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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
TV나 미디어를 통해 화려한 패션쇼 런웨이를 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품게 된다. 온몸을 장갑 형태로 감싸거나 기하학적으로 부풀려진 옷 등 일상생활에서는 도저히 입고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난해한 의상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저런 옷은 대체 누가 사서 입는 걸까?", "팔지도 않을 옷을 왜 굳이 만들고, 쇼가 끝나면 저 옷들은 다 어디로 갈까?"라는 대중의 궁금증에 대해 패션쇼의 진짜 목적과 런웨이 의상의 사후 처리, 그리고 실제 매장 판매로 이어지는 유통 과정을 짚어본다.
우선 패션쇼에 등장하는 난해한 의상을 실제로 입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런웨이에 오른 모든 옷이 매장에서 그대로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대중에게 판매하지 않더라도 브랜드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러한 의상을 제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패션쇼는 단순히 옷을 파는 상업적 자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실험하는 예술적 무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체 실루엣을 파격적으로 변형한 '꼼데가르송(1997 S/S)'이나 의상이 스스로 움직이고 변형되는 기술을 접목한 '후세인 샬라얀(2007 S/S)'의 컬렉션처럼, 디자이너들은 런웨이 의상을 통해 브랜드의 독창적인 정체성과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모델이 입었던 샘플 의상들은 그냥 버려질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브랜드마다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쇼에 사용된 의상들은 다양한 경로로 귀중하게 활용된다.
첫째, 패션 매거진의 화보 촬영이나 유명 연예인의 공식 석상 및 촬영용 의상으로 대여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5년 뮈글러(Mugler) 런웨이에 등장했던 전설적인 로봇 슈트 의상은 수십 년이 흐른 2024년, 세계적인 배우 젠데이아(Zendaya)가 영화 행사에서 실제로 착용해 큰 화제를 모았다. 둘째, 브랜드의 역사에 남을 만한 중요한 작품들은 디올(Dior)의 아카이브 전시처럼 '브랜드 아카이브'에 영구 보관되어 향후 전시나 연구 목적으로 쓰인다. 셋째,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샘플 세일'을 통해 대중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패션쇼의 디자인을 아예 살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의상은 런웨이에 나온 디자인 그대로 생산되어 매장에서 판매되고, 어떤 의상은 쇼 의상의 핵심적인 특징만 살려 일상에서 입기 편한 기성복 형태로 수정되어 출시된다. 예를 들어 런웨이에서 선보인 극단적으로 과장된 어깨라인을 일상복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줄이거나, 쇼에 등장했던 화려한 드레스의 독특한 색상이나 패턴만을 가져와 평범한 후드티나 맨투맨 등 다른 옷에 적용하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패션쇼에서 파생된 디자인을 구매해 입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옷들은 패션쇼가 끝나자마자 매장에서 바로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전, 일부 브랜드는 쇼룸에서 '바이어(Buyer)'들에게 컬렉션을 먼저 공개한다. 바이어란 백화점이나 편집숍 등에서 매장에 어떤 옷을 들여놓을지 결정하는 전문 구매 담당자들을 말한다. 이 바이어들이 쇼룸의 샘플을 직접 확인한 뒤 매장에 입고할 디자인과 수량을 주문하면, 브랜드는 그 주문량과 자체적인 생산 계획에 맞춰 비로소 대중 판매용 제품을 대량으로 제작하게 된다. 즉, 소비자는 모델이 입었던 그 옷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상업적 조율과 바이어의 선택을 거쳐 새로 생산된 옷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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