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누명' 고 홍성록 유족 손해배상 16%만 인정

법원 "자녀 2명에 각 3800만원 지급해야"
유족 측 항소 예고…"국가 책임과 거리 먼 판결"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몰려 강압 수사를 받고 언론에 신상이 공개됐던 고 홍성록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몰려 강압 수사를 받고 언론에 신상이 공개됐던 고 홍성록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 안동철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홍 씨의 자녀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원고들에게 각각 3857만1428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들의 청구액은 총 4억7000여만원이었으나 16% 수준만 인정됐다.

지난 3월 재판부는 화해 권고 결정을 통해 국가가 유족들에게 각 1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으나 피고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날 선고가 이뤄졌다.

홍 씨는 지난 1987년 5월10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가 약 7일간 구속영장 없이 외부와 단절된 채 감금돼 조사받았다.

당시 형사 10여 명이 야간에도 교대로 돌아가며 홍 씨를 신문했고, 서류철로 홍 씨의 머리를 내리치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 홍 씨는 불법 구금됐던 152시간 중 세 차례에 걸쳐 총 19시간만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가혹행위를 통해 홍 씨에게 화성 연쇄살인 3·5·6차 사건에 대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범행 당시 활용 도구 등 증거물을 조작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언론에 홍 씨의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홍 씨의 얼굴을 공개하며 가출한 부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 정신이상자·변태성욕자로 보도했다.

경찰은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홍 씨를 석방했으나 이후에도 홍 씨의 직장, 이웃을 찾아가 탐문수사를 지속했다. 홍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으며 형사들이 찾아올 것이 두려워 취업을 단념했었다고 한다.

홍 씨의 자녀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강요받았다. 경찰은 당시 만 10세, 7세였던 자녀들에게 "아빠를 보고 싶으면 똑바로 하라"며 윽박지르는 등 강압수사를 이어갔다.

2019년 이춘재가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졌으나, 홍 씨는 간암으로 2002년 3월 세상을 떠나며 생전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유족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누구로부터도 사과받지 못한 상태로 낙인 속에서 산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피해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 있는 모습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와 상당히 거리가 먼 판결"며 항소를 예고했다.

박 변호사는 "아쉬운 판결이지만 이 판결을 통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억울하게 수사받은 분들이 권리를 주장할 길이 열려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약 20년간 복역한 윤성여 씨와 그 가족들은 지난 2022년 총 21억7000만 원의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다. 법무부가 윤 씨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에서 인정된 배상액이 그대로 확정됐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9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뒤 암으로 사망한 고 윤동일 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윤 씨의 유족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변론이 진행 중이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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