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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대표 예방하는 홍익표 정무수석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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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국내 주요 제분업체들이 수년간 조직적으로 밀가루 가격을 담합해온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담합에 가담한 6개사 중 1곳만 가격 인하를 단행했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시장 상황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눈치 싸움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부는 이들 업체를 상대로 고강도 규제에 나설 전망이다.
◆ 6년간 이어진 가격 합의…소비자 가계 부담으로 직결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 등 6개 제분사와 관련 임직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밀가루 가격 변동 폭과 시기를 사전에 공유하고 합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매출 규모는 5조9913억원에 달한다. 해당 기간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까지 상승했다. 담합 이전과 비교해도 현재 22.7%가량 높은 수준이다. 밀가루가 라면, 빵 등 주요 가공식품의 핵심 원료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담합이 외식 및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대한제분 선제적 가격 인하…후발 업체 확산은 미지수
담합에 가담한 6개 제분사 중 1곳은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업계 1위인 대한제분은 수사 결과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일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대한제분은 물가 안정 동참과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검찰 수사에 따른 부정적 여론과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은 신중하다. 일부 업체는 내부 검토에 들어갔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국제 밀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고환율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즉각적인 인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업마다 원료 구매 시점과 경영 여건이 다르다"며 "한 회사가 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따라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시민단체 "상습적 시장 범죄…공정위·검찰 제 역할 했나"
시민단체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전날 성명을 통해 "과거 2006년에도 제분사 담합이 적발됐음에도 20년 만에 또 반복됐다"며 "일시적 일탈이 아닌 구조적·상습적 시장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과징금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가격 인하를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범이 확인된 만큼 가중 처벌과 부당이득 전액 환수, 소비자 피해 회복을 위한 집단 구제 장치(집단소송제, 징벌적손배) 마련"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과거 제재 전력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들이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담합 재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10조원대 담합이 5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공정위와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형사처벌 강화와 실효성 있는 부당이득 환수 대책을 요구했다.
◆ 이재명 대통령 "국민 고발권 검토"…공정위 고강도 압박
정부 역시 이번 사안을 민생 물가를 왜곡하는 중대 범죄로 보고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담합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국민 고발권 부여 등 근본적인 개선안 검토를 지시했다.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는 구조를 깨고 국민이 직접 감시와 처벌에 관여하게 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공정위는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과징금 부과 시 하한선을 도입하는 방안과 함께, 담합으로 인상된 가격을 강제로 재조정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담합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정부가 직접 가격 인하를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업계에서는 제분업계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브랜드 신뢰도 하락은 물론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는 민생 밀착형 품목인 만큼, 업계 전반의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부의 제도적 압박과 소비자의 외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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