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호 태풍 초이완 발생 임박…예상 경로·한국 영향 있을까?

북서태평양에서 올해 27번째 태풍이 모습을 드러낼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저기압이 태풍 기준을 넘어서면 '초이완(CHOI-WAN)'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같은 시각 26호 태풍 수리개(SURIGAE)는 일본 도쿄 남쪽 해상을 따라 북동쪽으로 빠져나가며 힘을 잃고 있다.

제27호 태풍 '초이완'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대저압부 / Himawari8

올해 북서태평양은 유독 분주하다. 중국기상국 집계로 8월 22일 20호 태풍 개나리가 발생했을 당시 1~8월 태풍 수는 평년(약 13.4개)을 크게 웃돌았고, 연초부터 매달 태풍이 만들어졌다. 9월 말에 벌써 27번째 태풍을 바라보게 되면서, 연간 평년값(약 25개)도 이미 넘어선 상태다.

30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사이판 동쪽 해상에서 감시해 온 93W 열대요란에 대해 열대저기압 발생경보(TCFA)를 내고, 이 세력을 열대저압부 'TD 26W'로 분류해 예보를 시작했다. TCFA는 앞으로 12~24시간 사이에 의미 있는 규모의 열대저기압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때 발령하는 경보다. 한 단계 더 발달해 최대풍속이 초속 17m를 넘어서면 우리 기상청 기준 태풍이 된다.

열대저기압은 보통 '열대요란→열대저압부→태풍' 순서로 몸집을 키운다. 열대요란은 구름이 모여 있지만 뚜렷한 회전 중심이 없는 초기 상태이고, 열대저압부는 저기압 순환이 자리를 잡았지만 바람 세기가 태풍 기준에 못 미치는 단계다. 어느 단계에서든 주변 환경이 나빠지면 그대로 소멸할 수 있어, 모든 열대저압부가 태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26호 태풍 수리개와 향후 제27호 태풍 초이완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이는 TD 26W /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 밤사이 구름 뭉치며 '태풍 문턱'까지

TD 26W는 30일 오전 기준 북위 16도, 동경 152도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사이판보다 경도상으로 6도가량 동쪽에 떨어진 망망대해로, 현재 북서쪽을 향해 움직이는 중이다.

미국 국립기상청(NWS) 괌 예보사무소 분석에 따르면 이 저기압은 지난밤 사이 눈에 띄게 짜임새를 갖췄다. 중심 부근에서는 두꺼운 대류 구름이 뭉쳐 올라왔고,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 구름대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열대저기압이 강해질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구조다.

JTWC가 TCFA를 냈다는 것은 이 세력을 더 이상 '지켜보는 대상'이 아니라 '예보 대상'으로 본다는 뜻이다. 초기 예상경로를 보면 TD 26W는 북서진을 이어가며 세력을 키우고, 이번 주 후반 무렵 사이판 북쪽 바다를 지나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열대저압부 단계를 넘어 태풍으로 올라서면 공식적으로 27호 태풍 초이완이 탄생한다.

◆ 미국이 먼저 움직였다…한일 기상당국 발표가 관건

다만 우리 기상청과 일본기상청(JMA)은 30일 오후 1시 현재까지 이 세력에 대한 공식 예보를 내지 않았다. 미국 측이 한발 앞서 발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예보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 순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JTWC가 먼저 TCFA를 발령하고, 이어 일본기상청이 열대저압부 정보를 내놓은 뒤 태풍 발생을 공식 발표하는 흐름이 여러 차례 되풀이됐다. 태풍 번호와 이름은 일본기상청이 태풍으로 판정하는 시점에 정해지는 만큼, 한일 기상당국이 다음 정보를 언제 내놓는지가 초이완 발생 시점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참고로 JTWC가 붙인 '26W'라는 번호와 '27호'라는 순번이 어긋나는 것은 두 기관의 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JTWC는 자체 판단에 따라 열대저압부에 번호를 매기고, 한국과 일본은 태풍으로 발달한 세력만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다.

초이완은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 가운데 홍콩이 제출한 이름으로, '색이 입혀진 구름(彩雲)'을 뜻한다. 2021년에도 3호 태풍 이름으로 쓰인 바 있다. 북서태평양 태풍 이름은 한국, 북한, 일본, 중국, 홍콩, 필리핀 등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10개씩 낸 140개를 순서대로 돌려 쓴다. 이번 순번에서는 북한이 낸 '수리개'(독수리) 바로 뒤에 홍콩의 '초이완'이 배치돼 있다. 큰 피해를 남긴 태풍의 이름은 위원회 논의를 거쳐 목록에서 빠지고 새 이름으로 교체되기도 한다.

