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키트리
“밥부터 먹어보라”…유시민이 말한 사람 보는 법, 감춰진 ‘이것’까지 드러난다

더팩트

[더팩트|황준익 기자] 수도권급행철도(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를 두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 시공 실수를 넘어 국내 대표 건설사로서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가 사실상 무너진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광범위한 철근 누락이 발생한 건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실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21일 업계 및 서울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현재 GTX-A 삼성역 구간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구간은 국가철도공단이 서울시에 위탁해 현대건설이 시공 중이다.
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승강장 기둥은 주철근 2열로 시공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1열만 설치된 것으로 지난 15일 알려졌다. 전체 기둥 80본 가운데 50본이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근 누락은 지난해 11월 처음 확인됐음에도 약 6개월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은 늑장 대응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간 정치 쟁점으로도 번졌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정치권 공방에 가려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현장의 설계도면 해석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도면을 잘못 해석한 것이 철근 누락과 늑장·부실 보고로 이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휴먼에러'라고 지적하면서도 철근 누락 자체가 발생해선 안 되는 수준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철근이 대량으로 누락된 것은 굉장히 드문 일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봐야 한다"며 "휴먼에러지만 실력 부족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면 해석의 오류라고 하면 현대건설이 감당해야 할 문제"라며 "만약 원인이 실력 부족이라면 당연히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현대건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형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시공한 쪽도 감리도 놓쳤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는 만큼 도면에 표기가 명확했는데 빠트렸다면 현대건설 책임"이라며 "사람의 육안이나 주관적 판단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데 한번 놓치면 계속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구조 안전과 직결되는 철근이 대규모로 빠진 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며 현대건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공사는 설계도면에 따라 철근 자재를 발주하는데 현대건설이 설계대로 자재를 구입했다면 철근 자재가 대량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현장 관리자와 품질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육안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현대건설과 서울시는 기둥 보강계획을 수립하고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보강공법에 대한 구조계산 결과 보강 이후 구조 안전성(축하중 강도)은 당초 설계 기준(5만8604kN) 보다 강화(6만915kN)됐다. 약 30억원의 추가 공사 비용은 현대건설이 부담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서울시와 함께 외부전문가 자문회의 및 현장 점검을 거쳐 당초 설계 기준을 상회하는 강판 보강공법을 선정했다"며 "국토부 긴급안전점검에서 제시된 의견을 추가 반영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도록 검증된 방법으로 철저히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명예회장은 "보강공법은 이미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돼왔고 기술적으로도 안전성이 검증된 만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철근 누락 사태로 현대건설을 둘러싼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당장 서울시는 현대건설과 감리사를 대상으로 벌점 부과 절차에 들어갔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요 구조부를 설계와 다르게 시공해 보수·보강이 필요하게 만들거나 설계 확인 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시공 후 주요 구조부의 설계 변경 사유가 발생한 경우 벌점 2점 부과 대상이다. 벌점이 누적되면 공공공사 참여 제한 등 불이익을 받는다.
국토부 역시 모든 기둥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어서 추가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면서 철근 누락보다는 은폐, 늑장 보고 이슈만 부각되고 있다"며 "휴먼에러에 따른 형사처벌은 피하더라도 국토부 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