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노란봉투법발 쓰나미'에 증시도 요동…울고 웃는 종목은

'원청 교섭 대상 하청으로 확대·사측 손해배상 제한' 핵심
조선·철강·석유화학 대신 노사관계 리스크 없는 로봇株 '주목'


원청의 교섭 대상을 하청노동자로 확대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10일부터 시행되면서 관련 수혜주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손경식 경총 회장(왼쪽) 등 경제6단체장들이 지난 2024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노란봉투법 반대 성명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원청의 교섭 대상을 하청노동자로 확대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10일부터 시행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하청 노동자도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 손해배상이 제한된다. 증권가에서는 노사관계 영향을 크게 받는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관련 종목보다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로봇주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8분 기준 대표 로봇 종목인 두산로보틱스는 전 거래일(8만5500원) 대비 6.20% 오른 9만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미국의 로봇 솔루션 SI 기업 원엑시아(ONE XIA)를 인수하면서 협동로봇 제조 중심의 구조를 솔루션 기반 사업으로 넓히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도 전 거래일(38만3500원) 대비 3.78% 오른 39만8000원에 호가 중이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로 로봇 관련 시스템 개발을 담당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피지컬 인공지능(AI) 구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소와 로봇 사업을 담당할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하는 등 로봇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5위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전 거래일(73만9000원) 대비 5.55% 오른 78만원에 거래 중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로봇 관련 종목들이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간접고용 구조에서 교섭 상대가 제한돼 있었던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넓히고, 기업의 거액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들이 노사 리스크를 피하고 고용 부담을 덜기 위해 로봇 도입을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로봇주 상승세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로봇 육성 정책도 호재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실은 하나구루아이 보고서에서 "이날 미국 상무부가 로봇 제조업체들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오늘의 테마로 '로봇'을 제시했다.

로봇과 달리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협력업체 구조가 복잡하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주가 약세가 점쳐진다. 주요 노조가 본격 투쟁을 예고했는데 노조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제기돼 해당 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노총 소속 건설업, 비정규직 등 하청노조들은 이번주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를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을 지원한다. 산업 특성상 하청 노조를 두고 있는 현대차·기아·포스코·현대제철·한화오션 등이 교섭 요구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수만 개 부품과 수많은 협력사가 연결된 다단계 공급망 구조인 특성상 교섭 대상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노란봉투법이 10일부터 시행되면서 증권가에서는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관련 종목보다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로봇주에 주목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특히 산업위기 속 구조개편을 앞둔 석유화학·철강 업계의 우려가 크다. 석화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설비 감축을 진행하고 있는 탓에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교섭 요구와 파업이 빗발칠 공산이 크다.

같은 시각 국내 양대 철강사 중 하나인 현대제철은 전 거래일(3만6900원) 대비 1.22% 상승한 3만7350원에 호가 중이다. 전 거래일에 비해 오르긴 했지만 전체적 상승장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하방 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중국의 철강 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저가 공세'가 재현될 거란 우려도 주가에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한화오션은 전 거래일(12만3700원) 대비 0.65% 오른 12만4500원에 거래 중이다. 한화오션은 하청노조와 원청이 교섭 테이블에 앉을 유력한 '1호 기업'으로 꼽힌다. 노조 관계 리스크가 주가에 선반영되며 약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 현대차는 전 거래일(50만7000원) 대비 4.93% 오른 53만2000원에 거래 중이다. 현대차는 피지컬AI '아틀라스'를 지난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공개하면서 노조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증권가에서는 제조업처럼 리스크가 있는 종목보다는 AI와 로봇 종목 등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본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철강·건설 등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제조업보다 AI와 콘텐츠 등 규제 영향이 적은 업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면서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면 돛으로 바람을 조절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는 국내 로봇주의 모멘텀이 부각되는 한 주가 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로봇 도입 촉발 기대감 확대와 함께 미국 상무부와 미국 로봇 기업들의 공급망 논의 속 중국 중심의 로봇 부품 공급망 전환 기대감이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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