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전 총장 "국정조사, 검사 40명 죄인 추궁…수사·재판 외압"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4년 9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5대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정치권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 40여명을 증인으로 불러 죄인처럼 추궁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외압을 가해 사법시스템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총장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이러한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정치권과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맡아 수행할 검사와 판사는 단연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국정조사를 두고 "판결이 선고되거나 재판 중인 사건, 심지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불법대북송금 사건, 그와 직접 관련된 사건에 대해 국회로 '법원의 법정'을 들어옮겨 입법부가 사실상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을 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감사나 조사는 재판과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국정조사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이어 "수년간 수십, 수백회에 걸쳐 법원의 증거조사와 판단이 이루어진 사실관계와 법리를 단 며칠만에 송두리째 뒤집고 있다"며 "법원에서 인정된 수많은 유죄의 물적 증거와 증인들은 아예 국정조사에서 배제됐다. 주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의 번복된 일방적 주장과 편향된 일부 반대증거만을 전면에 내세워 국회가 단정적으로 '조작기소이자 무죄'라고 판결까지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에서는 유무죄 증거의 비율이 90대 10이라도 유죄판결이 용이하지 않다"며 "그런데 그 좁은 길을 뚫고 유죄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사건에서 90의 유죄증거는 내버리고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대증거만 부각해 국회에서 보여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대북송금 사건을 예로 들며 "검사가 회유해 진술했다고 주장하는 조서는 정작 법정에서 아예 증거로 쓰인 적도 없다"고 했다. 또 대장동 사건 판결을 들어 "기자, 변호사, 회계사로 사회적·법률적 소양과 자제력을 갖췄는데 개발 이익을 얻으려고 소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한 채 스스럼없이 중대 범죄로 나아갔다"고 판시한 점을 부각했다. 검찰 압박으로 진술했다며 증언을 뒤집은 피고인에게 재판부가 "법정에서 선서하고 증언한 내용까지 바꿔가며 부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질책한 사실도 예시로 꺼냈다.

이 전 총장은 "내 편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국회와 법무부, 검찰, 공수처, 특검 등이 총동원돼 국정조사, 고발, 감찰, 징계, 수사, 출국금지를 착착 진행하고 공공연히 공표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수사로 따진다면 '보복, 표적, 기획, 편파, 강압수사'"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검찰의 지휘 감독을 맡았던 저에게 책임을 묻기 바란다"며 "수사 일선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애써온 검사 수십명을 불러내어 외압을 가하는, 더 나아가 진행 중인 법원의 재판과 판사에까지 외압을 가하는 국정조사는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음 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이 또다시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번복하면 '조작기소를 조작'했다고 재국정조사를 열고 재수사를 '조작수사'로 재재수사할 것이냐"며 "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을 끊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은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절감했다. 비록 더디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미리 정해둔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믿고 지켜봐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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