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황산 처리 가처분 승소…영풍과 장외 여론전은 계속

法 "거래 거절로 얻는 이익 없어"…고려아연 안전 경영 명분 강화
영풍,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의혹' 제기 맞불


고려아연이 황산 처리를 두고 영풍과 2년 간 벌여온 법적 분쟁에서 최종 승소했다.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양사는 서로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고려아연, 영풍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과 약 2년간 이어온 황산 취급 대행 거래 거절 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최종 승소했다. 법원이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이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판단하면서 양사 간 희비가 엇갈렸지만, 주주대표소송 등 경영권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장외 여론전과 공세 역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려아연은 영풍이 신청한 황산 취급대행 관련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최종 승소했다. 지난 4월 2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5-2부가 영풍의 항고를 기각한 이후 영풍이 재항고하지 않아 지난 14일자로 고려아연의 승소가 확정됐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024년 황산 저장시설 노후화와 저장 공간 부족, 유해 화학물질 관리 부담 등을 이유로 영풍과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이에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하는 황산을 고려아연이 계속 처리해야 한다며 거래 거절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영풍이 자체 황산 처리 방안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장기간 고려아연에 의존해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영풍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스스로 황산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고려아연이 거래거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음에도 오직 영풍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이 사건 거래거절을 했다거나 거래거절이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며 두 회사 간 희비는 갈렸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최종 승소는 영풍이 20년 넘게 자체적인 처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위험물질 관리 부담과 안전 리스크를 전가해 왔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환경 보호를 최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폐수 유출, 무허가 배관 설치 등에 따른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지난해 2월부터 4월 간 58일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는 등 환경오염 비판을 받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영풍 측은 황산 처리 공백에 따른 사업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국내 아연∙황산 제조와 공급망 안정성 문제를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영풍은 지난 4월 가처분 기각 당시 "영풍은 고려아연 설비를 항구적으로 사용할 의사가 없고 자체 황산 수출설비 운영과 탱크 추가 설치 등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항변한 바 있다.

황산 처리 소송은 일단락됐으나, 양사의 장외 여론전은 지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매출이 공개되며 '1등 제련기업'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1분기 실적이 매출 6조720억원, 영업이익은 7천46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풍은 매출 8천511억원, 영업이익 433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의 17배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이 강조됐다.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가 100% 가동률을 유지하는 반면 영풍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57.23%로 약 절반 수준인 점도 비교 분석됐다.

반면 영풍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간 출자 의혹 등을 제기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황산 처리 가처분에서는 밀렸지만, 지배구조와 투자 의혹 이슈를 부각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의 초·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는 2019년 5월 말 원아시아파트너스라는 신생 운용사를 설립했고, 이후 고려아연이 94.64%를 출자한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 자금 약 100억원대를 유용해 청호컴넷 및 관계사의 자금난 해소에 사용한 혐의(횡령)로 지난해 10월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청호컴넷 사모사채 투자와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과정을 문제 삼으며 의사결정 과정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 대행 거절의 위법성을 따지는 본안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오는 6월 4일 6번째 변론기일을 연다. 가처분 결정에서 거래거절의 부당성 여부 등을 재판부가 밝힌 만큼, 본 소송 재판부에서도 관련 언급이 있을 지를 두고 관심이 모인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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