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만평] 고장 난 채점기와 사퇴 덮으려는 꼼수 반장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관리 책임 논란을 넘어 국민의힘 내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가 지연되거나 혼선이 발생한 점을 들어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며 재선거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당내 비당권파와 일부 야권 인사들은 전국 단위 재선거 요구가 법적 현실성과 정치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단순한 행정 착오로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대표는 투표용지가 제때 공급되지 않은 지역이 적지 않았고, 실제 투표 지연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하며 국정조사나 특검보다 재선거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해당 문제가 서울과 부산, 울산, 경남 등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고, 접전 지역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도 재투표나 재선거를 포함한 법적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부 최고위원은 선거관리위원회 책임론을 넘어 제도 개선, 사전투표 제도 재검토, 선관위 조직 개편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재선거론을 둘러싼 반론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국 단위 재선거를 주장할 경우 국민의힘이 승리한 지역까지 다시 선거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김재섭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까지 재선거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실제로 발생한 일부 선거구나 비례대표 선거 등에 대해서는 별도 검토가 가능하지만, 이미 당선된 서울시장 선거 전체를 다시 치르자는 주장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확보한 주요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전면 재선거론이 제기되자,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의 주장이 선거관리 책임을 묻는 차원을 넘어 당내 주도권 경쟁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된 상태였고, 일부 비당권파 인사들은 장 대표 체제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지적해 왔다. 반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선거 공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당권파는 지도부 책임론을 방어할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외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국 재선거 요구가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자리를 내려놓으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거 결과를 뒤집거나 다시 치르려면 법적 절차와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구호만으로 재선거를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결국 이번 논란은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선거 행정 문제, 선관위 책임론, 재선거의 법적 요건,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선거관리 과정에서 유권자 불편과 혼선이 발생한 만큼 정확한 원인 조사와 책임 규명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재선거 범위와 필요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장이 실제 법적 판단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향후 쟁점은 투표 지연이 선거 결과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는지, 피해 지역과 선거 종류를 어디까지 특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각 정당이 이를 정치 공방이 아닌 제도 개선 논의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모일 전망이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