◆ 한반도에 올까…"아직은 판단 일러"

가장 큰 관심사는 한반도 영향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TD 26W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수천㎞ 떨어진 태평양 한복판에 있고, 발생 초기 단계의 예상경로는 날마다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향후 진로를 가를 핵심 변수는 북태평양고기압이다. 태풍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는데, 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나 있으면 일본 열도 쪽으로 일찍 방향을 틀 가능성이 커지고, 서쪽으로 넓게 뻗어 있으면 대만이나 중국 방면으로 더 서진할 수 있다. 태풍으로 발달한 뒤 며칠간의 기압계 흐름을 봐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직전 태풍인 수리개도 발생 초기와 실제 진로가 달랐다. 지난 23일 열대저압부 단계에서는 대만 방향이 유력하게 제시됐지만, 이후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꺾이며 일본 열도 남쪽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로 바뀌었다.

10월이라고 방심할 수는 없다. 가을 태풍은 한여름보다 빈도는 낮지만, 북상하는 과정에서 편서풍을 타고 속도가 빨라지는 경우가 많아 대비할 시간이 짧다. 2016년 18호 태풍 차바는 10월 5일 제주와 부산 등 남부지방을 강타했고, 2019년 18호 태풍 미탁은 10월 2일 전남 해남 부근에 상륙해 큰 피해를 남겼다. 태풍이 직접 오지 않더라도 많은 수증기를 끌어올려 한반도 주변 기압계와 맞물리면 예상보다 많은 비를 뿌릴 수 있어, 당분간 진로 변화를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 26호 수리개는 도쿄 남쪽서 소멸 수순...한국 날씨는?

그 수리개는 현재 빠르게 힘을 잃고 있다. 수리개는 지난 23일 오후 9시 괌 서북서쪽 해상에서 발생해 오키나와 남쪽 해상을 지나며 한때 세력을 크게 키웠지만, 일본 열도 남쪽을 따라 북동진하면서 점차 약해졌다. 이날 오전 9시만 해도 수리개는 북위 30.2도, 동경 137.4도 해상에서 중심기압 994hPa, 최대풍속 초속 21m(시속 76㎞)를 유지하며 시속 12㎞로 느리게 북동진했다. 하지만 불과 6시간 만에 이동 속도가 크게 붙고 세력도 한층 누그러졌다. 기상청이 30일 오후 4시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수리개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북위 31.2도, 동경 138.3도 해상에서 시속 21㎞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96hPa, 최대풍속은 초속 20m(시속 72㎞)로 강도는 1이다.

제26호 태풍 수리개 예상 이동 경로 / 기상청

수리개는 10월 1일 오전 3시 북위 32.7도, 동경 139.9도 부근까지 올라간 뒤 같은 날 오후 3시께 동쪽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성격이 바뀔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오전 10시 발표 때 "36시간 이내"로 제시했던 온대저기압 변질 시점을 오후 4시 발표에서 "24시간 이내"로 앞당겼다. 일본 본토에 상륙하지는 않지만, 도쿄 남쪽 바다를 스치듯 지나가는 만큼 이 일대 해상과 섬 지역에는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이 이어질 수 있다. 일본 남부와 도쿄 인근을 오가는 선박, 항공편 이용객은 운항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수리개의 영향은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도 미치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진행 중인 아이치현 일대에도 비바람이 이어지면서, 대회 막바지 야외 종목 일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날씨는 태풍보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30일 퇴근길 무렵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를 시작으로 중서부와 전북 북부까지 비가 확대되겠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 북동부와 강원 북부 5~30㎜, 그 밖의 지역 5~10㎜로 많지 않다.

비가 그친 뒤 10월 첫날인 1일에는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4~5도가량 떨어진다. 서울은 아침 12도, 춘천은 9도까지 내려가겠고, 낮 기온도 서울 20도, 대구 22도 등 대부분 내륙에서 20도 안팎에 머물겠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지는 만큼 출근길에는 평소보다 두꺼운 겉옷이나 스카프를 챙기는 것이 좋다. 개천절 연휴 기간인 일요일부터 월요일 사이에는 중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다시 한 차례 비가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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