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데드라인 임박한 7월 IPO 무기한 보류 왜?

1조500억원 규모 FI 지분 전량 매입해 상장 의무 해소
자금 유출·상장 연기 등 과제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모회사와 각각 이사회를 열고 과거 프리IPO에 참여한 FI들의 보유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SK에코플랜트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던 SK에코플랜트의 상장 추진이 사실상 무기한 보류됐다. 대주주와 경영진은 상장 신청 대신 1조원대 지분 바이백(되사기)을 선택하며 재무적 투자자(FI)와 상장 의무 약정 부담을 덜어낸 상태다. 약속된 운명의 달을 두 달 앞두고 SK에코플랜트가 시장 진입 직전 회군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와 모회사 SK㈜는 최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지난 2022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참여했던 FI들의 보유 지분을 1조500억원에 전량 매입하기로 결의했다. SK㈜가 약 4000억원, SK에코플랜트가 전환우선주(CPS) 자사주 취득 방식으로 약 6500억원을 나눠 낸 형태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프리IPO 당시 2026년 7월 21일까지 상장 완료를 조건을 내걸면서 FI들로부터 약 8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기한 내 상장에 실패하면 연도별로 높은 배당 이율이 가산되는 '스텝업 페널티' 구조였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기한 내 상장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바이백을 통해 FI들의 보유 지분을 스스로 모두 끌어안으면서 기한 내 상장을 완료하지 않아도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게 됐다.

SK에코플랜트가 7월 IPO를 전면 보류한 배경으로는 우선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쪼개기 상장' 금지 기조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의 모회사이자 SK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가 이미 코스피에 상장된 상태에서 알짜 자회사인 SK에코플랜트를 별도 상장하는 구조는 SK㈜ 소액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훼손한다는 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코스피가 8000선을 터치하는 등 국내 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가면서 모회사 주주들의 반발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자회사 분할 상장에 따른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와 상대적 박탈감이 한층 민감하게 작용한 영향이다. 대주주인 SK그룹으로서는 당국의 강화된 심사 기준을 맞추면서 동시에 성난 모회사 주주들의 표심과 여론까지 달래야 하는 이중고를 짊어졌고, 무리한 상장 강행 대신 FI 지분 바이백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다만 이번 자발적 회군을 통해 SK그룹이 짊어져야 할 재무적 부담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이자율을 포함해 1조원이 넘는 대규모의 현금이 일시에 유출되면서 지주사인 SK㈜와 SK에코플랜트 모두 당분간 자금 운용에 일정 부분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6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자사주 형식으로 취득 후 소각해야 하는 만큼 단기적인 재무제표 관리와 현금 흐름 확보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당분간 데드라인이 임박한 상장 압박에서 벗어나 내부적인 기업가치 제고 등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건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 실적 개선세를 증명한 만큼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시장이 이해할 만한 본업의 기초체력을 더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SK에코플랜트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2조1916억원, 영업이익 31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약 40% 늘었으며, AI 인프라 관련 사업의 매출 비중은 67%에 달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실적 개선세에도 중복상장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비껴가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당분간 상장 부담을 내려놓고 내실을 다진 후 IPO 재도전을 모색하는 구조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며 이는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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