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손 내밀면 진짜로 달려와서 애교 부리는 '한국 토종 물고기' (영상)

물에 넣어 주자마자 서둘러 뭍으로 기어 나온다. 지느러미를 팔처럼 짚고 엉금엉금 걷다가 꼬리를 튕겨 개구리처럼 펄쩍 뛴다. 사람 손이 다가오면 도망가기는커녕 먹이를 달라며 우르르 몰려든다. 우리 갯벌에 사는 토종 물고기 말뚝망둥어 이야기다.

말뚝망둥어 / 'TV생물도감'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손 내밀면 달려와 애교부리는 최고의 반려물고기! 요즘 핫한 이유가 있었네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에 올라왔다. 채널 진행자는 "예전부터 꼭 한번 키워 보고 싶었던 생물이기도 하고 최근에 이 친구들이 굉장히 이슈가 많이 되고 있다"며 말뚝망둥어를 직접 데려와 키우는 과정을 소개했다.

말뚝망둥어는 망둑어목 짱뚱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 등지의 강 하구와 갯벌에 산다. 몸길이는 10㎝ 안팎이다. 물 빠진 갯벌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 때문에 영어로는 '머드스키퍼(mudskipper)'라고 부른다.

겉모습은 흔한 망둥어와 비슷하지만 사는 방식은 딴판이다. 진행자는 "물고기인데도 물속보다 물 밖을 훨씬 더 좋아하는 독특한 아이들"이라고 설명했다. 비결은 호흡 방식에 있다. 말뚝망둥어는 피부로도 숨을 쉰다. 빵빵하게 부푼 볼 안에 물과 공기를 머금고 그 속의 산소를 흡수하기도 한다. 덕분에 피부만 젖어 있으면 몇 시간이고 물 밖에서 지낼 수 있다.

대신 피부가 마르면 치명적이다. 갯벌에서 말뚝망둥어가 몸을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행자는 "이게 다 생존을 위해 피부 습도를 유지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말뚝망둥어 / 'TV생물도감' 유튜브 채널

움직이는 방식도 물고기답지 않다. 말뚝망둥어의 가슴지느러미는 앞쪽으로 'ㄴ'자로 꺾여 있다. 천천히 움직일 때는 이 지느러미를 팔처럼 짚고 바닥을 기어간다. 급할 때는 꼬리를 말았다가 펴면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정작 헤엄은 서툴다. 진행자는 "물고기인데도 헤엄을 잘 못 친다"며 "대신 점프를 굉장히 잘해서 물 밖에서도 꽤 빠르다"고 말했다. 배지느러미가 변형된 빨판으로 유리처럼 매끈한 곳에도 착 달라붙는다.

머리 위로 툭 튀어나온 눈도 개구리를 닮았다. 진행자는 "물고기가 육상으로 올라오는 진화 과정을 보여 주는 것 같은 생물"이라고 했다. 실제로 과학계도 말뚝망둥어를 그렇게 본다. 토머스 스튜어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등 연구진은 2023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말뚝망둥어의 눈 깜박임을 다룬 논문을 실었다. 연구진은 말뚝망둥어가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이물질을 닦아 내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깜박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을 비롯한 육상 척추동물과 같은 이유다. 연구진은 물 밖 생활에 적응하면서 눈 깜박임이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갯벌에서 흔히 헷갈리는 물고기로는 짱뚱어가 있다. 짱뚱어는 20㎝ 넘게 자라 말뚝망둥어보다 훨씬 크다. 진행자는 "말뚝망둥어가 훨씬 귀엽고 앙증맞게 생겼다"며 "짱뚱어는 등지느러미가 멋있고 몸에 은하수 같은 푸른 무늬가 있다"고 설명했다. 짱뚱어는 덩치가 커 식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반면 말뚝망둥어는 몸집이 작아 즐겨 먹는 생선은 아니다.

말뚝망둥어 / 'TV생물도감'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진행자는 말뚝망둥어를 위해 따로 어항을 꾸몄다. 말뚝망둥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 지역을 좋아해 염분 변화에 강하다. 민물에서도 키울 수 있지만 오래 키우려면 약간의 염분을 섞는 게 좋다. 물속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물은 얕게 채웠다. 물 밖에는 넓적한 돌판 두 개를 놓았다. 모래 위에 먹이를 주면 먹기 불편하지만 돌판 위에서는 깔끔하게 받아먹을 수 있어서다.

어항에 들어간 말뚝망둥어들은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물에 넣자마자 하나둘 돌판 위로 기어올랐다. 놀라면 잠깐 물속으로 몸을 숨겼다가 금세 다시 뭍으로 나왔다. 진행자는 "상륙 작전을 하는 것처럼 계속 물 밖으로 나온다"며 웃었다. 돌판 위에서 옆으로 구르며 몸을 적시는가 하면 여러 마리가 나란히 드러눕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람이 근처에만 가도 달아났다. 적응 기간을 거치자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먹이를 주는 사람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왔다. 시력이 좋아 물 밖에 떨어진 먹이도 정확히 찾아 먹었다. 진행자가 손바닥에 먹이를 올리자 말뚝망둥어들은 겁도 없이 손 위로 올라와 먹이를 받아먹었다. 진행자의 이마에 달라붙은 녀석도 있었다. 먹이를 두고 지느러미를 활짝 펴며 서로 다투기도 했다.

손을 무는 힘도 제법이다. 진행자는 "살짝살짝 무는 느낌이 묘하다. 아프진 않은데 무는 느낌이 확실히 난다"고 말했다. 영상을 함께 찍던 제작진도 "강아지 같다", "요즘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겠다"며 감탄했다.

진행자는 "보통 바다생물은 키우기가 정말 어려운데 이 친구들은 매력 있고 키우기도 쉽다"며 "사육하기에 정말 적합한 바다생물 중 하나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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