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사고 기소 제한…의료계 '환영' vs 시민단체 '재판권 침해'

복지위 소위 통과...손해배상하면 기소 불가
의협 "의료계 우려 정부안 많이 반영돼 환영"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사 중대한 과실이 없고 손해배상 등을 하면 공소를 하지 못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사들의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환자와 시민사회는 억울해도 진실을 규명할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통과시켰다. 사진은 2024년 3월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사 중대한 과실이 없고 손해배상 등을 하면 공소를 하지 못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사들의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환자와 시민사회는 억울해도 진실을 규명할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통과시켰다.

통과 개정안은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중대 과실이 아니고 손해배상액 지급, 책임보험 가입, 의료사고 설명의무 이행 요건을 충족하면 검사 등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특례를 적용한다. 해당 조건을 갖추면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신체 피해를 입어도 피해자와 유족의 형사 고소, 경찰 수사, 검찰 기소, 법원 재판 자체를 막는 것이다. 필수의료 행위 범위는 '중증, 소아, 응급, 분만, 외상' 등 국민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의사들의 필수의료 분야 기피 원인이 과도한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는 의료계 주장을 반영해 정부와 국회가 함께 만들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들의 형사 처벌 부담 완화 계획을 보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 원인은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저수가 체계와 과도한 사법 리스크에 있다"며 "지역수가제 도입과 형사처벌 면제 등 근본적 제도 개선책을 먼저 제시해야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환자들과 시민사회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발생 시 중과실이 아니고 배상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를 제한하면 피해 환자와 유족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며 반발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수용 거부로 2019년 사망한 동희(당시 5세) 어머니 김소희 씨는 "당시 병원에 왜 이렇게 됐는지 물었지만 병원은 법대로 하라고 했다"며 "전문성이 없고 의료사고 원인을 알기 어려운 피해자들이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형사고소 밖에 방법이 없는데 이를 제한하면 억움할을 풀 길이 없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과실 인정이나 사과·유감 표현 없이 보험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형사면책은 의료인의 안전 확보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적 풍조를 조장할 위험이 크다"며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업무상 과실에 합의나 배상만으로 검사 공소권을 원천 박탈하는 제도는 우리나라 법체계상 유례가 없고, 소방·경찰·군인 등 고위험 공익 종사자에게도 허용되지 않는 형사면책 특권"이라고 지적했다.

11일 복지부는 의료사고분쟁조정법 개정안의 기소제한 내용이 위헌이 아니며 외국 입법례도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회=박헌우 기자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서를 내 "다른 나라보다 의사 형사기소 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료계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입증됐는데도 이를 근거로 정부여당이 법안을 만들어 소위를 통과시켰다"며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복지부는 해당 법안의 기소제한 내용이 위헌이 아니며 외국 입법례도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무부와 법제처, 법무법인 등은 필수 분야 의료사고 시 중과실이 없고 손해배상 등을 한 전제로 기소를 제한 한 것은 위헌이 아닌 것으로 자문 받았다"며 "미국 한 주에서는 비슷한 법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분야 사법리스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부분에 환영의 입장을 표한다"며 "특히 의정협의체에서 실무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면서 의료계 우려를 전달했고 이러한 내용이 정부안에 많이 반영돼 개정안이 진행되는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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