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봄동비빔밥에서 생새우까지…올해 음식 트렌드 장악한 '이것'은?

봄동비빔밥을 만들어 먹던 봄이 지나자 복숭아를 넣은 찹쌀떡과 음료가 여름 메뉴에 올랐다. 9월에는 무화과 디저트를 파는 곳과 생새우를 먹을 수 있는 가게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계절마다 식탁에 오르는 재료가 바뀌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올해는 그 재료를 활용한 메뉴가 SNS에서 화제가 되고 소비자가 직접 판매처를 찾는 과정이 두드러졌다.

생새우를 먹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툴로 생성한 자료사진.

이런 흐름을 ‘제철코어’라고 부른다. ‘제철’과 핵심을 뜻하는 영어 ‘코어(core)’를 합친 말로 특정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음식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소비 방식을 가리킨다. 봄 채소를 사서 요리하고 제철 수산물을 맛보러 산지에 가고 여름 과일로 만든 한정 디저트를 고르는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유행하는 음식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지만 먹고 싶은 것을 발견한 뒤 지금 살 수 있는 곳을 찾는 행동은 이어진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10월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4.0%는 계절별 특색 있는 음식이나 활동을 즐긴다고 답했다. 특정 계절에만 가능한 경험을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찾게 된다는 응답은 71.6%, 계절을 온전히 즐기는 일이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준다는 응답은 85.5%였다.

제철 음식이나 활동을 즐기는 이유로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활력을 얻을 수 있어서’가 55.3%로 가장 많이 꼽혔다. ‘다른 계절에는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답은 52.0%, ‘딱 그때만 가능한 희소한 경험’이라는 답은 48.9%였다. 같은 밥 한 끼라도 봄동이 나오는 때에 만들어 먹고 같은 디저트라도 복숭아가 나올 때 고르는 데 의미를 두는 사람이 적지 않은 셈이다.

18년 전 방송이 다시 꺼낸 봄동비빔밥

유튜브, KBS 한국방송

올해 초 화제가 된 봄동비빔밥에는 오래된 방송 영상이 있었다. 2008년 KBS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지역 주민이 차려준 비빔밥을 맛있게 먹던 장면이 SNS에서 다시 퍼졌다. 영상을 본 사람들이 봄동을 사서 비빔밥을 만들고 완성한 음식을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했다. 방송 속 한 끼가 18년 만에 다시 제철 메뉴로 주목받았다.

이 유행에는 뒤늦게 알려진 사연도 있다. 당시 촬영에 참여했던 나영석 PD는 지난 3월 공개한 영상에서 강호동이 먹었던 비빔밥의 채소가 봄동이 아니라 얼갈이배추였다고 밝혔다. 원래 방송 속 음식과 올해 사람들이 ‘봄동비빔밥’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먹은 음식의 재료가 달랐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장면은 봄동을 사서 요리하는 유행의 계기가 됐다. 오래된 영상이 다시 확산하면서 시청자의 장보기와 조리로 이어진 사례다.

봄동비빔밥은 식당을 찾아가지 않아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재료와 조리법을 알게 된 사람이 집에서 한 그릇을 만들고 이를 다시 온라인에 올렸다. 5월에는 마늘종을 넣은 비빔밥 조리 영상도 SNS에서 확산됐다. 봄동의 인기가 다른 제철 채소까지 자동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빔밥이라는 익숙한 음식에 그 시기의 식재료를 넣어 먹는 영상이 잇따라 관심을 받은 것이다.

유튜브, 맛사돈

같은 봄 음식인 실치회는 집에서 만드는 비빔밥과 달리 먹을 수 있는 시기와 장소가 중요하다. 실치는 봄철 서해안에서 잡히는 수산물이다. 충남 당진시는 장고항의 실치회를 지역 먹거리로 소개하며 올해 5월 2~3일 실치 관련 행사를 열었다. 당진시 관광 안내는 실치의 특성상 회로 맛보려면 현지를 찾는다고 설명한다. 봄동비빔밥을 위해 재료를 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치회를 위해 제철에 맞춰 장고항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다.

여름 한정 메뉴가 된 복숭아

한정선 '복숭아 요거트 찹쌀떡' 관련 최근 게시글들. / 인스타그램 갈무리

봄 채소와 수산물 다음에는 복숭아가 여름 메뉴에 등장했다. 과일찹쌀떡 브랜드 한정선은 복숭아와 요거트 크림을 넣은 ‘복숭아 요거트 찹쌀떡’을 시즌 메뉴로 선보였다. 복숭아를 넣은 디저트를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관심은 여름이 지난 뒤에도 이어졌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매장을 취재한 보도에서는 아직도 이 제품의 품절 안내가 나온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복숭아는 음료와 차가운 디저트에도 쓰였다. 메가MGC커피가 7월 출시한 ‘복숭아 퐁당 요거트 스무디’는 당시 여름 신메뉴 가운데 판매 호조를 보인 제품으로 소개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소개한 여름 디저트에는 제철 복숭아를 층층이 올리고 복숭아 퓌레와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메뉴도 있었다. 과일을 그대로 먹는 것 외에 찹쌀떡, 스무디, 차가운 디저트 가운데 취향에 맞는 메뉴를 고를 수 있었던 여름이다.

