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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나면 몸이 나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소파나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기 쉽다. 직장인이라면 곧바로 책상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50대에 접어든 여성이라면 식후에 곧바로 자리에 앉아 장시간 머무는 습관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호르몬 변화와 신진대사 저하가 겹쳐 단순한 '게으름' 수준을 넘어 심장과 혈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 ‘퍼레이드(Parade)’에 따르면 미국 심장내과 전문의 알베르토 모랄레스 박사와 니샤 파리크 박사는 50대 이상 여성이 오후에 피해야 할 습관으로 ‘식후 계속 앉아 있기’를 지목했다.
50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다. 에스트로겐은 단순히 생식 기능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혈관의 탄력을 유지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낮추며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높여주는 일종의 '천연 혈관 보호막'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완경기를 지나면서 이 보호막이 사라지면 혈관은 급격하게 탄력을 잃고 딱딱해진다. 모랄레스 박사는 “폐경기를 지나면서 혈관이 딱딱해지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크 박사 역시 “폐경 등 여러 요인이 쌓이면 중년에 들어 심장근육이 두꺼워지고 심장이 혈액을 받아들이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면 섭취한 영양소를 소화하고 흡수하기 위해 혈류가 위장관으로 집중된다. 이때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다리와 하체로 내려간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힘차게 돌아오지 못하고 정체된다. 혈액순환이 정체되면 가뜩이나 딱딱해진 혈관에 더 큰 압력이 가해져 혈압이 오르고, 혈관 내 노폐물이 쌓이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식사 직후 곧바로 앉아 있을 때 발생하는 또 다른 큰 문제는 '혈당 급상승(혈당 스파이크)'이다. 폐경 이후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커져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을 분해하는 능력이 젊었을 때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음식을 먹으면 혈관 속으로 포도당이 빠르게 유입된다. 이때 다리 근육, 특히 몸 전체 근육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움직여주면 인슐린의 도움 없이도 근육 세포가 혈액 속 포도당을 직접 에너지원으로 끌어다 쓴다. 반면 식후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근육이 포도당을 소비하지 않아 혈중 당 수치가 가파르게 치솟는다.
치솟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는 과도한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넘쳐나는 포도당은 고스란히 뱃살과 내장지방으로 축적된다. 50대 이후 많은 여성이 "예전과 똑같이 먹는데도 유독 뱃살만 나온다"고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이 인슐린 대사와 식후 활동 부족에 있다. 식후에 치솟은 혈당은 혈관 안쪽 벽을 갉아먹어 미세한 염증을 일으키고, 이는 장기적으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중증 심뇌혈관 질환의 씨앗이 된다.

그렇다면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식후 습관을 바꿔야 할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땀을 뻘뻘 흘리는 격렬한 운동이 아니라, 숟가락을 내려놓은 직후 가볍게 발을 떼는 '10~15분 산책'이다.
모랄레스 박사는 “식사를 마친 뒤 10~15분 걷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식사 후 사무실이나 집 주변을 걷거나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식사 직후 가볍게 걸으면 하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정체된 정맥혈을 심장으로 부드럽게 밀어 올려준다. 또한 소화 효소의 분비를 도와 더부룩함이나 가스 참, 위식도 역류 증상을 예방하는 효과도 탁월하다.
이때 중요한 점은 뛰거나 무리하게 힘을 주며 파워워킹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식사 직후 격렬하게 뛰면 소화기관으로 가야 할 혈액이 골격근으로 쏠려 오히려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보폭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편안한 속도로 천천히 걷는 산책 수준이면 충분하다.

따로 시간을 내어 공원을 걷기 힘든 환경이라도 생활 속에서 움직임을 만드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몇 가지 사소한 행동의 변화만으로도 앉아 있는 시간을 확실히 끊어낼 수 있다.
첫째, 직장인이라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사무실로 바로 복귀하지 말고 회사 주변을 한 바퀴 돌거나 계단을 이용해 걸어 올라가는 습관을 들인다. 복귀 후에도 곧바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보다 10분 정도 서서 동료와 담소를 나누거나 서서 일하는 스탠딩 데스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식사 후 마시는 음료를 사러 갈 때 가장 가까운 카페 대신 5~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곳을 목적지로 정한다. 햇볕을 쬐며 걷는 산책은 뼈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D 합성을 돕고, 밤 시간대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셋째, 집에서 식사하는 전업주부라면 밥을 먹은 뒤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대신 곧바로 설거지를 하거나 식탁 주변을 정돈하고, 가벼운 집안일을 하며 15분 이상 서서 몸을 움직인다.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가벼운 종아리 운동만 반복해도 혈관 펌프 작용을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건강 수명을 좌우하는 골든타임은 거창한 헬스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50대 이후의 혈관과 심장은 일상 속 작은 습관에 의해 지켜진다. 오늘 점심 식사 후에는 무심코 주저앉던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가볍게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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