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어머니' 김정수, 며느리서 회장으로…삼양식품, 미래 전략은?

불닭 효과로 13년 만에 매출 8배 뛰어
맵탱·탱글로 '포스트 불닭'도 구상
부부→모자로 경영 재편…승계도 관심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보코 서울에서 열린 ‘삼양 1963’ 출시 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매운맛 열풍을 일으키며, 삼양식품 재도약을 이끈 김정수 부회장이 취임 5년 만에 그룹 회장직에 오른다. 과거 우지 파동과 IMF 외환 위기로 무너지던 회사를 다시 세운 김 부회장은 전업주부에서 출발해 그룹의 오너이자 경영인으로 K-푸드 선봉장에 섰다.

18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김정수 부회장은 오는 6월 1일 그룹 회장직에 취임한다. 삼양식품은 이번 승진에 대해 글로벌 성장세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리더십 구축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 매출(연결 기준) 사상 최대인 2조351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80%가 넘는 1조8838억원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5% 급증한 7144억원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양식품은 1961년 설립됐다.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은 전쟁 직후 극심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1963년 우리나라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을 개발해 선보였다. 삼양라면은 1970년대 시장점유율 60%대로 부동의 1위를 지켰으나 농심과 오뚜기 등 후발주자들이 등장하면서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후 삼양식품은 1989년 11월 라면을 공업용 소기름으로 튀긴다는 이른바 '우지 파동'에 휘말려 치명타를 입었다. 익명의 투서로 촉발된 이 사건은 7년이 넘는 법정 공방 끝에 1997년 8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곧바로 IMF 외환 위기라는 또 다른 직격탄을 맞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64년생인 김 부회장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한 후 1994년 전중윤 창업주의 장남인 전인장 전 회장과 결혼해 삼양식품과 연을 맺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맏며느리로서 경영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림을 도맡았다. 이 과정에서 전중윤 창업주는 며느리의 남다른 눈썰미를 눈여겨봤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이 재정 악화로 휘청이던 1998년 시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1년 영업본부장, 2002년 부사장, 2010년 사장에 오르면서 남편과 부부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안디오에서 열린 '코첼라'에서 불닭소스 부스를 방문하며, 제품을 시식하고 있다. /삼양식품

◆ 불닭 등장과 함께 '오너 리스크' 맞닥뜨린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서사는 며느리의 잠재력을 알아본 전중윤 창업주의 예견대로, 김정수 부회장의 남다른 눈썰미에서 시작됐다. 2011년 초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서 불닭을 먹는 모습을 본 김 부회장은, 이를 라면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불닭볶음면의 서사는 김 부회장의 현장 감각에서 시작됐다. 2011년 초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서 매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본 김 부회장은 이를 라면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김 부회장은 청양고추, 베트남고추, 하바네로,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 세계 각국의 매운 고추를 모아 최적의 소스를 찾는 데 몰두했다. 1년여의 연구개발 기간 동안 1200마리의 닭이 사용됐고 테스트에 투입된 양념은 2톤에 이르렀다. 이듬해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매운 라면의 대명사였던 신라면(당시 2700SHU)의 두 배 가까운 맵기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출시 초기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2012년 2987억원이었던 연 매출은 2015년 2909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3000억원 안팎에서 횡보했다. 그러다 불닭볶음면이 유튜브 등을 통해 매운맛 챌린지로 입소문을 탔고, 2019년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이를 먹는 모습이 공개되며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2019년 오너가의 사법 리스크로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전인장 전 회장과 김 부회장이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이다. 이 사건으로 전 전 회장은 법정 구속됐고 김 부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났다. 삼양식품은 리더십 공백을 우려해 법무부에 김 부회장의 취업제한 해제를 요청했다. 이후 김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회사는 고속 성장을 재개했다.

김 부회장은 2020년 10월 총괄사장을 거쳐 이듬해 부회장직에 올랐고 불닭볶음면의 해외사업 확대에 전력투구했다.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가 지난 2023년 9월 서울 종로구 누디트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팩트DB

◆ 불닭으로 매출 8배…며느리에서 회장으로 성장 배경은

삼양식품은 김 부회장 지휘 아래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불닭볶음면은 라면을 넘어 떡볶이, 소스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현재 22종의 라인업을 갖췄다. 전 세계 97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유럽(네덜란드) 등 5곳에 현지 법인을 마련했다.

불닭볶음면은 출시 13년 만에 누적 판매량 90억개를 기록하며 삼양식품 전체 수출액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불닭볶음면 수출액만 최소 1조4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삼양식품 매출은 불닭볶음면이 처음 출시된 2012년 2987억원에서 지난해 2조3518억원으로 13년 만에 8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도 7.1%(213억원)에서 80.1%(1조8838억원)로 88배 이상 급증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삼양식품은 수출 전초기지인 밀양에 1·2공장을 설립했고 내년 1월에는 중국 자싱시에 첫 글로벌 생산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국내외 생산시설 확충에만 7400억원을 투입했으며 최근에는 서울 명동으로 사옥을 옮겨 사세를 확장했다.

김 부회장은 후속 브랜드인 '맵탱'과 '탱글'을 선보이며 포스트 불닭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매운 국물 라면인 맵탱은 동남아 권역을, 건면 파스타인 탱글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을 공략하는 이원화 전략이다. 핵심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이미 취득한 '할랄(Halal)' 인증을 발판 삼아 중동권을 공략하고 신흥 권역인 중남미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지배구조 재편과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은 현재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가 3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김 부회장 부부와 자녀 등 오너 일가의 합산 지분율은 약 45%에 달한다. 오너 일가 지분이 100%인 삼양라운드스퀘어에서 김 부회장은 32%의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다. 이로써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대주주이자 오너이며, 회사의 실질적 주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김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겸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가 지주사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어머니에 이어 아들이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에 전면으로 나서면서 삼양식품은 과거 부부 경영에서 모자 경영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양 1963' 출시 간담회에서 "잘못된 정보로 인해 공업용 우지라는 불명예로 공장의 불이 꺼졌다"며 "삼양식품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절치부심의 자세로 이를 갈며 다시 일어섰다"고 회고했다. 이어 "삼양식품은 라면 회사를 넘어 한국의 음식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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