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배당·자사주 매입 여력 가를 CET1…고환율이 변수될까

고환율·RWA 증가 이중압박…CET1 방어력이 배당 여력 좌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서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빙ㄹ(CET1)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나들면서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들의 자본적정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환율 상승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과 위험가중자산(RWA)을 키워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압박할 수 있어서다. CET1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여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인 만큼, 시장에서는 고환율 장기화가 금융지주 주주환원 전략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10시5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24.40원으로 전일 대비 0.45% 상승한 가격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24년 연평균 1,363.98원 수준이었지만 2025년에는 1421.97원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해 1월 1456.51원, 2월에는 1449.32원으로 고환율 장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고, 그 결과 CET1이 하락해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주요 금융지주의 CET1이 약 0.01~0.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연평균 1421.97원에서 1500원대로 환율이 상승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약 80원 차이인데, 0.02%포인트 하락한다고 가정한다면 금융지주사들의 CET1은 0.16%p 가까이 낮아지게 된다.

실제 금융지주사들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은행의 자본건전성도 고환율 문제 등으로 인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25년 12월 말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BIS 기준 자본비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51%로, 전분기말(13.63%)과 비교해 0.12%p 하락했다.

은행권 RWA 역시 증가 추세다. 지난 2022년 KB국민은행의 RWA 자산 규모는 207조80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5년에는 240조7000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같은기간 신한은행은 190조4000억원에서 230조1000억원, 하나은행은 190조에서 205조1000억원, 우리은행은 167조4000억원에서 186조1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고환율과 더불어 가계대출 규제, 생산적 금융에 따른 RWA 부담도 CET1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고환율 방어력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2025년말 기준 CET1 비율은 KB금융 13.79%, 하나금융 13.37%, 신한금융 13.33%, 우리금융 12.9%로, 우리금융이 상대적으로 완충 여력이 가장 얇다.

특히,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CET1 비율이 가장 낮은 데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자본 소요까지 겹쳐 자본완충력 측면에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의 경우 보험·증권 자회사 유상증자가 필요한 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증자 행위 자체가 곧바로 지주 CET1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투자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을 위한 단계적 자본확충과 보험 자회사 편입 이후 자본 변동성 관리가 동시에 요구된다. 즉, 그룹 차원에서는 주주환원 재원과 자본완충력을 자회사 육성에 우선 배분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신한금융 역시 경계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고환율과 중소기업대출 확대 영향으로 2024년 RWA 성장률이 8.6%까지 급등한 전례가 있다. 2025년에는 자산 리밸런싱과 영업 속도 조절로 이를 3.2% 수준까지 낮추며 CET1을 방어했지만, 환율 상승과 자산 성장 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RWA 관리 부담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KB금융은 CET1 수준이 가장 높아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도 13% 중반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고환율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완충 여력이 있는 편으로 꼽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금융지주 주주환원의 관전 포인트는 '배당 확대 여부' 자체보다는 환율·RWA 변동 속에서도 CET1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느냐에 있다"면서 "실적과 자본비율, 환율 민감도에 따라 금융지주별 배당·자사주 전략의 차별화가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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