여름 복숭아의 다음에는 다른 과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정선의 매장 메뉴에서도 복숭아를 활용한 찹쌀떡과 무화과를 활용한 찹쌀떡이 확인된다. 매번 같은 종류의 간식을 팔더라도 제철 과일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맛이 달라진다. 과일 가게의 진열대뿐 아니라 디저트 매장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무화과를 먹으러 카페를 찾는 가을

'무화과' 관련 최근 게시글들. / 인스타그램 갈무리

늦여름부터 가을 사이 관심을 모은 과일은 무화과다. 무화과를 활용한 케이크와 타르트, 산도, 요거트 메뉴가 판매되면서 생과일을 사는 것 말고도 선택지가 생겼다. SNS에서 무화과 케이크를 본 사람에게는 무화과의 판매 시기만큼 그 케이크를 만드는 가게의 위치가 중요하다. 한철 과일의 이름이 곧 디저트 가게를 찾는 검색어가 된다.

무화과 메뉴는 동네 카페에서 대형 매장으로도 넓어졌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베이커리에는 생무화과를 올린 요거트 케이크가 나왔고 빕스는 9월 7일부터 21일까지 생무화과를 활용한 케이크와 리코타 샐러드 등을 선보였다. 같은 과일을 두고도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를 고르거나 베이커리에서 홀케이크를 사고 식사와 함께 샐러드로 맛볼 수 있는 셈이다.

당근 앱 '무화과' 관련 최신 게시글들. / 당근 앱 갈무리

무화과를 파는 곳을 찾는 움직임도 수치로 나타났다. 당근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동네지도에서 ‘무화과’를 검색한 횟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게들이 비즈프로필에 올린 무화과 관련 게시물은 54% 늘었다. 검색에 생과 판매점과 디저트 가게가 각각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비자의 지역 검색과 가게의 상품 안내가 함께 증가했다는 점은 확인된다.

무화과 디저트를 찾는 방식은 여름 복숭아 메뉴와도 이어진다. 소비자는 제철 과일의 이름을 먼저 접한 뒤, 어떤 메뉴로 먹을지 고르고 그 메뉴를 파는 곳을 찾는다. 과일을 활용하는 가게에는 짧은 시기에 선보일 메뉴가 생기고 소비자에게는 계절마다 새로 고를 음식이 생긴다. 한정선이 복숭아에 이어 무화과 찹쌀떡을 선보인 것도 이러한 계절별 메뉴 변화의 한 사례다.

전어는 돌아오고, 생새우는 검색된다

전어 구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툴로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가을 먹거리는 디저트에 그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9월의 수산물로 전어를 선정했다. 전어는 회와 구이, 회무침 등으로 즐기는 가을 음식이다. 봄에 실치회를 기다리는 것처럼 전어 역시 계절이 돌아오면 다시 찾는 수산물이다. 새로운 이름의 메뉴가 나와야만 제철코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먹어 온 음식도 그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다시 사람을 움직인다.

생새우는 올해 지역 검색에서 관심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근 동네지도에서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생새우’를 검색한 횟수는 전년 동기보다 385% 늘었다. 생새우를 소개한 가게의 비즈프로필 게시물도 247% 증가했다. 제철 생새우를 먹고 싶은 소비자가 가까운 판매처를 찾고 가게는 취급 소식을 알린 것이다.

무화과와 생새우의 검색 증가율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동네 가게를 찾는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검색과 게시물의 증가율이다. 검색한 사람이 모두 음식을 구매했거나 개별 가게의 매출이 같은 비율로 늘었다는 뜻은 아니다. 숫자가 보여주는 변화는 소비자가 제철 음식을 알게 된 다음 어디에서 먹을 수 있는지 직접 찾아봤다는 데 있다.

다음 계절의 메뉴를 기다리는 일

올해의 제철 음식은 서로 다른 경로로 소비자를 만났다. 봄동비빔밥은 18년 전 방송 영상이 다시 퍼지며 집에서 만드는 메뉴가 됐고 실치회는 봄철 장고항을 찾는 이유가 됐다. 여름의 복숭아는 한정 찹쌀떡과 음료, 디저트에 들어갔다. 가을의 무화과는 카페와 베이커리 메뉴가 됐고 생새우는 동네 판매처를 찾는 검색으로 이어졌다. 전어는 예년처럼 가을 식탁으로 돌아왔다.

한철 음식을 찾아 먹는 방법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 장을 봐서 직접 요리할 수도 있고 계절 메뉴를 파는 가게에 들를 수도 있다. 산지 방문을 계획하거나 집 근처에서 파는 곳을 검색할 수도 있다. 제철코어는 익숙한 계절 음식에 이런 여러 선택이 더해지며 나타난 흐름이다.

엠브레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76.1%는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경험에 더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봄동비빔밥 한 그릇이나 여름 복숭아 디저트처럼 그 경험은 일상의 식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금 먹을 수 있는 것을 알아보고 먹고 싶은 방식과 장소를 고르는 일. 제철코어는 그렇게 계절의 변화를 한 끼씩 생활 속으로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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