 못 벗기고 있다면 나머지 밤은 수건으로 감싼 채 따뜻하게 두고 한 알씩 꺼내 벗기면 된다. 겉이 깨끗해 보인다고 밤을 생으로 먹는 것은 피해야 하는데, 익히지 않은 밤은 특유의 떫은맛과 딱딱한 식감이 그대로 남아 소화도 잘 안 되고 맛도 없기 때문이다.

며칠 안에 먹을 생밤이라면 냉동보다 냉장이 간편하다. 통풍이 되는 종이봉투나 망사봉투에 담아 냉장고 채소칸에 넣어두면 2~3주 정도는 신선하게 유지된다. 구운 밤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서 4일 정도 두고 먹을 수 있고, 껍질을 벗겨 냉동하면 3개월 정도까지도 보관할 수 있어 명절 요리나 밤밥을 미리 준비해두기에도 좋다.
밤을 고를 때는 크기에 비해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을 고르는 것이 기본이다. 겉면에 작은 구멍이 있거나 눌렀을 때 물렁한 부분이 있는 밤은 이미 벌레가 먹었거나 상하기 시작한 것이니 애초에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이 낫다. 이렇게 고른 밤을 상태에 맞춰 냉동실과 냉장실에 나눠 보관해두면 밤밥, 밤조림, 으깨어 만드는 밤 앙금까지 계절이 끝나기 전에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통째로 얼린 밤, 설탕을 묻혀 얼린 벗긴 밤, 구워서 얼린 밤을 용도별로 나눠두면 그날그날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쓸 수 있어 자투리 없이 알뿐 다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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