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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며칠 치 장을 봐 둔 집이라면 화구 앞에 키친타월과 비닐봉지, 상자 같은 것들이 쌓이기 쉽다. 전을 부치고 갈비를 재고 나물을 무치는 동안 불 앞은 잠시도 쉴 틈이 없고, 그 틈에 기름 묻은 행주 한 장이 화구 옆에 그대로 놓이는 일이 흔하다. 명절 요리는 평소보다 화구를 오래, 여러 개 동시에 켜두는 시간이라 그만큼 화재 위험도 함께 커진다.
많은 집이 화재 대비라고 하면 소화기 위치만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조리 화재는 화구 바로 옆에 놓인 키친타월, 종이 포장재, 비닐봉지, 마른 행주에서 불이 옮아붙으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명절처럼 조리량이 몰리는 날은 이런 가연물이 화구 반경 안에 쌓이기 쉬워, 소화기를 준비해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 화구 주변부터 한 번 훑어보는 습관이 소화기보다 먼저 필요한 조치다. 종이·비닐·마른 천을 화구에서 떨어뜨려 놓는 것만으로 불이 옮아붙을 통로 하나를 없앨 수 있다. 조리대가 좁은 아파트 주방일수록 이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

기름이 스며든 천은 맨 천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불이 옮아붙는다. 기름 자체가 가연성 물질인 데다, 섬유 사이에 스며든 기름이 산소와 닿는 표면적을 넓혀 놓기 때문이다. 사용한 기름 행주나 키친타월은 화구 옆에 그대로 두지 말고, 불연성 용기에 담아두거나 바로 세탁기로 보내는 것이 안전하다.
자리를 덜 차지한다고 화구 옆 서랍이나 조리대 한켠에 기름 묻은 천을 모아두는 집도 있는데, 이는 불이 붙었을 때 화구와 가장 가까운 가연물 뭉치가 된다. 한 장씩이라도 그때그때 세탁기로 보내거나 밀폐 용기에 옮겨두는 편이 쌓아두는 것보다 훨씬 낫다.

전을 부치기 전 점검할 곳은 크게 세 군데다. 첫째는 화구 정면이다. 종이 포장재나 비닐봉지, 마른 수건을 화구 근처에서 치우고, 냄비나 프라이팬 손잡이가 조리대 앞쪽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돌려둔다. 손잡이가 앞으로 나와 있으면 지나가다 옷깃이나 팔이 걸려 냄비 전체가 넘어갈 수 있다.
둘째는 레인지 후드 필터다. 필터에 기름때가 눈에 보일 정도로 쌓여 있으면 환기가 잘 안 될 뿐 아니라 그 기름때 자체가 가연물로 쌓여 있는 상태다. 명절 요리를 시작하기 전 필터를 한 번 닦아두면 환기와 화재 예방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다만 필터를 깨끗이 닦아둔다고 해서 불 앞을 오래 비워도 된다는 뜻은 아니며, 불을 켜둔 동안은 반드시 곁을 지켜야 한다.
셋째는 소화기 위치다. 소화기는 조리 공간을 가로지르지 않고 바로 손이 닿는 곳에 둬야 한다. 화구 반대편이나 조리대 너머에 소화기를 두면, 불이 커졌을 때 오히려 불 앞을 지나가야 소화기를 집을 수 있어 오히려 위험해진다.

프라이팬에서 기름에 불이 붙었을 때 가장 위험한 대처는 물을 붓는 것이다. 물은 뜨거운 기름 위에서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며 불붙은 기름을 사방으로 튀기기 때문에 불길이 오히려 커진다. 안전하게 불을 끄려면 가스 밸브를 잠글 수 있는 상황이면 먼저 불을 끈 뒤, 팬보다 조금 큰 금속 뚜껑으로 팬 전체를 덮어 산소를 차단해야 한다.
평소 화구 근처에 팬보다 조금 큰 금속 뚜껑을 하나 놓아두면 이런 상황에서 바로 쓸 수 있다. 뚜껑을 덮은 뒤에는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절대 열어보지 말아야 한다. 불이 팬을 벗어나 주변으로 옮겨붙었다면 뚜껑으로 잡을 단계는 지난 것이므로, 그 즉시 대피하고 가능하면 출입문을 닫아 불길과 연기 확산을 늦춘 뒤 신고해야 한다.
짐이나 귀중품을 챙기러 다시 들어가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화재 신고와 대피 기준은 소방청과 국민재난안전포털의 최신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명절 연휴처럼 119 신고가 몰릴 수 있는 시기일수록 화구 주변을 미리 정리해 불씨 자체를 줄여두는 편이 낫다.

전을 부칠 때 기름이 튀지 않게 신문지나 키친타월을 화구 옆에 깔아두는 경우도 많은데, 이 종이 역시 기름이 묻으면 그대로 가연물이 된다. 한 판이 끝나면 바로 걷어내고, 다음 판을 부치기 전에 새 종이로 바꿔주는 편이 화구 옆에 기름 젖은 종이를 쌓아두는 것보다 안전하다.
튀김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튀김용 젓가락이나 비닐장갑, 여분의 식용유 페트병을 화구 바로 옆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물건도 불이 붙었을 때 옮겨붙을 수 있는 가연물이다. 튀김 냄비 옆은 최소한의 조리 도구만 남기고 나머지는 조리대 옆으로 옮겨두는 것이 좋다.
명절 손님이 많은 날은 전기밥솥, 전기그릴, 커피포트를 한 멀티탭에 몰아 꽂는 경우도 흔하다. 여러 고전력 기기를 하나의 콘센트나 멀티탭에 동시에 연결하면 과부하로 열이 나기 쉬우므로, 전력을 많이 쓰는 기기는 콘센트를 나눠 쓰는 것이 안전하다.
명절이 끝난 뒤에도 후드 필터에 낀 기름때는 며칠 안에 닦아내는 것이 좋다. 명절 요리로 평소보다 기름때가 많이 쌓인 상태로 필터를 오래 두면, 다음 요리 때 그만큼 가연물을 이고 불을 켜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화구 앞을 정리하고 필터를 닦아두는 이 짧은 습관은 명절 연휴 내내 불 앞을 지키는 것과 함께 갖춰야 할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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