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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동해 한가운데 떠 있는 섬 울릉도가 '장(醬)'을 다시 담그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밥상 위 반찬을 넘어 섬의 미래를 담근다.
2일 경북 울릉군에 따르면 최근 농업기술센터에서 '전통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장 담그기 행사를 열고, 전통 발효 문화를 기반으로 한 치유관광 및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을 공식화했다. 단순한 체험 행사가 아닌 문화·산업·관광을 잇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행사 현장은 전통 방식 그대로였다. 메주를 손질하고, 소금물을 맞추고, 항아리를 봉하는 과정까지 옛 방식을 충실히 따랐다.
남한권 울릉군수, 김호만 사업단장, 천강헌 한국치유발효협회장, 고태권 명품울릉 대표를 비롯해 전통장 명장과 주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주민들은 염도 조절과 숙성 환경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고, 메모를 이어가며 진지하게 배움에 임했다.
행사의 의미는 '하루 체험'이 아니라 '연중 순환'에 있다. 울릉군은 장 담그기–장 가르기–장 나눔으로 이어지는 순환형 발효 프로그램을 정례화해 지역 공동체 기반의 발효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동해 한가운데 자리한 울릉군의 전통 장 프로젝트는 단순한 특산품 육성 차원을 넘어선다. 핵심은 '자연 경쟁력'을 산업 전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울릉도의 청정 해풍과 해양성 기후, 풍부한 일조량이 전통 장 숙성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일정한 습도와 바람은 발효균 활동을 돕고, 큰 일교차가 없는 기후는 장맛을 안정적으로 깊게 만든다.
여기에 미네랄이 풍부한 해양심층수 활용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울릉도 장은 '프리미엄 발효 식품'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자연적 강점을 일회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산업 기반으로 확장하기 위해 울릉군은 단계별 로드맵을 마련했다.
첫 단계는 '기반 다지기'다. 장 가르기와 장 나눔 행사를 정례화해 전통 발효 과정을 연중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주민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행사 운영을 넘어 세대 간 전승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다. 지역 주민이 생산자이자 체험 강사, 콘텐츠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공동체 기반의 발효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내실이 다져지면 '표준화' 2단계로 넘어간다. 울릉군은 전통 방식을 유지하되 위생·염도·숙성 기간 등에 대한 품질 기준을 마련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동시에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개발해 울릉도 장의 이미지를 통합 관리한다.
이는 자연환경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전략의 핵심 단계다. 지역 농산물과 연계한 원재료 관리, 패키지 디자인, 온라인 홍보 콘텐츠 구축 등도 함께 추진될 전망이다.
마지막 단계는 산업화다. 전통 장을 체험형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고, 발효 프로그램을 웰니스 콘텐츠와 결합해 체류형 관광 모델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장 담그기 체험, 숙성 관찰 프로그램, 발효 식문화 교육 등을 관광 코스와 연계해 지역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체험·교육·관광이 결합된 복합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전통의 현대화'에 달려 있다. 전통 방식을 지키되 온라인 콘텐츠화·브랜드화·체험 상품화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통 장이 단순한 지역 특산품을 넘어 울릉도의 정체성과 치유 이미지를 상징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깊은 맛처럼 울릉도의 새로운 전략도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숙성되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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