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연맹 사건 진실규명 번복한 진실화해위…법원 "재조사해야"

진실규명 결정 취소하고 신청 각하
사형 선고 판결문 발견됐다는 이유
법원 "조사없는 각하 결정은 위법"


진실화해위가 1950년대 국민보도연맹 사건 진실규명 신청을 사형 판결 기록을 근거로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50년대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군·경에 희생됐다는 기존 결정을 사형 판결 기록을 근거로 진실규명 신청까지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송연정 김영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26일 고 B 씨와 C 씨의 유족 A 씨가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제기한 진실규명 신청 각하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1950년 한국전쟁 전후 국민보도연맹 사건 당시 행방불명된 부친 B 씨와 숙부 C 씨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2023년 B 씨가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C 씨는 국민보도연맹원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1950년 6~7월 대전에서 군경에 희생됐다는 취지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러던 중 진실화해위는 1951년 1월경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C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판결문을 새로 발견했고, 같은해 형무소에서 '사망출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민간인 희생사건에 해당하지 않고, 확정판결은 진실규명에서 제외된다는 이유로 C 씨가 군·경에 희생됐다는 기존 결정을 취소했다. 이어 C 씨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법원은 진실화해위의 기존 진실규명 결정을 취소한 조치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서 인정했던 사망이유, 사망시기, 사망장소 등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된 이상 이 사건 취소결정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등군법회의 판결이 형식상 존재하더라도, 판결 이유가 생략돼 있고 사형 집행 기록이나 시신 처리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망인이 이 사건 판결의 집행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형무소 기록에는 C 씨가 '사형출소'가 아닌 '사망출소'로 기재돼 있고, 당시 민간인들이 좌익 활동에 가담했다는 오인을 받아 즉결처형되거나 군법회의에 회부되는 사례가 많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진실규명 신청이 명백히 허위이거나 이유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진실화해위는 C 씨의 사망 경위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해 사망 이유, 사망 시기, 가해자, 불법성 등을 확인한 뒤 진실규명 결정 또는 진실규명 불능 결정을 해야하는 경우에 해당했는지 여부를 살폈어야 한다"라며 "조사 없이 각하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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