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물가·환율 불안"…한은, 기준금리 7연속 연 2.5% 동결 (종합)

3월 물가 2.2%로 일부 반영…4월 이후 오름폭 확대 가능성
OECD, 올해 성장률 1.7%로 하향…차기 총재 통화정책도 주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단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7연속 동결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 하방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된 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10일 한은 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7·8·10·11월과 올해 1·2월에 이어 7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중동전쟁으로 물가의 상방압력과 성장의 하방압력이 함께 커졌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동결은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한은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불안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와 내수를 더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로이터 집계에서도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중립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31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30.1원까지 치솟았다가, 4월 8일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및 협상 소식에 1470원대로 급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도 브렌트유 기준 4월 초 한때 배럴당 11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뒤 최근 90달러대 중반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물가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하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했고, 석유류 가격은 9.9% 올라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정부는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이미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고, 한국은행도 4월 이후에는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3월 소비자물가(2.2%) 및 근원물가(2.2%)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으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7%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사태 장기화 시 수출 및 소비 위축 등 실물경제의 하방 리스크도 공존하는 만큼 한국은행은 당분간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며 추이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실물경기와 성장 둔화 우려가 부담이다. OECD는 지난달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추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8%에서 2.7%로 올렸다.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전쟁 장기화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정정책과의 조합도 변수다. 정부는 중동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추진하고 있어, 한은으로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대응과의 정책 조합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측면의 금융안정 부담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0%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전주 0.12%에서 둔화됐다. 서울 집값이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한은이 금리 인하로 선회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지난 3월 22일 지명 소감에서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과 경제전망의 불확실성도 고조됐다"며 "물가, 성장, 그리고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금통위 역시 중동 사태의 전개 양상과 물가 경로, 환율 흐름이 핵심 판단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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