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설 명절,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30만 원씩 주기로 결정한 '이 지역'

충남 당진시가 내년 설 명절 전까지 모든 시민에게 1인당 30만원의 경제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같은 금액의 지원금을 지급하려 했지만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사업이 관련 조례안 통과로 다시 추진될 수 있게 됐다.

당진시와 당진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23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당진시가 제출한 ‘경제회복지원금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13명 가운데 12명이 찬성했고 국민의힘 김연경 의원은 기권했다. 전영옥 국민의힘 산업건설위원장도 재석 버튼을 누르지 않아 사실상 기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진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7석씩 차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조례안이 상정됐을 때 반대했던 국민의힘 의원 7명 가운데 5명이 이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당진시는 지원금 대상을 '모든 시민'으로 정했다. / AI 생성 이미지

경기침체·고용 악화 등 지급 요건 구체화

이번 조례안은 경제회복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경기침체나 물가 상승으로 민생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경우, 고용 여건 악화나 실업률 증가로 시민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 경우, 소비 위축과 소상공인 경영 악화로 지역경제 활력이 떨어진 경우 등이 지급 요건에 포함됐다.

재난·재해나 대규모 기업 폐업·이전 등으로 민생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도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금 지급 계획에는 민생경제 위기 상황을 판단한 근거와 지원금 산출 근거, 고용·실업 등 노동 여건 변화에 관한 분석자료를 포함하도록 했다. 지급 결정의 근거를 명확히 하고 지역경제 상황을 검토해 지원 규모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지원금 지급 이후 효과를 평가하는 절차도 담겼다. 당진시장은 지원금 사용기한이 끝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지급 효과와 실적 등을 분석·평가한 보고서를 작성해 시의회에 제출하고 시 누리집에 공개해야 한다.

530억원 예산 편성 계획…시 전체 인구는 17만여명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당진시는 내년 설 전 지급을 목표로 내년도 예산안에 경제회복지원금 530억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당진시 인구는 지난 9월 기준 17만2587명이다. 모든 시민에게 30만원씩 지급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517억8000만원이 필요하다. 시가 계획한 530억원은 지급 대상과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등을 고려한 예산 규모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지급 대상과 신청·지급 방식 등은 향후 지급 계획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530억원은 당진시의 한 해 문화·관광 예산 808억원의 약 65.6%에 해당한다.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이 일회성 지원금에 투입되는 만큼, 재원 마련과 실제 소비 진작 효과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회복지원금은 김기재 당진시장의 지난 6·3 지방선거 공약이다. 당진시는 앞서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시민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시의회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8월 11일 열린 본회의에서 지급 근거를 담은 조례안이 과반 찬성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례안 가결로 관련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당진 안국사지 / 당진시청 인스타그램

다른 지자체도 명절 앞두고 민생지원금 지급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생활 안정을 이유로 주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

경남 의령군은 지난 8월 10일부터 전체 군민 약 2만4600명에게 1인당 50만원을 의령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전북 완주군은 2025년 1월에 이어 2026년 9월에도 군민 약 10만명에게 1인당 3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했다.

완주군은 2025년 지원 당시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경기침체로 주요 경제지표가 하락했다며, 군민 생활 안정과 지역 내수 활성화를 지급 목적으로 제시했다.

전남 고흥군과 전북 고창군·부안군, 경남 하동군 등도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주민 1인당 30만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했다. 부안군은 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200억원대 군유지를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 삼선산수목원 / 당진시청 인스타그램

“용돈 같은 느낌”…지원금 효과와 재정 부담 논쟁

지자체의 민생지원금은 가계의 단기적인 부담을 줄이고 지역 내 소비를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지역화폐나 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면 사용처를 지역 내 가맹점으로 제한해 지역 상권에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반면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일회성 지급이 지속적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문제다. 지급 규모가 커질수록 다른 공공서비스나 장기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과의 관계도 고려 대상이 된다.

배재대 최호택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민생회복을 명목으로 명절마다 지급하는 지원금에 대해 “용돈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일회성 현금성 지원이 지역경제를 지속적으로 회복시키는 정책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해석할 수 있다.

당진시는 조례에 따라 지급 계획과 산출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금 사용기한 종료 후 효과와 실적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내년 설 전 지급이 추진되는 가운데 실제 지원 대상과 지급 방식, 예산 편성 및 의결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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