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섬 박람회 '먹거리' 때문에 논란...“온 가족 배탈 났다”

7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여수세계섬박람회에서 이번에는 덜 익은 닭강정이 판매돼 이를 먹은 관람객들이 복통과 설사 증세를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가 된 닭강정은 추석 연휴 기간 박람회장 내 한 푸드트럭에서 판매됐다. 닭고기 속살이 옅은 선홍색을 띠고 있었고 포크로 누르면 살이 물컹하게 눌리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닭강정을 먹은 40대 관람객은 자신과 초등학생 자녀 2명이 복통과 설사 증세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람객은 “제가 오늘 아침에 설사를 너무 심하게 하는 거예요. 애들이 그걸 다 먹었거든요, 허겁지겁. 생닭인데 맛있다고 모르고 먹고 있었으니…”라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한 푸드트럭은 현재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덜 익은 닭강정이 판매된 당일에는 해당 메뉴가 80개가량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자 가운데 일부가 실제로 증상을 호소하면서 식품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업체 측은 조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고의로 덜 익힌 닭고기를 판매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연휴 기간 대체 인력이 투입되면서 조리 과정에서 미숙한 부분이 발생했고, 주문이 몰리는 과정에서 튀김 기름의 온도가 충분히 유지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업체 대표는 “줄 섰을 때 기름 온도가 좀 떨어진 상황에서 조리가 됐던 것 같다”며 “직원들 교육 다시 시키라고 해서…”라고 밝혔다. 업체 측은 문제가 된 음식으로 피해를 입은 방문객에 대해서는 보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닭고기가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로 제공된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식감이나 조리 상태가 좋지 않은 데 그치지 않는다. 생닭에는 살모넬라균이나 캄필로박터균 등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닭고기를 충분히 가열하면 이러한 병원성 미생물을 사멸시킬 수 있지만, 중심부까지 제대로 익지 않으면 세균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겉면이 어느 정도 익어 보이더라도 닭고기 내부가 충분한 온도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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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닭고기는 돼지고기나 소고기와 달리 겉부분만 익히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닭고기를 자르거나 손질하는 과정에서 표면에 있던 미생물이 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전체를 충분히 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중독 증상은 원인균과 섭취량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복통, 설사, 구토, 발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어린이와 노인처럼 상대적으로 식중독에 취약한 사람이 섭취한 경우에는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사고가 더 큰 논란으로 번진 것은 여수세계섬박람회장 내 먹거리 관리 문제가 이미 한 차례 불거진 직후였기 때문이다. 앞서 박람회장에서는 이른바 ‘간장게장 백반 부실’ 논란이 발생했고, 부실한 음식과 가격을 둘러싼 방문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당시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는 박람회장 내 먹거리와 입점업체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덜 익은 닭강정이 판매되면서 먹거리 관리가 제대로 개선됐는지를 두고 또다시 문제가 제기됐다.

더구나 박람회 규정에는 입점 업체의 음식을 먹은 뒤 배탈 등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업체에 벌점을 부과하고 영업을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닭강정 사고와 관련해 조직위는 해당 업체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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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사업부장은 “위생 관리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과 지도 점검을 통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앞선 먹거리 논란 이후 개선을 약속한 상황에서 또다시 식품 위생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조직위의 관리·감독 방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람회장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먹거리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행사에 7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가운데 체험시설과 공연 등 콘텐츠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조직위는 논란이 계속되자 체험시설과 공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관람객의 이동과 체험을 위해 운영됐던 요트투어도 차질을 빚고 있다. 박람회장을 오가는 요트투어 업체 5곳 가운데 4곳이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기간 관광객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프로그램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요트투어는 섬과 해양이라는 박람회의 주제와 직접 연결되는 체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에서 운영 중단의 영향도 적지 않다. 박람회장 안팎에서 먹거리뿐 아니라 체험 콘텐츠와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가 잇따르면서 행사 전반의 준비와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섬의 가치와 해양관광의 가능성을 알리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행사다. 행사에 투입되는 공공 예산 규모가 큰 만큼 관람객이 실제로 이용하는 음식점과 체험시설에 대한 안전·위생 관리 역시 행사의 중요한 운영 요소로 꼽힌다.

이번 닭강정 사례에서는 단순히 한 업체의 조리 실수인지, 입점업체에 대한 교육과 현장 점검이 충분했는지, 문제가 발생한 뒤 조직위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행사장처럼 많은 방문객이 한꺼번에 음식을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한 업체의 조리 문제가 다수의 식중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

덜 익은 닭고기를 먹은 뒤 복통이나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났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넘기기보다 섭취한 음식과 증상이 발생한 시간 등을 기록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될 경우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여러 사람이 같은 음식을 먹은 뒤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면 식중독 집단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신고와 역학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여수세계섬박람회를 둘러싼 논란은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행사에 투입된 예산 규모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먹거리·체험시설 관련 문제를 놓고 행사 준비와 관리가 적절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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