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는 부동산…정원오·오세훈 공약 살펴보니

'착착개발'로 행정 혁신 외친 정원오
'공급 대폭격' 시장 안정 노리는 오세훈


강남·성수 등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건설사들이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주겠다며 파격적인 금융 지원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시장 선거판이 최대 현안인 부동산 문제를 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행정 혁신을 통한 속도'와 '압도적 물량 공급'을 내세우며 서울 시민의 표심 공략에 나섰다. 양측은 상대방의 정책을 '한계가 있는 신통기획' 혹은 '부동산 지옥을 부를 규제 행정'이라 비판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원오 "정비사업 10년 시대 열겠다…행정 병목 뚫는 '착착개발' 승부수"

정원오 후보는 지난달 29일, 정비사업의 고질적인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착착개발' 청사진을 발표했다. 정 후보의 핵심 전략은 현재 15년 안팎이 소요되는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이내로 대폭 단축하는 것이다. 그는 "오세훈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구역 지정까지만 지원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입주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해 실질적인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우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기본계획과 정비구역 지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정비계획 변경과 관리처분 인가를 한 번의 총회로 처리하는 '동시신청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500세대 미만 소규모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해 서울시의 행정 병목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업성 개선을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준공업지역까지 확대하고, 조합의 임대주택 매입 가격 기준을 상향해 조합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더팩트ㅣ남윤호 기자]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부동산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공공의 역할도 강화한다. 정 후보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중심의 공공정비사업을 다시 활성화하할 방침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도심 내 실속 주택 3만2000가구를 조기 착공하고, 오 시장 취임 후 급감한 빌라·오피스텔 매입 임대 물량을 전임 시장 수준인 매년 7000~9000호로 정상화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막힘없는 공급, 유일한 해법…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 자신"

오세훈 후보는 지난 7일 '막힘없는 공급'을 철학으로 내세운 대규모 주택 공급 공약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오 후보는 전임 박원순 시정 10년간 끊겼던 공급 사슬을 신통기획으로 되살렸다며, 2031년까지 총 31만 호의 주택 착공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 후보는 3년 내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을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기존 계획보다 착공 시기를 최대 1년 앞당길 생각이다.

특히 오 후보는 행정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쾌속통합' 트랙과 AI를 활용한 '신통AI기획' 도입을 약속했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동시에 처리하고, AI 시스템으로 위원회 간 교차 검증을 사전에 수행해 반복되는 반려 절차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북 지역의 주거 지도를 바꾸기 위해 간선도로변 용도 상향, 역세권 개발 대상 확대(153→325개), 강북권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 등 파격적인 '강북 인센티브 6종'을 전면 도입해 균형 발전을 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영등포구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주택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세훈 후보 캠프

◆'신통기획 한계' vs '박원순 시즌2'…부동산 해법 놓고 격돌

두 후보의 공약은 모두 '속도'를 지향하지만, 방법론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정 후보는 법 개정과 자치구 권한 이양 등 '제도적 병목 해소'와 '공공의 직접 개입'을 통한 실용적 접근을 강조한다. 반면 오 후보는 '신통기획'의 성공적 안착을 토대로 규제 철폐와 'AI 행정 도입' 등 기술적 진화와 공급 물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공방의 수위도 높다. 정 후보는 오 후보의 행정이 정비구역 지정이라는 초기 단계에 매몰돼 실제 입주까지의 기간 단축에는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정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선거 때마다 세금 문제를 꺼내 불안을 자극하고 부동산 갈등을 키운다"며 "서울의 토지거래허가제를 즉흥적으로 풀었다가 35일 만에 번복하며 시장 혼란을 키운 장본인"이라고 직격했다.

오 후보는 정 후보의 공약이 실무를 간과한 공허한 포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 후보는 정 후보의 '착착개발' 공약과 관련 "(민주당 박원순 시장 시절) 무려 389군데 42만가구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해제한 것부터 반성부터 해야 하는데 난데없이 '착착개발'을 들고 왔다"고 비판했다.

양측 캠프 대변인단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 후보 캠프는 오 후보의 5년 시정을 '부동산 지옥'으로 규정하고, 청년안심주택 전세사기 피해 등을 거론하며 오 후보의 책임 회피를 정조준했다. "본인이 시작한 뉴타운 출구전략의 책임을 전임 시장에게 돌리는 기억상실형 남 탓을 멈추라"는 것이 정 후보 측의 입장이다.

반면 오 후보 캠프는 정 후보의 정책 역량을 파고들었다. 정 후보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한 것을 두고 "부동산 무지성"이라 비난하는 한편, '아파트 대신 빌라 공급' 비중을 높이겠다는 정 후보의 구상을 "수요를 몰이해한 박원순 시즌2"라고 규정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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