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2조' 한투증권,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기부 축소…사회환원 ‘역주행’

이익 늘면서 성과급 최대 2500%…기부율 0.16%, 평균 밑돌아
NH·키움은 확대…증권사별 기부금 격차 뚜렷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성과급은 확대하고 기부금은 축소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증시 활성화 흐름이 '증권사만 웃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순이익 2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최초 '순익 2조 클럽'에 진입하면서 성과급은 대폭 확대된 반면 기부금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실적의 성과가 내부 보상에는 즉각 반영된 반면 사회 환원으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의 손실 위험은 커지고 자산 양극화는 심화되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증시 호황이 '증권사만 웃는 구조'로 귀결되고 있다는 비판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2025년 기부금은 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7억1147만원) 대비 약 5억1000만원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3427억원, 순이익은 2조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 79.9%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동시에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사 간 기부금 격차도 뚜렷하다. NH투자증권은 293억원, 키움증권은 101억원을 기부하며 적극적인 환원 정책을 보인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32억원에 그쳤다. 삼성증권(29억원), 미래에셋증권(28억원)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고, 메리츠증권은 3900만원에 불과했다.

기부율(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 기준으로도 격차는 확연하다. 한국투자증권은 0.16%로 증권사 10곳 평균(0.79%)을 크게 밑돌았다. 한화투자증권(3.88%), 하나증권(2.57%), NH투자증권(2.30%) 등 주요 증권사들이 2%대 이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 내부 보상은 실적과 연동돼 크게 확대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본사 관리직을 대상으로 기본급 대비 최대 25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 지급률(약 1800%)보다 크게 상향된 수치다. 실적 증가가 내부 보상에는 즉각 반영된 반면 사회 환원으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증권업계 호실적이 증권사의 고유 경쟁력뿐 아니라 시장 호황의 영향이 컸다는 점도 지적된다. 실제 투자자 매매 주문 대가로 받는 수탁 수수료는 8조6021억원으로 1년 사이 3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4669조원에서 6348조2000억원으로 약 1679조2000억원 늘었고, 해외주식 결제금액도 5301억달러에서 24.3% 증가했다. 통상 국내·해외주식 거래 수수료가 0.1~0.2%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거래대금 확대가 수수료 수익 증가로 직결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개인 투자자의 투자 환경과 맞물리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자금을 증시로 유도해 '국민 자산 형성'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빚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증시 상승세 속에서 '빚투(빚내서 투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이달 6일 기준 신용융자 규모는 32조8000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약 42% 늘었다. 미수거래와 증권담보대출까지 포함한 레버리지 투자도 확대되며 금융당국이 경고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투자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대형 증권사 개인 계좌 460만개를 분석한 결과, 1000만원 이하 소액 투자자는 신용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수익률이 25.3%였지만, 신용을 활용하면 6.4%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2030 투자자는 신용거래 시 오히려 손실을 기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감담회에서 2030 '빚투'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되며 반대매매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롬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안타깝게도 20대와 30대 초반이 최대 피해자로 보인다"며 "장이 좋은 시기인데도 수익이 거의 없고 반대매매를 당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에는 2030 '빚투' 투자자의 손실률이 같은 연령대 일반 투자자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이달 기준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839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자산 격차 확대도 뚜렷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5년 자산 상위 계층의 금융소득은 증가한 반면 하위 계층은 감소했다. 자산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7.07%, 2.90% 증가했지만, 1분위와 2분위는 각각 1.34%, 0.78% 감소했다. 자본시장 호황의 성과가 고자산층과 금융회사 중심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민 자산 형성'이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실제 시장에서는 증권사와 일부 투자자에게 수익이 집중되고 개인 투자자의 손실 위험은 확대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증권사는 거래가 늘수록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인 반면 개인 투자자는 시장 변동성에 직접 노출된다"며 "수익과 손실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기부금은 당기 이익 규모에 비례해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비용이 아니라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구성과 집행 시기, 개별 사업 규모 등에 따라 해마다 변동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증가 흐름 속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초기기업 지원과 창업 생태계 조성, 임직원 봉사활동 등 기부금 계정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 영역에서도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hrist@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