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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는 사계절 내내 잡히는 생선이지만, 유독 겨울철에 잡히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그 비밀은 방어의 생존 본능에 있다. 수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방어는 따뜻한 남쪽 바다로 이동하며 차가운 겨울 바다의 거친 파도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먹이를 닥치는 대로 먹는다. 이 과정에서 몸에 양질의 지방질을 꽉 채우게 되는데, 여름철 5% 안팎이던 지방 함량이 한겨울 산란을 앞둔 대방어는 15~20% 수준까지 치솟는다. 기름기가 촘촘히 밴 겨울 방어는 참치 뱃살처럼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살코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수산시장에서 방어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크기다. 방어는 무게에 따라 보통 3kg 미만을 소방어, 3~5kg을 중방어, 8kg 이상을 대방어로 부른다. 다른 생선은 너무 크면 살이 질겨지기도 하지만, 방어는 클수록 기름이 꽉 차고 감칠맛이 진해진다. 8kg 이상의 대방어가 특히 사랑받는 이유는 소고기처럼 부위별로 맛과 식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내장을 감싸고 있는 배꼽살은 단단하고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식감과 씹을수록 터져 나오는 고소함이 일품이다. 기름기가 가장 많은 대뱃살은 혀에 닿자마자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붉은빛이 도는 등살은 기름기가 적당하고 담백해 씹는 맛이 찰지다. 척추 뼈 주변의 사잇살은 소고기 육회처럼 쫀득하고 특유의 진한 육향을 자랑한다. 이처럼 한 마리 안에서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겨울 대방어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많은 사람이 생선회를 먹을 때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는다. 하지만 기름진 겨울 방어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 강한 식초와 고추장 맛에 가려 방어 고유의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느끼기 어렵다. 기름기가 많은 붉은 살 생선은 본래의 맛을 살려주는 양념과 먹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가장 좋은 조합은 질 좋은 간장과 생와사비다. 와사비의 알싸한 매운맛 성분은 기름과 만나면 코를 쏘는 자극이 줄어들고 향긋함과 단맛만 남는다.
간장의 짭조름한 맛은 방어 지방의 고소함을 한층 끌어올린다. 기름진 맛이 물릴 때는 묵은지나 백김치가 제격이다. 잘 익은 김치의 산뜻한 신맛이 입안의 기름기를 씻어주고 아삭한 식감을 더해준다. 소금과 참기름을 섞은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사잇살이나 등살 같은 붉은 살 부위의 쇠고기 같은 감칠맛이 더욱 짙어진다. 조미하지 않은 구운 생김에 방어 한 점과 무순, 와사비를 얹어 싸 먹는 것도 질리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즐기는 훌륭한 방법이다.

생선회는 갓 잡아 파닥거릴 때 먹어야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름진 대방어는 적절한 저온 숙성을 거쳤을 때 감칠맛이 폭발한다. 피를 깨끗이 빼내 손질한 방어를 차가운 냉장고에서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키면 생선 살에 감칠맛이 돌기 시작한다. 이때 살결의 긴장이 풀리며 놀랍도록 부드러워지고, 씹을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육즙의 풍미가 극대화된다.
방어는 회로 먹고 난 뒤 머리와 뼈까지 버릴 것이 없다. 기름이 꽉 찬 방어 머리에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워낸 머리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회를 뜨고 남은 뼈와 살을 겨울 무와 함께 간장 양념에 자작하게 졸여내는 무조림은 밥도둑으로 손색이 없다. 뼈를 푹 고아내 미나리와 청양고추를 넣고 맑은탕으로 끓이면 곰탕처럼 뽀얗고 시원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겨울 방어는 훌륭한 맛만큼이나 건강에 좋은 영양소가 가득하다. 방어의 기름은 살을 찌우는 해로운 기름이 아니라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이다. 이는 피를 맑게 하고 혈관 속 기름때와 혈전이 굳는 것을 막아준다. 기온이 뚝 떨어져 혈관 질환 위험이 커지는 겨울철에 혈관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풍부한 DHA 성분은 뇌세포를 활성화해 기억력을 돕는다. 방어의 붉은 살에는 피로 해소에 좋은 타우린도 넉넉하게 들어 있어 간의 해독을 돕고 피로를 풀어준다.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와 노화를 막아주는 비타민 E도 풍부하다. 겨울철 추위로 움츠러들기 쉬운 때, 자극적인 양념 대신 고유의 맛을 살리는 곁들임과 함께 방어를 즐기면 계절의 참맛과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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