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업스테이지 지분 공방…겸업금지·이해충돌 의혹으로 번져

베스팅 계약 해명에도 "네이버 재직 중 가능했나" 지적
업스테이지 독파모 선정·AI수석 이력 맞물리며 정치권 공방 격화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업스테이지 주식 매각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네이버 재직 시절 업스테이지와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베스팅 계약을 둘러싸고 겸업금지 및 이해충돌 가능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성훈 유튜브 캡처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정치권에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업스테이지 주식 매각을 둘러싼 공방이 확산하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주식 파킹' 논란을 넘어 하 후보의 네이버 재직 시절 업스테이지와의 관계 자체가 겸업금지 및 이해충돌 소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소속된 로펌 '다함'의 홍종기 대표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하 후보의 업스테이지 주식 처분 과정에 대해 "공직 재직 중 주식을 잠시 누군가에게 넘겨두었다가 퇴임 후 다시 찾아오기 위한 '주식 파킹'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는 하 후보가 청와대 AI수석 임명 직후인 지난해 8월 11일 업스테이지 주식 4444주를 주당 100원에 개인에게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달 업스테이지 우선주 발행가는 주당 29만3956원이었고, 장외시장에서는 보통주가 7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었다"며 "시장가의 0.13% 수준 가격에 주식을 넘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 후보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하 후보는 언론 공지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무책임한 의혹 제기"라며 "해당 거래는 스타트업의 통상적인 '베스팅(Vesting)' 원칙에 따른 정상 거래"라고 밝혔다.

하 후보 측은 "2021년 업스테이지 창업 당시 '3년 거치·3년 분할'의 베스팅 계약을 체결했다"며 "청와대 AI수석 임명에 따라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당초 계약 조건에 따라 잔여 지분 4444주를 회사에 액면가로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적 거래를 차명 거래로 호도하는 것은 스타트업 투자 구조와 스톡옵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억지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업스테이지 측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하 후보는 당시 업스테이지의 초기 교육사업 및 AI 기술 자문 역할을 수행했고, 그에 따른 베스팅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상 회사 자체가 직접 해당 주식을 받을 수 없어 최대주주인 김성훈 대표에게 귀속된 구조"라며 "다만 계약상 해당 지분은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채용·복지 등 회사 목적에만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다"고 밝혔다.

또 업스테이지 측은 "베스팅 기간을 채우지 못한 잔여 지분이 계약 조건에 따라 자동 반환된 것"이라며 "하 후보 본인이 이를 임의로 통제하거나 처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식 파킹'은 의도를 갖고 우회 보유하는 개념인데 이번 건은 계약에 따른 자동 반환으로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홍종기 변호사가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업스테이지 주식 매각 내역을 공개하며 '주식 파킹' 의혹을 제기했다. 홍 변호사 측은 당시 업스테이지 주식 가치와 비교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종기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해명이 오히려 새로운 의문을 낳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베스팅 계약은 일반적으로 공동창업자나 초기 합류 임직원 등 회사에 장기적으로 참여하는 핵심 인력에게 적용되는 구조인데, 하 후보가 당시 네이버 소속이었고 업스테이지 창업 멤버로 공식 등재된 이력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특히 업스테이지 측이 "하 후보가 업스테이지의 AI 기술 및 사업 관련 자문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단순 자문 형태의 외부 참여에 대해 창업 초기 스타트업이 수년에 걸친 베스팅 구조의 지분 계약을 부여하는 사례가 일반적인지 여부를 두고 업계의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업스테이지 측은 하 후보가 2021년 당시 네이버 재직자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당시 활동과 관련해 "네이버 측 승인 아래 진행된 내용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해상충 여부 역시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IT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재직 중 외부 스타트업과 지분 계약이나 스톡옵션 성격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내부 규정상 민감한 사안"이라며 "특히 동일한 AI 산업 영역이었다면 겸업금지나 이해충돌 여부 검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약 단순 투자자였다면 일반적으로 베스팅 구조가 붙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반대로 업스테이지 성장 기여 대가나 자문 역할 성격이었다면, 당시 네이버 재직 상태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가 설명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베스팅 계약이 보통 공동창업자나 핵심 인력의 장기 근속을 전제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하 후보 측 설명대로라면 당시 업스테이지와의 관계가 단순 투자자 수준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하 후보가 이후 청와대 AI수석으로 임명돼 정부 AI 정책과 독자 AI 파운데이션모델(독파모) 사업 등을 총괄했고, 업스테이지가 관련 사업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는 점도 이해충돌 논란을 키우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더팩트>는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에 하 후보의 업스테이지 베스팅 계약 및 외부 스타트업 지분 계약이 당시 내부 규정상 허용 가능한 사안이었는지, 겸업금지 및 이해충돌 소지가 없는지, 또 회사 차원에서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질의했으나 네이버 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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