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 공부는 시켜야지"…사비 털어 37년 장학금 이어온 '울릉 거목들'

울릉장학회, 저금리로 기금 고갈 위기에 사비 모아 장학금 전달

김병수 울릉장학회 이사장(왼쪽 네번째)이 장학생 학부모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한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울릉장학회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경기 침체와 저금리 여파로 각종 장학재단이 운영난을 겪는 가운데, 고령의 지역 원로들이 30년 넘게 사비를 털어 장학금을 이어온 사실이 알려져 지역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37년 전통의 울릉장학회는 지난달 28일 2026학년도 대학 장학생 15명에게 각 2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수혜자에는 명지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민성 군이 포함됐다.

이번 장학금은 재단 수익이 아닌, 이사장과 이사·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사비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1989년 4월 설립된 울릉장학회는 1991년 첫 장학생을 선발한 이후 올해까지 350여 명에게 약 5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울릉 출신 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초기에는 오징어 판매 수익사업과 향우회 기부금 등으로 2억 7000만 원의 기금을 조성해 이자 수익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수년째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이자 수익이 급감하면서 장학금 지급이 어려워졌다. 원금까지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자 이사진이 직접 나섰다.

이사장을 포함한 일부 이사들은 70~80대 고령으로, 별도의 소득 없이 자녀들에게 받는 용돈을 아껴 매년 2000만 원 이상을 기탁하고 있다. 직장인 이사들 역시 월급을 쪼개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관 울릉장학회 상임이사는 "금고 사정은 넉넉하지 않지만 장학금 지급만큼은 멈출 수 없다는 것이 이사진의 공통된 뜻"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작은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수 울릉장학회 이사장은 "더 많은 학생을 돕지 못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라며 "뜻을 함께할 후원자들이 늘어나 우리 학생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령의 원로들이 보여준 '내리사랑'은 기부 문화가 위축된 지역 사회에 새로운 귀감이 되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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