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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찬을 함께하며 협력 확대 신호를 받아 들었다. 무거운 협상보다 친목에 무게가 실린 자리였지만 황 CEO가 신제품 4종을 '선물'로 내놓고 차세대 제품군을 직접 소개하면서 총수들은 내년 협력 청사진을 함께 그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집 '형님저요'에서 황 CEO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회동이 마무리될 즈음 황 CEO는 자신이 앉았던 테이블에 "젠슨 왔다감(JENSEN WAS HERE)"이라는 사인과 함께 "사랑(LOVE) 사랑 사랑"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지난해 '깐부 회동' 때 깐부치킨 매장 냉장고에 사인을 남긴 데 이은 특유 친근한 흔적이다.

이날 자리는 실무 논의보다 친목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최 회장은 회동 뒤 '업무 얘기를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HBM이나 비즈니스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그런 얘기를 할 자리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삼겹살이 맛있다는 얘기"라고 답했고 황 CEO 주량을 두고는 "나보다 잘 마신다"고 전했다. 황 CEO가 입국 직후 T1 베이스캠프를 찾은 일을 두고는 'PC방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구 회장도 "오늘 편안한 자리라 친목을 다졌고 따로 다음 주에 미팅이 잡혀 있다"며 실제 협력 논의는 별도 일정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고기를 정말 열심히 많이 구웠다"며 "많이 마셔 취한 것 같다"고 웃었다. 2차 여부를 묻자 "대세에 따라야죠"라고 답했다. 이 의장은 회동 내내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만찬이 끝난 뒤 네이버페이로 식사 자리를 계산했다.
황 CEO는 만찬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한에 가져온 '큰 선물'로 엔비디아 신제품 4종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 네 개의 새로운 사업을 가져왔다"며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베라',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 로보틱스 프로세서 '젯슨 토르'를 차례로 소개했다. 네 제품 모두 고대역폭메모리(HBM)나 저전력 D램 LPDDR5를 대량으로 요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계가 직접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보틱스 협력도 언급했다. 황 CEO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현대자동차와 큰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내 친구들인 LG SK하이닉스 삼성 현대차 네이버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신제품 4종이 출시돼 매우 바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주 앉은 총수가 바뀐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깐부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함께했고 이번에는 SK하이닉스 HBM, LG 로보틱스, 네이버까지 황 CEO와 손잡는 한국 기업 폭이 메모리와 로보틱스 AI 전반으로 넓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겹살에 소맥을 곁들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네 사람은 식당 밖으로 나와 시민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이 들고 나온 흰색 상자에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선보인 과자 'HBM 칩스'와 도넛이 담겨 있었다. 황 CEO는 과자를 나눠주며 "HBM을 더 많이(More HBM), 모두가 HBM을 좋아한다(Everyone loves HBM)"고 외쳤고 최 회장이 건넨 과자를 직접 뜯어 먹기도 했다. 시민들에게는 바나나맛 우유도 돌렸다.

이날 1차 만찬은 2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결제는 이 의장 몫이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6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를 정리한 총수들과 황 CEO는 2차로 치킨 전문점 'BBQ'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도 황 CEO는 몰려든 시민들에게 치킨 조각을 최 회장은 'HBM 칩스' 과자를 나눠주며 격의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황 CEO 방한 일정은 나흘간 이어진다. 그는 7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회동한 뒤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시구에 나선다. 8일에는 LG그룹 사옥과 서울대학교 현대차 양재 사옥 네이버 제2사옥을 차례로 방문할 전망이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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